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에릭슨 HBH-DS200의 번들 이어폰을 대체할 커널형 이어폰들을 좀 알아봤습니다. 기껏 몇 만원씩이나 주고 산 블루투스 헤드셋도 모자라 이어폰을 또 구입하다니요. 제 수준에 HBH-DS200 정도면 결코 모자라는 음질은 아닙니다. 문제는 블루투스 헤드셋을 주로 이용하는 환경이 실내가 아니라 시끄러운 바깥이라는 사실입니다. 집 안에서는 2.1 채널 스피커에 연결해서 듣고 밖에서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게 되는데,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오픈형 이어폰이란 외부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는 음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거죠. 그러나 보면 과도하게 볼륨을 올려서 듣게 되고 그리하여 장기적으로는 난청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더불어 주변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소음 제공자가 되기도 하고요. 음악 좀 제대로 듣고 싶다는 욕망은 현실적으로 잡음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부 소음을 차단하면서 좋은 음감을 전달받기 위한 헤드폰은 역사가 아주 오래된 물건이죠. 집 안에 훌륭한 오디오가 있더라도 식구들에게 방해가 주지 않고 홀로 음악 속에 푹 잠기기 위해서는 헤드폰이 따로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늘상 갖고 다니기가 불편하다보니 워크맨과 함께 소형 이어폰의 시대가 열렸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듣고 싶다는 욕망은 워크맨을 만들었고 외부 소음으로 차단된 환경에서 음악을 더 잘 듣기 위해 커널형 이어폰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존의 오픈형 이어폰이 스피커를 최대한 귓구멍에 가깝게 가져가는 데에서 그치면서 음의 손실과 소음의 유입이 많을 수 밖에 없는 형태였다면 커널형은 귀마개와 같이 부드러운 캡으로 귓구멍을 아예 메워버리는 방식입니다. 커널형 이어폰의 장점은 결국 외부 소음을 완전히 차단해준다는 점인데요 이 때문에 안전 문제가 지적되기도 합니다. 주변 소음을 어느 정도는 듣고 있어야 길을 가다가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오픈형 이어폰도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결국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지요. 복잡한 도로에서는 음악을 아예 안듣는게 좋습니다. 그러나 조용한 도서관 같은 곳에서는 커널형 이어폰이 스스로를 위해서나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나 좀 더 유용한 방식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엔 단돈 몇 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MP3 플레이어도 있긴 합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음원을 재생하는 기기에 비해 헤드폰이나 이어폰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죠. 기기를 구입하면 대체로 이어폰 하나씩 덤으로 하나씩 끼워주는게 보통입니다. 마트에서 단돈 몇 천원에 구입할 수도 있고 비행기나 기차를 타면 공짜로 마구 나눠주기까지 하죠. 하지만 경험해 보신 분들은 다 공감하시듯이 같은 기기라 하더라도 이어폰에 따라 음감은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평소 '절대 음감은 없다. 기기에 내 귀를 맞추리라'는 소신으로 AV 지름신과 담을 쌓고 살았던 저도 PC용 이어폰을 불과 몇 천원짜리 파나소닉 이어폰으로 바꾸고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평소에 듣던 같은 곡인데 마치 전혀 다른 음악처럼 이전에 안들리던 음들이 마구 들리는 현상을 경험한 거죠. PC가 음악 감상용으로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PC와 함께 받았던 헤드셋이 엄청 구렸던 겁니다. 음악을 재생하는 기기 보다 몇 배 더 비싼 이어폰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뽐뿌와 지름신이란 용어는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되기 이전에는 없던 말이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다 보니 이런 물건도 있구나 하고 알게 되고, 적당한 물건을 찾다 보니 점점 더 고급스럽고 성능이 좋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어 결국 과도한 소비를 하게 되는 현상이 지름신의 정체이고 인터넷 경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상거래 채널일 뿐만 아니라 더 큰 시장을 형성해주는 펌프장인 셈이죠. 늘상 강조하듯이 무조건 모른 척하고 살기 보다는 자기의 필요에 맞는 물건을 적정한 가격에 구입해서 잘 쓰는 것이 방법입니다. 물론 상당한 자제력이 필요한 일이긴 합니다만 지피지기면 이겨내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이번에 블루투스 헤드셋의 오픈형 번들 이어폰과 교체할 커널형 이어폰을 구입하면서 제가 원했던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50 ~ 60cm 길이는 너무 짧으니 1 ~ 1.2m 정도로 긴 것, 음질이 번들 이어폰 보다는 떨어지지 않을 것, 그리고 HBH-DS200의 볼륨 기능을 대체할 이어폰 자체 볼륨 조절기가 있으면 더 좋겠다는 것. 커널형 이어폰의 대부분이 1.2m 길이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길이가 짧더라도 연장선을 연결할 수 있기도 하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Shure SE-530 & Sony MDR-EX700SL


