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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드닷컴 추천블로그 | Different Tastes Ltd
2008/07/08 08:00
   ★★★☆☆


지난 6월 5일 개봉이었으니까 근 한 달만에 봤네요. 재미있었습니다. 줄거리를 이미 거의 다 알다시피 한 상태였지만 디테일에 숨겨진 잔재미들은 역시 직접 봐야만 즐길 수 있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타이 렁이 감옥에서 탈출하는 씨퀀스가 가장 보기 좋았습니다. 그 외엔 액션 보다는 역시 포의 재롱이더군요. 반복되는 주제는 "우연이란 없다." 그리고 "너 자신을 믿어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무난한 덕담 아니겠습니까. 극장 환경에 왠만큼 적응할 수 있는 미취학 아동부터 전연령대가 모두 즐길 수 있게 만든 애니메이션을 놓고 내용이 없다느니, 개연성이 부족하다느니 하는 건 애초에 연소자관람가 영화를 보기로 선택했던 자기 얼굴에 침 뱉기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쿵푸 팬더>는, 그러니까 하필 이 시점에 드림웍스에서 쿵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그 주인공을 팬더로 설정한 이유는 철저한 장삿속입니다. 팬더라는 동물은 모택동 시절부터 중국 외교의 상징이었습니다. 미국와 영국을 비롯한 자유주의 국가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때마다 선물로 전달되었던 것이 팬더 곰이었죠. 팬더는 2008년 북경 올림픽의 마스코트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처음부터 철저한 기획 하에 탄생한 문화 상품인지라 CGV나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대기업들과의 공동 마케팅 또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아주 적극적이죠. 그게 뭐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몹시도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순한 내러티브이지만,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이야깃 거리가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쿵푸 팬더>의 갈등 구조란 처음부터 내부적인 것에 불과했습니다. 애초에 그 놈의 거북이 영감이 타이 렁을 용의 전사로 지명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시작된 일이지 않습니까. 무릇 용의 전사라는 존재는 최소한 그 마을을 외적으로부터 지키거나 하는 무슨 목적이 있어야 할텐데 <쿵푸 팬더>는 그저 용의 전사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 일 자체가 모든 사건의 시작이요 마지막이 되고 있습니다.1) 하지만 어린 아이들의 세계란 바로 이런 것이죠. 마치 텔레토비들 마냥 같은 대사를 세 번, 네 번씩 반복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영화가 내내 유치하고 지루하기만 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아마도 이런 내러티브 상의 연소자스러움 때문에 많은 분들이 특정한 곳에서 다른 이야깃 거리들을 애써 찾아야 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는 말씀입니다.

제 경우 처음에는 시푸와 포의 사제 관계, 그러니가 진정한 교육의 의미라는 관점에서도 보고, 또 그렇다면 안되는 놈들은 아무리 죽을 똥을 싸며 노력을 해도 안되고 될 놈은 그저 무조건 타고날 뿐이라는 말이냐 라는 운명론의 관점에서 보기도 했습니다.2) 그러다가 "우리의 피에는 육수가 흐르고 있다"던 포의 아버지가 마지막 깨달음의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할 때에는 야, 역시 모든 도는 통한다는 얘기구나, 멋지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쿵푸 팬더>를 보며 찾아놓은 많은 이야깃 거리들을 한순간에 싹 잊어버리게 만든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포가 타이 렁을 물리친 이후에 마을 밖으로 피난을 갔다가 되돌아온 마을 사람들, 아니 동물들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쿵푸 팬더>가 끝나기 5분 전까지 영화 전체를 이끌어온 것은 몇 종의 개성있는 야생 동물들이었습니다.(물론 당랑권을 상징하는 사마귀는 곤충이지만요) 그러나 이들의 보호를 받는 것으로 설정된 나머지 마을 사람들은 돼지, 토끼, 그리고 오리(또는 거위)들만으로 이루어진 가축 3종 세트가 전부더군요. 이들의 초라하고 이질적인 모습을 보는 순간 <쿵푸 팬더>의 세계관과 인간관에 대해 트집을 잡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쳤습니다. 마을 사람 캐릭터로 다른 동물들을 좀 더 섞어놓았으면 안되었을까요? 기린이나 타조, 코끼리, 강아지들은 죄다 어딜 가고 마땅히 지배를 받아가며 살아야 할 것만 같은 연약한 가축들만 모아다 놓은 걸까요. 원숭이나 호랑이 등 중심 캐릭터들과 같은 종의 동물들이 마을 사람들 캐릭터 중에도 섞여 있었으면 안되는 거였을까요.

