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8 14:15
★★★☆☆상영관에 한아름 사들고간 간식 세트 중에서 팝콘과 콜라만 먹고 주머니에 넣어둔 버터구이 오징어 꺼내 먹는 일은 까맣게 잊고 나왔을 정도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아이언 맨>의 최대 매력은 역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토니 스타크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즐거움입니다. 아무도 하지 못하는 일을 가능케 하는 천재적인 두뇌와 집중력의 소유자이고 아버지의 대를 이어 미국 최대 군수 산업체의 CEO로서 천문학적인 자산을 가진 자본가, 그리하여 자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취재하려는 미녀 기자도 단번에 자빠뜨릴 수 있는 매력의 소유자라는 외적 조건들을 논하기에 앞서 매사에 자신감 있는 태도로 임하는 단호함이나 입만 열면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코미디가 되는 자연스러운 유머 감각이 관객들의 큰 호감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원래 그와 같은 캐릭터가 토니 스타크이긴 하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 의해 비로소 살아 숨쉬는 인물이 되어 관객들 앞에 설 수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아이언 맨>을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지적하고 싶은 수많은 과학적 오류와 중동 문제에 관해 이미 알고 있는 몇 가지 사실들을 잠시 접어주어야만 합니다. 자신이 만들고 팔아치운 무기가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데에 사용되는 것을 알게 되어 회심을 했다는 부분도, 그렇다고 하시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줘야만 하는 수준입니다. 토니 스타크와 같은 인물이 자기 회사의 주력 사업 부문을 폐쇄한다는 건 <데어 윌 비 블러드>(2007)의 다니엘 플레인뷰가 자기 재산을 가난한 자들에게 모두 나눠주고 목회자의 길을 가기로 하는 것 만큼이나 비현실적입니다. 물론 비현실적이라고 해서 그런 일이 없으리란 법은 없지요. 정말 그런 일이 있다면 그 자체가 하나의 큰 감동이고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되어야 마땅한 것 아닐까요. 그러나 <아이언 맨>에서 토니 스타크의 회심은 아이언 맨으로 탄생하기 위한 배경일 뿐 그 자체로 영화의 목적이 아닙니다.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을 깊이 파고 들면서 관객들을 납득시키는 일은 <아이언 맨>에서는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따지고 들기 시작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안되는 일 투성이인 영화입니다. 마음 먹고 <아이언 맨>에서 엉터리라고 생각되는 부분과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짚어내자면 꽤 긴 목록을 작성할 수도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무슨 소용인가요. 가장 성공적인 영화 관람은 영화를 가장 즐겁게 보는 그것입니다. <아이언 맨>도 몇 가지만 접어줄 수 있다면 다른 왠만한 블럭버스터들 보다 훨씬 즐겁게 볼만한 요소가 많은 작품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탁월한 연기는 <아이언 맨>을 보는 가장 큰 즐거움라 할만한 부분이고 그외 영화 전체적으로 기술적인 문제점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매끈한 연출이 돋보입니다. 배우 출신 감독인 존 파브로우가 직접 출연도 했다길래 어디에 나오나 궁금했는데 영화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토니 스타크의 운전 기사로 몇 장면 나와주시더군요. 그외엔 출연 장면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답니다.
제프 브리지스의 악역 연기는 이번에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전형적인 '알고 보니 그 놈이 젤 나쁜 놈' 캐릭터이신데 수많은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해온 배우가 하루 아침에 조연급으로 전락했다는 느낌 보다는 역시 썩어도 준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훌륭한 연기 변신이었습니다. 그외 기네스 팰트로나 테렌스 하워드나, 역할 자체가 워낙 보조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가 굉장히 안정되어서 보고 듣기가 무척 편하다는 느낌을 주는 데에 다들 일조하고 있더군요. 꽤 유명한 배우들을 잔뜩 모아놓은 값비싼 영화들이 많지만 <아이언 맨>은 그 중에 배우들의 재능을 제대로 써먹고 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그 외 아이언 맨의 탄생 과정과 활약상은 관객 취향에 따라 충분하기도 하고 좀 부족하기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제 경우는 이 정도면 충분히 아기자기 재미있었고 스펙타클도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엔딩 크리딧이 끝나고 속편을 예고하는 보너스 컷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이 그랬듯이 차기작들을 위해 1편에서는 화려한 볼거리를 일부러 자제했으리란 추측성 기대를 하게 만듭니다.
