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5 08:00
★★★★☆"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을 통해 <숏버스>를 봤습니다. 그냥 본 것이 아니라 드디어, 마침내 봤노라고 해야겠군요. 얼마나 쎈 영화이길래 그 오랜 동안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지금껏 각종 영화제나 기획전을 통해서만 찔끔찔끔 상영이 되고 있었던 것인지가 궁금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영화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일반 영화관에서 상영되기 힘들 겁니다. 등급외 영화 전용관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천상 이번과 같은 기획전을 통한 관람 기회를 잡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포스터의 일러스트와 같이 그룹 섹스 장면이 대단원을 장식하는 모양이다, 발기한 남자 성기가 나오거나 정액이 화면에 잡히는가 보다, 라는 정도로만 생각했다가 완전히 큰 코 다쳤습니다. 단순히 노출 '수위'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노출의 '양과 질'이 모두 엄청나더군요. 물론 <숏버스>는 노출만을 위한 영화는 아닙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에로틱한 시선을 취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숏버스>에서의 노출은 그 자체로 하나의 플롯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섹스 장면을 아주 대량으로 담기로 한 자체가 기존 영화 관습의 경계를 훌쩍 넘어서기 위한, 그리하여 논란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세상의 수도 없이 많은 포르노 영화들이 이미 경계선 너머의 영상물로서 존재해왔고 그 밖의 '예술적인 에로물'들이 하나 둘씩 표현에 관한 금기를 깨오고 있긴 했습니다만 <숏버스>와 같이 거의 혁명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과격하게 도전장을 내민 경우는 이제까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숏버스>에서의 노출은 연기가 아니라 실제의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과격합니다. 주요 배역을 제외한 많은 출연자들이 실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성행위를 하거나 자신들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또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훔쳐보는 것도 참여의 한 방식"이라는 점을 들어 관객들을 <숏버스>의 세계에 동참하게 만듭니다.
섹스가 꼭꼭 숨겨놓아야 할 것이거나 반대로 엄청나게 숭고한 그 무엇이 아니라 적어도 등장 인물들에게 있어서 만큼은(그리고 사실은 모든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지극히 일상적인 소통 방식이기도 하고 자아 실현의 도구이기도 하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숏버스>의 내러티브란 결국 그리 낯설지 않은 청춘 영화 또는 성장 영화의 전형을 따라가고 있는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도시 전체가 정전이 되었다가 절정의 순간에 이르러 전기가 다시 들어오는 부분은 차라리 진부하다고도 할 수 있는 요소가 되겠고요. 그럼에도 존 카메론 미첼이 상상해낸 뉴욕 언더그라운드 클럽의 유토피아적인 자유로움은 그의 전작 <헤드윅>(2001)에 못지 않은 풍성한 미적 감각과 코믹함의 향연을 선사해줍니다. 주인공들이 모두 좌절에 빠져 있을 때 시작되는 클럽의 매니저, 저스틴 본드의 In The End 연주는 존 카메론 미첼이 <숏버스>를 통해 들려주고자 했던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 그 본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감흥을 불러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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