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2 15:04
어제 저녁 11시 2007-2008 프리미어리그 최종전 10 경기가 동시에 진행되었고 맨유는 위건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하면서 승점 87점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루니가 얻어낸 패널티킥을 성공시켜 결승골을 넣은 호날도는 시즌 31골이라는 엄청난 기록으로 득점왕 자리에 올랐고 두번째 쐐기골을 넣은 라이언 긱스 역시 보비 찰튼경이 갖고 있던 맨유 최다 출장 타이 기록과 개인 통산 10회 우승 기록을 세우며 유종의 미를 거뒀죠. 2000년 프로 데뷔 첫 해부터 매년 소속 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는(2001년은 제외) 박지성 선수도 참 대단한 기록의 사나이입니다. 작년 목발을 짚은 채로 팀 훈련장에서 축하를 해야 했던 아쉬움을 이제는 과거의 한 페이지로 돌려버리고 2007-2008 시즌 우승을 축하하는 현장에서 다시 메달을 목에 걸었죠. (시즌 10 경기를 못채우는 바람에 단상에 오르면서 메달을 못받은 쿠쉬착과 피케의 모습은 상당히 안습이더군요)
맨유의 우승을 낙관하고는 있었습니다만 위건전 자체는 그리 녹록치 않더군요. 시즌 중반부터 부쩍 경기력이 좋아진 위건은 지난 주말 맨유 홈에서 승점 3점을 헌납하던 웨스트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어요. 맨유도 안타깝게 놓친 골이 많았지만 위건의 헤스키와 벤트를 활용한 포스트 플레이가 상당히 위협적이었어요. 혹시나 동점골을 허용하지나 않을까, 추가골이 절실한 상황에서 승리에 쐐기를 박은 건 루니의 어시스트를 받은 라이언 긱스의 왼발이었죠. 이번 시즌 경기력이 확연하게 떨어진 상황에서도 퍼거슨 감독의 배려 속에 팀의 새로운 전설을 만들기 위한 교체 출전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두말할 나위 없는 훌륭한 마무리를 보여주었네요.
반면 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맨유와 우승 경쟁을 벌였던 첼시는 볼턴과 1:1 무승부를 이루는 바람에 승점 85점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 리그 2위를 확정했습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경기 초반 존 테리가 왼쪽 팔 골절상을 당하면서 실려 나갔다는 거죠. 개인적으로 첼시의 대량 득점을 예상했었는데, 테리의 부상 때문인지 셰브첸코의 선제골로 앞서던 첼시는 결국 볼턴에게 동점 골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실려나가는 장면을 보았는데(무척 아동복스러워진 새 첼시 유니폼도 봤고요) 그 정도 부상이면 다음 주 수요일에 있을 챔스 결승전에 출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겠더군요. 테리의 부재가 첼시의 경기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건 지난 시즌부터 확인된 사실입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 일이지만 모스크바에서 맨유와 박지성이 챔스 우승컵도 마저 들어올리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선수들의 전력은 여전히 첼시가 조금 앞선다는 생각인데요, 여우같은 퍼거슨 감독의 역량이라면 더블을 충분히 해낼 수 있지 싶습니다.
강등권 탈출이 몸부림이란 이토록 무서운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라운드였어요. 첼시에게 패한다 하더라도 골득실에서 비교적 안정권이라고 했던 볼턴이 첼시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이루는 저력을 발휘했고요, 버밍엄은 블랙번을 상대로 한 홈 경기에서 4:1 완승, 레딩도 더비 원정에서 간만에 골 폭풍을 몰아치며 4:0 완승, 그리고 지난 라운드에서 극적인 강등권 탈출에 성공한 풀럼이 포츠머스 원정에서 1:0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로써 더비카운티와 함께 버밍엄과 레딩의 다음 시즌 강등이 확정되었고 풀럼은 레딩과 같은 승점이지만 골득실에서 3개가 앞서 잔류에 성공했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김두현 선수가 뛰는 웨스트브롬위치가 프리미어리그에 합류하게 되죠. 다섯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다음 시즌 활약도 무척 기대됩니다.