이어폰의 지존으로 대접받고 있는 Shure사의 제품들을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위 사진 왼편이 40만원대 초반에 구입할 수 있는 Shure SE-530입니다. 디자인도 쌈빡하고 볼륨 조절기가 있어서 무척 편리할 것 같습니다. 소니 제품들 중에는 볼륨 조절기를 채택하고 있는 스테레오 이어폰은 없더군요. 사진 오른편은 소니의 최고가 이어폰인 MDR-EX700SL입니다. 현존하는 커널형 이어폰 가운데 가장 큰 드라이버(16mm)를 채용하고 있는데 인터넷 최저가 25만원 수준입니다. 최상의 음질 구현이 지상 과제인 이런 제품들은 하나 같이 좌우대칭형이더군요. 이와 같은 수준의 제품들이 음질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에버런 S60H에서 128kbps 파일로, 그것도 블루투스로 연결해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가격대의 이어폰을 쓰는 건 한마디로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물론 돼지도 진주 목걸이를 선물받아 쓰는 건 마다하지 않습니다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Sennheiser CX500 & Altec Lansing UHP-301


좀 더 현실적인 가격대로 좋은 음감을 전달해주는 이어폰들은 10만원대 안팎의 제품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선 볼륨 조절기가 있는 커널형 이어폰을 찾아보니 다시 Shure 제품들이 우수수 나와주시고... 그중 젠하이저(Sennheiser)의 CX500이 눈에 띄었습니다. 헤드폰/이어폰 쪽에서는 워낙 알아주시는 데다가 볼륨 조절기에 디자인도 이쁘장하셔서 지름신이 아주 발을 동동 구르시더군요. 같은 볼륨 조절기가 있는 커널형 이어폰으로 알텍렌싱사의 UHP-301도 눈에 띄었습니다. 2008년 새제품으로 코드가 직물 재질로 되어 있고 SnugFit이라는 실리콘 재질의 이어 플러그가 독특했습니다. 일반적인 커널형이 아니라 오픈형 이어폰을 기본으로 독자적인 방식으로 소음 차단성을 강화한 것인데 이어 플로그가 귀에 잘 맞지 않을 경우 대략 난감한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구매 리스크가 좀 있어보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Sony MDR-EX32LP & Kaister KE-33


결국 볼륨 조절기까지 있는 커널형 이어폰 중에는 부담없는 가격에 구입해 쓸 수 있는 마땅한 제품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볼륨지원' 옵션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HBH-DS200의 느리고 섬세하지 못한 볼륨 조절 기능을 계속 이용하기로 하면서 과도한 지출을 일단 자제했습니다. 이제 남은 건 '그냥 좋은 커널형 이어폰'을 적당한 가격대에 잘 골라 구입하면 되는 거죠. 처음엔 사실 별 생각없이 소니 MDR-EX32LP를 주문했었습니다.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에 음질도 적당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으면서 별로 불만들이 없는 것 같더군요. 블루투스 헤드셋이 소니에릭슨 제품이니까 이어폰도 소니로 가면 궁합도 잘 맞을 거라는 별 근거없는 생각도 한 몫 했습니다. 그런데 주문을 받은 업체가 굼뜨는 움직임을 보이는 바람에 주말 전에 급히 했던 주문을 취소하고 천천히 다른 커널형 이어폰들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던 겁니다.