호환 마마 보다 무섭기로는 운명론 보다 한 수 위라고 일컬어진 선민 사상이야 말로 <쿵푸 팬더>가 트로이의 목마처럼 품고 있는 가장 해로운 독소가 아닌가 싶더군요. 자기는 죽으나 사나 이 나라, 이 백성을 통치해야 하는 운명이고 대권 한번 잡으면 아무리 아니라고 촛불을 높이 들어올려도 한번 세운 굳은 믿음 절대 변치 않게 된다는 바로 그 불치병의 징후가 <쿵푸 팬더>를 본 어린 아이 누군가에게도 그대로 심겨졌을런지도 모른다고 하면 너무 과민한 반응이겠죠. 그러나 '천민 민주주의'라는 식의 발상은 그냥 나오는 헛 말이 아닙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는 교훈은 어느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좋은 말이지만 그것이 어떤 세계관과 인간관에 기초했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일 수가 있는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촛불 시위는 역시 청와대 뒷뜰에서 감상해야 제 맛이라능"



1) <쿵푸 팬더>의 줄거리를 아주 고깝게 축약하자면, 용의 전사가 되기 위한 정치권의 내부 권력 투쟁과 그로 인해 시민들이 애궃은 피난살이를 감수해야 하는 어느 마을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쿵푸 팬더>에서 '용의 전사' 체제가 갖는 무목적성은 정치적인 맥락에 있어서 정말 치명적인 결점입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아이들의 재미란 컨텐츠가 갖는 정치적 합목적성과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관과 인간관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죠.

2) 저는 주로 포가 가진 용의 전사로서의 진정한 자질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처음엔 쿵푸를 정말로 순수하게 좋아하는 자세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더군요. 포가 용의 전사가 된 것은 그야말로 거북이 대사부가 찍었기 때문이고 그 자체로 우연이 아닌 운명일 따름이었습니다. 아마도 <쿵푸 팬더>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라따뚜이>(2007)의 주제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용의 전사가 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정도일테죠. 그리고 시푸가 포를 용의 전사로 단련시키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맞춤형 교육을 통한 재능 이끌어내기'도 좋은 메시지가 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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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영화 소식을 접했을때 공개된 스틸샷만으로도 흔한 동물소재 애니메이션과는 어딘가 다르다고 느껴졌다. 쿵푸라는 단어에서부터 이 영화가 노리는게 분명했기 때문이다.(잭블랙도 ^^)헐리웃 3D애니메이션은 픽사라는 본좌가 이끌면서 픽사를 벤치마킹한 애니메이션이 줄줄이 따라오는 양상을 보였는데 쿵푸팬더도 사실 그 대열에 끼어있다. 픽사를 따라가기위해 후발주자들은 귀여운캐릭터와 스타마케팅(헐리웃 유명배우들에게 더빙을 맡기는)의 힘을 빌었는데 쿵푸팬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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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Jack | 2008/07/08 09:1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너무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의미가 담겨져 있는 영화 같아요..
하면 된다 등등.
잘 보고 갑니다.
BlogIcon 신어지 | 2008/07/08 10:59 | PERMALINK | EDIT/DEL
"아무나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다" 라는 메시지도
<쿵푸 팬더>에서 찾을 수 있죠. 댓글 감사합니다. ^^
BlogIcon 주드 | 2008/07/08 09:3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재밋긴 했는데, 뭔가가 부족하더군요. 너무 대놓고 교훈적이랄까요.
팀원들과 회식용으로 보기에는 최고의 선택 이었지만요. :)
BlogIcon 신어지 | 2008/07/08 11:00 | PERMALINK | EDIT/DEL
대놓고 교훈적일 뿐만 아니라 교훈을 반복 주입하기까지 하죠. ㅎㅎ
일종의 동물 우화라서 다양한 은유들을 생각해볼 수 있어 더 재미있네요. ^^
BlogIcon 아쉬타카 | 2008/07/08 13: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사실 저는 너무너무 재미있게 보았지만, 딱 2% 부족한 것을 꼽으라면,
무적의 5인방과 타이렁이 너무도 안쓰럽게 느껴졌다는 것에 있겠네요.
평생을 노력해도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뚝 떨어진 놈한텐 어쩔 수 없다는 건, 어쩌면 굉장히 우울한 결말이었죠. 2편이 분명히 나올테니 2편에서 타이렁이 또 등장해서 3편쯤에서 다스베이더처럼
타이렁이 다시 귀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아요(너무 나간듯 --;;)
BlogIcon 신어지 | 2008/07/08 13:43 | PERMALINK | EDIT/DEL
타이 렁이 20년 정도 감옥살이를 했다잖아요. 3편쯤에서

