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 더 비기닝
감독 J.J. 에이브람스 (2009 / 미국)
출연 크리스 파인, 잭커리 퀸토, 에릭 바나, 제니퍼 모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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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이 워낙 좋아서 이 영화 봐야겠다고 마음을 바꿔 감상한 경우인데 내게는 봐서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 꼭 봐야한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정도는 아니었다. 요즘 상영관은 사운드 시스템이 너무 훌륭하신 나머지 영화 내내 우주적인 규모의 음향 효과와 웅장한 배경 음악에 귀 뿐만 아니라 온 몸이 조금 시달리다 나왔다. 오한, 몸살 등 감기 기운이 있으신 분은 꾹 참고 피하시는 편이 낫겠다는 정도. 비주얼에 있어서는 과연 우주적인 규모로 진행되는 이야기답게 스케일도 크고 꽤 볼만한 장면도 많았다. 엔터프라이즈 호가 저렇게 컸었나 싶을 정도로 꽤나 큰 우주선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네로(에릭 바나) 일당의 흉칙한 우주선은 그 보다 훨씬 더 크고, 이들에 의해 사라지고 마는 행성은 더더욱 크고... 뭐 그런 식이다.

기억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어릴 적에 TV 시리즈로 오리지널 <스타 트렉>을 봤었다. 그렇다고 대단한 팬인 것은 아니기에 간간히 영화판이 만들어져 개봉이 되더라도 여지껏 보러간 일은 한번도 없었는데 아마도 대부분 우리나라 영화팬들은 나와 같은 정도의 입장이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J. J. 에이브람스의 기획력은 역시 상당한 수준이지 싶다. <스타 트렉>의 시작인 동시에 그 이후의 이야기를 이번 작품에서 모두 다룰 수 있었다는 점 역시 제작자이며 연출자인 에이브람스의 야심을 자극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스타 트렉>의 팬들에게는 더더욱 그렇겠지만 사전 지식이 없었던 관객이라 할지라도 시간 여행을 통해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되는 이 신비로운 우주의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 띠의 진폭이 너무 작아서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뭐 그런대로 괜찮다.




새로운 <스타 트렉>이 동시대의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낯선 만큼 젊고 신선한 이미지의 주연 배우들 때문이지 않을까. 부시와 오바마를 연상시키는 젊은 커크(크리스 파인)와 스팍(잭커리 퀸토)을 중심으로 신인과 중견을 불문하고 좋은 배우들이 참 많이 등장한다. 스팍의 출중한 미모에 대해서는 그 어머니 역으로 위노나 라이더가 등장하기 때문에 충분히 설명이 되는 듯 하고, 이 영화의 진정한 스펙타클이라 할 수 있는 늙은 스팍(레오나드 니모이)의 등장은 그야말로 팬들을 위한 서비스로 이 보다 좋을 순 없다는 수준이었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미국 현지에서의 분위기는 늙은 스팍이 등장했을 때나 엔터프라이즈 호가 마침내 블랙홀을 빠져나갈 때 다들 일어서서 박수치며 환호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을런지.

영화 속에서 수미쌍관을 이뤄가며 자주 강조하고 있는 것이 '선의에 의한 거짓말'이었는데 정치적인 맥락에서는 그리 썩 마음에 드는 주장은 아니었다. 그것이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언급이었다면 수긍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네로의 마지막 멘트가 참 유감이다. "우리 행성이 수 천 번을 더 멸망한다고 해도 네 놈(스팍)과는 화해하지 않겠다"라니.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10 : Comment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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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지재이 2009.05.16 15:45 신고

    전 사실 스타트랙이 끌려서 봤다기 보다는 j.j 에브람스가 또 어떤 장난(?)을
    펼쳐놓을지 기대하서 봤는데 잘만든 오락영화이자 스타트랙이란 브랜드를
    다시 한번 끌어올린 전환점 같은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ㅎㅎ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5.17 13:45 신고

      아주 신선한 세계관을 펼쳐보였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SF 블럭버스터로서 손색없는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코믹하면서도 우아함이 느껴지는 스펙타클이었다고 할까요. 기존의 스타트렉 시리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앞으로도 계속 스타트렉이 만들어질 수 있을런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요. ^^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재준씨 2009.05.18 08:15 신고

    capcold님의 표현대로라면 '약간의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스팍. 끝'이라더군요. :) 그만큼 스팍역이 주는 매력이 대단했다는 것이겠죠.
    빠심을 이렇게나마 위로 중입니다. 잘 지내시죠?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5.19 21:41 신고

      ㅎㅎ 하지만 스팍. 끝. 저도 공감입니다. 어차피 스팍 없이 커크 혼자서는 존립할 수가 없긴 하지만 여러모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어요.

      J준님도 오랜만에 뵈니까 참 좋아요. ^^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배트맨 2009.05.19 10:51

    커크 캐릭터가 오락 영화답게 재미있게 그려져 있더군요. 몇 몇 캐릭터들을 보며 웃음이 실실 나오더라고요. J.J. 에이브람스 답게 영화는 뽑아져 나온 것 같고요. ^^* (다시 SF 장르의 프랜차이즈 작품이 시작되고 있어서 기뻤습니다. 에이브람스만 계속 연출해준다면야 두손 들어 환영하고 싶어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5.19 21:44 신고

      커크는 거의 <스타워즈>의 한 솔로 수준이라고나. ㅋ 원작에서도 그렇게 천방지축이었는지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지만 영화 쪽이야 말로 리메이크와 리바이벌의 전성시대인 듯 합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CG 기술이 발달해서 과거에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묘사가 가능해지면서 시각적으로 새로움을 안겨줄 수 있게 된 덕분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4.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VISUS 2009.05.20 19:13 신고

    오.. 어린시절에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셨었군요.
    저는 어릴 적에 TV에서 했다는데 못봤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나네요.
    박동파 화백의 만화는 기억이 나는데요.
    (트랙백 하나 남기고 갑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5.23 14:17 신고

      저도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나고 간간히 썰렁한 세트에 인물들이 서 있거나 공간이동을 하는 장면들이 어렴풋이 생각나는 수준이예요. 저도 트랙백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