1장 남은 UEFA컵 진출권을 놓고 에버튼과 아스톤빌라도 마지막까지 경쟁을 했는데 뉴캐슬을 홈에서 맞은 에버튼이 야쿠부 2골, 레스콧 1골 합작으로 3:1 승리를 거두며 자력 진출권 확보에 성공했습니다. 반면 아스톤빌라는 웨스트햄 원정에서 아쉬운 2:2 무승부에 그쳤죠. 하지만 두 팀 모두 이번 시즌을 무척 훌륭하게 보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아스톤 빌라는 블랙번과 함께 인터토토컵에 출전하게 되든가 아마 그럴 겁니다. 포츠머스는 풀럼 전에서 제임스 골키퍼가 결장한 가운데 또 무득점 패배를 당했는데 저러다가 FA컵 결승에서도 쓴 맛을 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38라운드에서 가장 놀라웠던 결과는 미들스브러가 맨시티를 무려 8:1이라는 스코어로 대파하면서 시즌 마지막 홈 경기를 치렀다는 사실입니다. 맨유와의 눈발 날리는 홈 경기에 두 골을 몰아치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부풀어오르게 했던 알베스가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다우닝도 2골을 넣는 등 한마디로 안방에서 신나는 골잔치를 벌였습니다. 프로축구 경기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게된 데에는 상대팀의 무기력증이 크게 작용했던 탓이라고 봐야죠. 에릭손 감독의 경질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맨시티가 마지막 경기에서 방향을 잃어버리고 뒤로 나자빠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듯 합니다. 그외 아스널이 선더랜드 원정에서 월콧의 한방으로 1:0 승리를 챙겼고, 리버풀은 토트넘 원정을 2:0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토레스 왕자님이 1골 1어시스트를 했군요.
저의 마지막 판타지팀 스쿼드는 맨유와 아스톤빌라, 첼시에 집중했습니다. 드록바를 공격수에 넣고 싶었으나 자금이 모자라더군요. 무리를 안하길 잘했죠. 더비를 상대하는 레딩도 꽤 좋은 결과를 얻을 것 같았습니다. 실점 보다는 승점이 필요한 맨유, 단 한 점이라도 아쉬운 첼시라서 마지막에 체흐 골키퍼를 선택했는데 볼턴에게 한 방을 먹고 말았습니다. 수비진은 퍼디낸드가 무실점 선방에 보너스 점수까지 챙겼고 클리쉬는 무실점이었지만 옐로우카드를 받았더군요. 라우르센이 요즘 좋지 않았는데 차라리 레스콧을 영입할 걸 그랬습니다. 쇼레이도 좋았는데 대기 명단에 놓았었고요. 다득점 기록에 열을 올리는 '양민 학살' 호날두를 재영입, 다시 캡틴을 시켰더니 패널티킥 득점을 하나 했습니다. 에시엔 대신에 발락으로 바꿔봤지만 별 소득이 없었고 벤틀리를 버리고 선택한 헌트는 어시스트를 하나 했네요. 배리가 1득점에 보너스 점수까지 챙겼습니다. 공격진을 지난주 그대로 유지했더니 산타크루즈가 1 어시스트에 옐로우카드. 그리고 별거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대기 선수로 데리고만 있었던 버밍엄의 무암바 선수가 득점을 올린 것이 나름대로 특이 사항이네요.
저는 판타지리그를 이번 시즌 3라운드부터 시작했었는데 무려 138의 선수 교체를 해가며 총점 1,654점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전체 170만 회원들 가운데 84만등 정도를 했으니 말 그대로 중간은 한 거죠. 총점에 신경 안쓰고 주말마다 경기 결과를 예측해보는 위주로 선수들을 5 ~ 6명씩 바꿔가며 했는데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맨유, 첼시, 아스널, 레딩 정도 말고는 아는 팀도 별로 없고 그나마 유명한 공격수들 말고는 아는 선수가 거의 없었습니다만 이렇게 한 시즌을 보내고 나니 예전보다 프리미어리그의 디테일에 대해 확실히 많이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빅 4 경기 외에 중하위권 팀의 경기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유명 선수들 외에도 좋은 선수들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다들 자기 나라에서는 국가대표로 한 자리씩 하는 선수들 아닙니까.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보게 되면 무척 반가울 거 같아요.
올 가을에 시작하게 될 2008-2009 시즌은 저의 블로그 이웃분들과도 리그를 하나 만들어 함께 해봤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습니다. 나중에 시즌을 새로 시작할 때 즈음 공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주간 우승, 시즌 우승을 하시는 분께 적절한 포상도 해드릴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요? 축구 좋아하시는 분들, 프리미어리그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다들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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