타이 렁 : 내가 네 아빠다
포 : 뭥미?
타이 렁 : 마을에서 술 먹고 행패부리던 시절에 웅녀와 나는...
티그리스 : 그럼 포와 내가 남매?

(이때 등장하는 또 다른 동생)

푸우 : 형, 꿀이나 좀 드세요.
BlogIcon 인생의별 | 2008/07/08 13:2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왠지 모르게 타이 렁에게 연민의 감정이...;
그리고 좀 뭐랄까, 메시지가 좀 상반되는 것 같아요.
모든 건 운명으로 정해져 있다고 해놓고는 믿으면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말이죠.
그러나저러나 저는 나름 재밌게 보았습니다. 잭 블랙 때문에 말이죠ㅋ
영화 보는 내내 잭 블랙이 머리 속에 맴돌아서 웃지 않을 수 없더라구요.
BlogIcon 신어지 | 2008/07/08 13:48 | PERMALINK | EDIT/DEL
처음부터 잭 블랙을 염두에 두고 포의 캐릭터를 구성한 듯 싶어요. 더스틴 호프먼이나 안젤리나 졸리 등도 참 잘 어울리고요. <쿵푸 팬더>는 속편 보다 프리퀄인 <쿵푸 타이거>, 그는 어떻게 운명의 장난에 놀아났는가? 는 어떨런지. ㅋㅋ 그러고 보면 아쉬타카님 말처럼 <쿵푸 팬더>의 운명론은 <스타 워즈>에서 아나킨과 루크의 그것과 많이 유사하네요. 거북이 대사부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하는 모습이 왠지 히브리족의 하나님 같아 보이기도 해요.
BlogIcon 아오네꼬 | 2008/07/14 02:2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신어지님의 포스팅을 읽으니 영화가 다시금 떠오르며 색다르게 느껴지네요.ㅋ 미국의 무서운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기획력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영화였지만... 저러한 자본과 기술력, 기획력을 가진 미국이 가끔은 부러워지네요 ㅡㅜ
헐리우드 영화를 볼때면 늘 미국의 강대국 똥파워가 내재된 것에 기분이 나빴지만 요즘은 최대한 배제시키고 보려고 노력중이랍니다.;;
BlogIcon 신어지 | 2008/07/14 12:26 | PERMALINK | EDIT/DEL
기술적으로도 훌륭하지만 기획력이 단연 돋보인 작품이란 생각이예요. 미국 것이라면 환장을 하고 좋아라 하는 것도 별로이지만 미국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타적인 자세로 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배울 건 배워서 이겨야죠. ^^
BlogIcon 아르도르 | 2008/08/02 20: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픽사애니메이션과 다른 맛이나는 재밌는 작품이었습니다^^
BlogIcon 신어지 | 2008/08/02 21:13 | PERMALINK | EDIT/DEL
부담없이 보고 즐길만한 작품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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