국산 제품으로 카이스터(Kaister) KE-33도 입소문이 무척 좋더군요. 최고 9만9천원인데 인터넷 최저가 2만원까지 구입 가능한 제품이었습니다. 그러나 디자인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이어 플러그와 전선이 연결된 방식의 내구성도 좀 의심스러워 보였습니다. 그외 오디오테크니카의 ATH-CK32가 저렴한 가격에 디자인도 적당해 보였습니다만 음질이 좋지 않다는 악평이 많아서 제외. 그러던 중에 볼륨 조절기가 있는 커널형 이어폰을 찾다가 발견한 젠하이저 CX500의 하위 모델인 CX300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젠하이저 이어폰으로서 음질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은 데다가 모 업체의 수입 정품이 9만원대인데 2만원대의 병행 수입품을 구입할 수가 있더군요. 이런 경우는 인터넷 경제의 좋은 점이 발휘되는 순간 아니겠습니까. 책상 앞에 앉아서 10만원대 제품을 반의 반 가격에 저렴하게 구입해서 쓸 수 있는 기회를 잡기로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젠하이저 Sennheiser CX300


볼륨 조절기가 있는 CX500도 병행 수입품이 있으면 더 없이 좋으련만,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어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모델은 CX300 밖에 없더군요. 상위 모델인 CX500, CX400과 달리 이어폰 잭에 금 도금이 되어있지 않은 걸 보면 애초부터 보급형 제품으로 기획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이만하면 지나치게 과도한 지출을 억제하면서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좋은 제품을 적당한 가격에 구입했다고 생각됩니다. 젠하이저 커널형 이어폰에 대한 사용기는 따로 쓸 필요가 없을 듯 하네요. 전문적으로 세분화해서 평가할 재간이 없는 바에는 그저 좋더라는 말 외에는 달리 할 말도 없을테니까요. 참, 박스 오프닝 정도는 가능하겠네요. ^^




ps1. 위에서 언급한 2만원대의 '병행수입' 젠하이저 CX300은 짝퉁이었습니다. 주의 요망이고요, 대경바스컴에서 총판하는 정품이고 품질보증서가 있는 물건이 아니면 구입하지 마세요. 육안 식별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역시 짝퉁이었던 2만원대 젠하이저 Sennheiser CX300 개봉기

ps2. 크리에이티브 Creative EP630은 2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는 젠하이저 CX300의 튜닝 모델로 알려져있는데 사진을 보면 정말 로고 프린트를 제외하고는 CX300과 똑같더군요. 음질도 정품 CX300와 같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직접 들어보거나 이어폰 캡을 벗겨봐야 알 일입니다. 젠하이저 하청 공장이 OEM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젠하이저 짝퉁 제품을 만드는 공장이 하는 것인지... 그런데 이것 마저도 짝퉁 벌크 제품이 또 있다고 하는군요.
신고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11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tmrw 2008.05.20 00:22 신고

    밖에선 차음성이 좋은 이어폰이 확실히 위험한 것 같아요. 걷기운동할땐 왠지 코디도 나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용기를 내서 헤드폰을 쓰고 나가는데,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바로 옆에서 쌩 하고 지나간게 여러번이었어요. 사람이 오는줄도 모르구요. 그러니 저도 모르게 계속 사방을 두리번대며 걷게 된다는. ㅋㅋ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5.20 01:09 신고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외부 소음이 차단된 채 음악감상을 할 수 있다는 점에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이동 중에는 역시 삼가하는 것이 좋겠더라고요. ^^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멜로요우 2008.05.20 01:09 신고

