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코아에서 처음 포스터를 보았을 때 "김지수가 언제 또 멜로 영화를 찍었지?" 했었던 그 영화. (그래서 이쁜 여배우 얼굴만 앞세운 포스터 컨셉에 약간의 괘씸한 마음도 들었다) 별로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본 사람들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길래 영화가 괜찮은가 보다 싶었고 그리하여 지난 주에 예매 없이 보러 갔다가 표가 없어 고개를 떨구고 물러나야 했던 그 영화. (대신 <국경의 남쪽>을 꿩 대신 닭으로 봤는데 닭도 나름 괜찮았었다) 그 영화를 택시비 3천원까지 추가로 들여가면서 드디어 봤다.

그러나 내용과는 별개로, 한 편의 영화로서 갖춰야 할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는 내가 원하는 기준에 못미치는 영화였다. 테레사 첸 여사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그녀가 직접 출연하는, 절반은 인간극장이요 절반은 픽션인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비전문적인 배우들에게서 최대치를 뽑아내려고 했었던 듯 의도적으로 대사를 없애고 침묵으로 이끌어나가는 형식 자체가 다소 나이브하게 느껴진다. 테레사 첸 여사의 일생과 다른 인물들의 행동이나 정서 간의 연관성도 그리 긴밀하게 느껴지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전달하려고 하는 바를 충분히 받아들이고 극장을 떠날 수 있는 이들에겐 무척 의미있는 영화로 기억될만 하다. 그러나 나는 그걸 억지로 머리를 써서 되새기고 싶지는 않다.

영화는 그닥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덕분에 좋은 아이디어를 하나 얻었다. 우선 단편으로 써보고 싶다. 그걸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하면 시나리오로 옮기고 함께 작업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런지 모른다.

인물들이 왜 중국말을 안하고 영어를 사용했는지 조금 수상하게 생각됐었는데, 이 영화는 대만이 아니라 싱가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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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sa Chan(right) @ Be With Me (2005) by Eric Khoo

2006.05.13 @ egloos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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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tmrw 2007.08.04 12:24 신고

    전 혼자사는 할아버지가 음식만들어서 테레사첸한테 가지고 간 그 장면에서..
    엄청 울었는데..ㅋㅋㅋ 이 영화보니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
    근데 영화쪽일을 하시나봐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7.08.04 13:24 신고

      영화 속에서 인간관계를 구체화시켜줄 때 가장 자주 사용되는 장치가 음식과 식사 장면이죠.

      제가 바로 영화계에서 젤 중요한 인물, 유료관객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