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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남아 (旺角卞門, 1988) by 왕가위


제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주윤발 주연의 "영웅본색"이었어요.
친구들과 함께 사당동의 재개봉관 3군데를 돌아가며 한 10번 정도는 본 것 같네요.
바야흐로 홍콩 영화의 전성시대였습니다. "열혈남아"도 그런 와중에 만들어져 국내에
소개되었던 영화였는데 다른 느와르물과는 조금 달랐었죠.

왕가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한 "열혈남아"(몽콕하문, 1988)는 극장에 아주 잠시
걸렸다 비디오로 출시된 이후에 수많은 '왕가위 매니아'들을 탄생시킨 작품이었죠. 저도
극장에서는 볼 생각을 못하고 우연히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다 보고 너무 좋아했던 영화
입니다. 한 2년 전에 광화문 지하도에서 이 영화의 중고비디오가 싸게 나온걸 보고 냉큼
집어들었습니다. 속으로 '이걸 아무도 안사가다니... 이 바보들...'하면서요.

영화의 내용은 다른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에 비해 훨씬 통속적입니다. 뒷골목 깡패가
사촌 여동생과 사랑에 빠지고, 말썽쟁이 동생에 대한 의리 때문에 사랑을 등지고 같이
총을 맞아 길바닥에 쓰러져야 하는... 젊은 날의 사랑과 행복은 너무 멀리에만 있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이런 얘기가 왕가위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그것은 다른
영화를 통해서는 볼 수 없었던 아주 남다른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열혈남아"가 제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 정신적인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했던 그 시절을 함께 해주었던, 오랜 친구 같은 영화라고나 할까요.

2004.05.20 @ blog.naver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2 : Comment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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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holy kiss 2008.12.13 17:36 신고

    잘 읽었씁니다 ^^ 아 저는 'truewriter)(http://blog.daum.net/truewriter)인데 왕가위블로그도 있어서...이 아디로 댓글을...;;ㅎㅎㅎ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holy kiss 2008.12.16 19:25 신고

    이런 영화, 이런글에 댓글이 없다는게 참 가슴아팠었어요;; 아 네 티스토리는 왕가위만 전문... 언제 왕가위 영화 글 올리시면 한번 꼭 들러주세용 호호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12.17 08:59 신고

      왕가위 영화를 무척 좋아하시는군요. 최근엔 활동이 뜸한 편이라 좀 아쉽습니다. 설령 새로운 작품이 더이상 없더라도 왕가위 감독은 이미 불멸의 명성을 얻긴 했지만요. ^^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몬스터 2010.02.19 17:07 신고

    신어지님의 내인생의 영화 첫번째가 <열혈남아>였군요 ㅎ
    저도 비디오로만 보고, 이번에 극장에서 다시 봤는데 왕가위 감독의 감각은 지금봐도 참 좋았습니다.
    소녀같은 장만옥을 다시 볼 수 있는것만으로도 만족이랄까요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10.02.19 21:39 신고

      왕걸의 주제곡과 함께 버스 떠난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장만옥의 표정은 지금도 눈으로 보는 듯 하네요. 비디오를 사놓고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스크린으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니 스크린으로는 처음으로 보는 셈이 되겠군요 - 저도 마다하지 않으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