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1 09:00
수원과 대구의 K리그 9라운드 경기를 보고 왔습니다. 변병주 감독의 대구 FC는 현재 K리그 중위권에 랭크되어 있지만 득점이 지난 라운드까지 17개로 리그 1, 2위인 수원, 성남과 동률이었습니다. 단 한번의 무승부 게임이 없는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죠. 무패의 성적으로 K리그와 컵대회에서 모두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수원이지만 경계를 늦출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동시에 굉장히 재미있는 내용이 기대되는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장신 선수들이 많긴 하지만 대체로 호리호리한 체격들인 수원에 비해 대구는 선수들이 전부 상당히 다부진 체격을 갖고 있더군요. 이근호 선수도 오늘 처음 봤는데 TV에서 보던 모습과 달리 꽤나 굵직한 신체 조건을 갖춘 선수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수원은 여전히 마토가 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 평소와 달리 에두-신영록-서동현의 쓰리톱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기대했던 바 대로 경기는 매우 빠르고 역동적이었습니다.
결국 수원이 대구를 3:2로 제압하기는 했습니다만 현장에서 지켜본 오늘 경기는 한마디로 '무능한 주심이 수원 경기장 전체를 들어다 놨던' 경기였습니다. 전반전 이관우의 코너킥을 받아 서동현이 깔끔한 선제 헤딩골을 성공시킨 다음 김대의의 프리킥으로 곽희주가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그러나 주심은 에두 선수의 반칙을 선언하며 득점을 무효화했습니다. 그리고 전세가 뒤집어졌습니다. 에닝요 선수가 오른쪽으로 빠르게 파고 들더니 수원의 문전으로 크로스, 이근호 선수가 동점골을 만들어 냈습니다. 마토의 공백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근호 선수가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에닝요 선수가 다시 전광석화같은 역전골을 터뜨렸습니다. 수원 홈에서 이렇게 역전을 허용하는 건 처음 보는 지라 상당히 당황스럽더군요.
대구가 2:1로 앞선 상황에서 후반전이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송종국의 프리킥으로 곽희주 선수가 동점 헤딩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전광판에도 2:2가 표시되었죠. 이제 하프라인에서 다시 시작을 해야 하는데 골키퍼가 골킥을 차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이게 갑자기 어떻게 된거냐 난리가 났죠. 수원 선수들이 주심에게 몰려가 항의를 했습니다. 수원 서포터 스탠드 쪽에서 물병이 서너개 날라오기까지 했죠. 가끔 심판이 어처구니 없는 판정을 할 때 "심판 눈떠라"라는 구호를 외치는데 오늘처럼 모든 관중이 격렬하게 구호를 외친 적은 제가 본 중에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기사를 보니 곽희주 선수가 핸드볼 반칙을 했다고 대구 선수들이 항의를 했고 선심과 상의한 주심은 수원의 득점을 번복했습니다. 그러나 카메라에 잡힌 진실은 곽희주 선수가 아닌 대구 수비수의 팔에 맞은 거였죠. 자기 팀 선수의 팔에 맞은 것을 갖고 수원의 핸드볼 반칙으로 주장한 대구 선수들도 얄밉지만 제대로 보지도 못했으면서 잘못된 판정을 내려버린 심판들(홍진호 주심과 김용수 제2부심)도 참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입니다.
다행히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고 결국 동점골은 터지고야 말았죠. 송종국의 프리킥을 신영록이 헤딩으로 연결, 서동현이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떠나갈 듯한 분위기. 그리고 수원의 골을 두번이나 취소시킨 주심은 송종국의 코너킥 찬스에서 결국 대구 수비수의 반칙을 선언, 패널티킥 찬스를 수원에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여기에 항의하느라 대구 선수들이 여럿 옐로우 카드를 받았고요. 서동현이 찼으면 해트트릭이었겠지만 주장인 송종국이 넣어 역전골을 만들었습니다. 인저리 타임은 무려 9분이었지만 추가골을 만들려는 수원과 동점골을 성공시키려는 대구의 노력은 모두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경기는 그대로 3:2 수원의 승리로 끝이 났죠.
펠레 스코어로 역전승을 거두긴 했지만 그리 기분 좋은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심판의 오심으로 값진 승리를 날릴 뻔 했던 것도 그렇지만 수원의 3 득점에 필드골이 하나도 없었다는 건 큰 아쉬움입니다. 득점으로 성공된 건 프리킥 상황에서 2개, 패널티킥으로 1개가 전부였고 맹활약한 서동현 선수도 결정적인 문전 찬스를 두 차례나 날려버렸거든요. 골대를 맞고 튕겨져 나간 조원희 선수의 중거리 슛이 제대로 들어갔더라면 훨씬 기분 좋은 승리가 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무패의 성적에 매 경기 멀티 득점을 해주고는 있지만 그림 같은 필드골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건 팬 입장에서 2% 아쉽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반면에 대구는 에닝요 선수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낸 전반 2골이 모두 훌륭했습니다. 좀 파고든다 싶더니 이내 동점 골을 어시스트한 장면도 좋았고 프리킥 직접 슈팅으로 역전골을 뽑아낸 솜씨는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수원에서 이런 활약을 해주는 선수가 바로 이관우인데 요즘 컨디션이 안좋다더니 후반 초반에 교체되어 나가고 말았습니다. 수원은 요즘 대부분의 골을 세트피스 상황이나 문전 앞에 배달된 것을 밀어넣는 식으로 만들어내더군요. 중원에서의 압박과 전술적인 역량이 좋은 덕분이기는 합니다만 아주 인상적인 그림들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늘 나드손을 대신해 영입한 브라질 용병 루이스 선수가 첫 선을 보였는데 다시 교체 출전을 했는데 과감한 슈팅을 날리지는 못했습니다만 움직임이 상당히 매끄럽더군요. 공격형 미들이나 셰도우 스트라이커로서 앞으로 큰 활약을 기대해볼만 할 것 같습니다.
창원에서 열린 경남과 성남의 경기는 4:3 성남의 승리로 끝습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휘해야 했던 조광래 감독도 차범근 감독과 마찬가지로 심판들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더군요. K리그의 심판 자질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긴 합니다만 선수들과 관중들의 수준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것에 비해 심판들의 경기 운영 능력은 아직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K리그가 발전하려면 경기가 더욱 재미있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심판들 역시 구단과 선수들, 관중들의 노력하는 이상으로 좋은 경기를 만들 수 있도록 애를 써야만 합니다. 응원하는 팀이 경기에 이기더라도 오늘과 같은 불미스러운 상황이 반복된다면 이제 조금씩 늘어나는 K리그 관중들은 다시 돌아설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한축구협회 K리그 심판님들, 제발 멋진 경기에 고추가루 뿌리고 관중들 마음 상하게 하는 일 좀 그만해주세요.
내일은 오후 3시에 상암에서 서울과 인천의 경기가 있고 TV 중계도 해주네요. 경기 지켜보겠습니다. 장외룡 감독과 인천 유나이티드, 파이팅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녁 11시에는 맨유가 시즌 우승을 결정짓는 웨스트햄 위건 원정 경기! 골뱅이 안주 사다놓고 맥주 마시면서 시청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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