    젠하이져 ㅋ
    이어폰 계의 명품 브랜드를 쓰시는군요 ㅋㅋ
    제 친구가 이런 분야에 매니아적인 애가 있는데 모델명은 모르겠지만
    젠하이져 이어폰이라면서 들어보라고 했는데...
    "야 네 표정이 완전 황홀한데? ㅋㅋ"
    ...
    ..
    그 때 처음으로 음질의 차이란 이런 거구나 깨달았었답니다 ㅎㅎ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5.20 01:14 신고

      ㅋㅋ 어쩌다보니 그리 비싸지도 않은 가격에 브랜드 이어폰을 하나 쓰게 됐습니다. 음원도 중요하고 음악을 재생하는 기계도 중요하지만 스피커야 말로 음질과 음감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요소죠. 훈련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여러 개의 이어폰으로 같은 곡을 청음해보면 그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일 도착인데 나름 기대가 큽니다. ^^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comodo 2008.05.20 03:04 신고

    저도 고등학교 땐가.. 커널형 이어폰을 썼던 적이 있었어요. 정말 좋긴 하더군요. 엎드려 자기도 좋고 ㅋㅋ 시끄러운 다른 소리들도 안들리고..... 좋은 점은 많았는데 등하교하며 끼고 다니려니 스스로 생각해봐도 참 위험하긴 하더라구요. 그리고 왠지 그당시에는 생각에 고막과 소리가 나는 부분이 더 가까우면 뭔가 더 귀에 안좋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하고 사용하길 중단했었는데 저런 원리로 바깥의 소리를 차단시켜주는 거였군요.. 푸하 쑥쓰럽습니다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5.20 07:56 신고

      커널형 이어폰의 구조라면 꼭 음악을 듣지 않더라도 귀마개 효과가 충분히 있겠더군요. 저도 처음엔 귀에 안좋을까봐 클립형 헤드폰으로 시작했는데 외부 소음을 차단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물건도 소용이 없다 싶어서 결국 커널형을 쓰기로 했네요. 커널형 이어폰이 귀에 좋지 않다, 오히려 오픈형 보다 낫다, 논란이 많던데 일단 한번 사용해보고 판단하려고요. 이미 오래 전에 망친 몸... ㅋ 오픈형도 마찬가지지만 아무튼 이어폰으로 음악 들으면서 복잡한 도로를 걷는 건 삼가하는 것이 맞는 일이죠. ^^

  4.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페니웨이™ 2008.05.20 11:54 신고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사실 요즘 Bose-IE에 필이 꽂혔는데.. 흠 좀 비싸서 다른걸 알아보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5.20 13:04 신고

      터치에 사용하실 유선 이어폰이라면 좀 더 쓰실만 하지잖나는 생각도 들지만 CX300 정도로 일단 부담없이 시작을 하시는 것도 괜찮을 듯 싶어요. 드라이버 구경이 작은 커널형 이어폰 중에서는 가격 비 최대 효과일거라 생각됩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5.20 22:09 신고

      방금 찾은 건데요, 이거 한번 읽어보실만 할 거 같습니다.

      http://cafe.naver.com/drhp.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13387

      ps. 까페에 가입해야 읽을 수 있다고 나오네요.
      네이버 검색에서 '커널형 이어폰 여러개 청음후기'로
      검색해보시면 가입 안하고 읽을 수 있습니다.

  5. addr | edit/del | reply 2010.09.02 15:48 신고

    좋은글이네요 ㅎ ㅎ 해외에서 직접 cx300 ll 모델구입한유저인데요 한국에서는 그모델이 짭이 판치더군여 ;;여튼 삼백 모델 제껀 금색도금도 되잇구 ㄱ자 도 두껍게 만들어져잇구요 ㅎㅎ 매우 좋네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