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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평이 엇갈리고 헐리웃 블럭버스터 틈바구니 속에서 흥행 성적도 별 신통치 않아 보이는 가운데 작품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한국 영화에 대한 약간의 의리감이 뒤섞인 상태에서 보러 갔다. 낯익은 배우들이 실실 쪼개면서 코믹 영화의 포맷을 따라가고 있는 포스터와 달리 영화 속 내용은 굉장히 잔혹할 것 같았고 그 잔혹한 폭력들이 조금은 무의미하게 엮이다가 끝나는 영화가 아닐까 했던 게 당초 예상이었다. 영화 보고 나서 저녁 밥 먹을 때 고생이 심하다는 얘기도 있었으니까.

물론 개인적인 기준에 의한 평이지만, <구타유발자들>의 잔혹 수위와 관객 반응은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에 비하면 그리 '잔혹한' 편은 못된다. 엄청난 구타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대중 영화로서의 수위를 고려한 노력이 엿보인다고나 할까. 일상 생활에서는 접하기 힘든 외딴 장소에서 마주친 절대악과 같은 인물이 영화 후반부에 들어 하나의 희생자였다는 일종의 설명과 폭력의 계보도에서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결국 죽고야 만다는 일종의 권선징악형 결말 등은 확실히 관객들의 정서를 약간이나마 이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영화 속에서는 원조가 딱 정해져있지만 생각해보면 원조 위에는 분명 또다른 근원이 있을 법하다)

<구타유발자들>은 취향에 따라 정말 싫어할 사람들도 있고 유사한 플롯을 다룬 고전들과 비교해 평가절하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역시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훌륭한 만듬새를 보여주는 웰메이드 영화라고 생각된다. 올해 본 중에 가장 좋았던 한국 영화 <가족의 탄생>의 화면이 이따금 포커스를 제대로 못맞추는 아쉬움을 남겼던 데에 비해 <구타유발자들>의 기술적 완성도는 거의 흠잡을 데가 없어보인다. 무엇보다 한석규와 이문식, 오달수와 그외 배우들 모두 고른 연기력을 선보이는 가운데 어느 특정 인물 하나가 주연으로 나서지는 않는다. 대신 영화가 끝나고 남는 진짜 주인공은 폭력 그 자체가 되게끔 이토록 잘 쓰고 잘 연출한 원신연 감독의 공로가 크게 느껴진다.

원신연 감독. 이 사람 누군가 했더니 <가발>로 장편 데뷔했던 그 사람이다. 흥행에 실패했고 나 자신도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관점을 선보였다는 평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때 이루지 못했던 완성도 높은 영화의 완성을 두번째 장편에서 완벽하게 해치워 버린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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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는 교수들을 참 미워한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에서와는 좀 다른 경우지만
<구타유발자들>에서의 비호감 1호도 단연 성악과 교수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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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 이 사람, 보기만 해도 웃기고 뭘해도 웃긴다.
근데 이 사람도 알고보면 희생자란 거지.
군대라는 대한민국 대표 폭력 조직의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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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유일한 옥의 티... 한석규 콧등에 안경 자국이 보인다.
이 사진도 좀 그렇게 보이는데 후반부 클로즈업에서 그렇다.
그런데 그 후반부에 너무 잘해서 다 용서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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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연이 따로 없는 영화다. 그러나 중심 인물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이문식이다.
가공할 절대악, 스스로 칭하기를 난 인간이 아니요, 개요 개 라고 하지만
알고 보면 그도 희생자의 한 사람일 뿐이었던 거다.

2006.06.03 @ egloos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2 : Commen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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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메아리 2007.10.10 13:09 신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구타유발자들도 기억에 오래남는 영화입니다ㅋ
    저도 웰메이드 영화라고 생각해요

    트랙백 걸고 갑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7.10.10 14:53 신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작년에 개봉했던 한국영화들 가운데
      가장 저평가되었던 작품이예요.
      원신연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