(요 밑에는 스포일러성 잡담입니다)
<배트맨>과 <스파이더 맨>을 비롯한 많은 수퍼히어로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느라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던 것과 달리 <아이언 맨>은 "내가 아이언 맨이다"라고 온 세상에 떠벌리지요. 과연 토니 스타크 답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면모가 앞으로도 <아이언 맨>을 다른 수퍼히어로물들로부터 차별화시켜주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아이언 맨>이 색다르게 느껴졌던 또 한가지 요소는 아이언 맨을 만들 때부터 로봇들과 대화하던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 맨 수트를 입었을 때에도 계속 인공지능 컴퓨터와 대화를 하는 점이었습니다. 가면만 뒤집어 쓰면 완전히 딴 사람처럼 행동하던 <스파이더 맨>과 달리 계속 토니 스타크의 얼굴을 계속 보고 음성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할까요. 그러고 보면 초현실적인 능력을 발휘하기 보다 여러 장비들을 활용하는 수퍼히어로라는 점에서 <배트맨>과 유사하면서도 일종의 로봇 SF 액션물의 요소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손바닥에 보조 추진 장치가 있어서 강한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 공중 부양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새로운 수퍼히어로에게 아쉬움을 표할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review 2007 ~ 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초속 5센티미터 (秒速 5センチメ-トル, 2007) (22) | 2008/05/12 |
|---|---|
|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2007) (20) | 2008/05/10 |
| 아이언 맨 (Iron Man, 2008) (30) | 2008/05/08 |
| 할람 포 (Hallam Foe, 2007) (8) | 2008/05/03 |
| 너를 보내는 숲 (殯の森, 2007) (12) | 2008/04/30 |
| 나는, 인어공주 (Русалка, 2007) (4) | 2008/04/27 |
Trackback Address :: http://differenttastes.tistory.com/trackback/895
|
Tracked from 라디오키즈@LifeLog | 2008/05/08 18:18 | DEL
매년 여름 극장가는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헐리우드 블록 버스터의 출현과 함께 달아오르곤 한다. 그런 와중 우리를 찾아온 첫번째 블록 버스터 아이언맨(IRON MAN)은 마블 코믹스 사단의 초인으로 다분히 시리즈물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 흥미있는 오락 영화. 줄거리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세계적인 군수 업체를 이끄는 토니 스타크. 그는 일찍부터 발휘하기 시작한 천재성과 쇼맨쉽으로 전형적인 억만장자의 삶(한량?)을 살고있다. 그러던 중 아프가.. |
|
Tracked from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 2008/05/08 22:16 | DEL
드디어 2008년의 본격적인 블록버스터 시즌이 포문을 열었다. 볼 영화가 없어 지루하기 짝이 없던 극장가가 서서히 헐리웃 대작들의 열기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올해는 유독 슈퍼히어로를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가 대거 포진중인데 그 첫 번째 주자로 존 파브루 감독의 [아이언맨]이 개봉했다. ⓒ Marvel Enterprises/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국내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선 캐릭터이지.. |
|
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Story | 2008/05/08 23:32 | DEL
감상기 들어가기전에 영화 "아이언맨"을 아직 보시지 않았거나 보신 후에 원작에 관심이 가실 분들을 위한 글들을 먼저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DVD 프라임 영화게시판에 'Al Dente'님께서 올리신 글들입니다. 아이언맨 완전정복 1/4 아이언맨 완전정복 2/4 아이언맨 완전정복 3/4 아이언맨 완전정복 4/4 또한, '은경사랑장고'님이 올리신 [아이언맨]의 악당-아이언 몽거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지구온난화, 그에 따라 일찍 찾아오는 초여름과 작년부터.. |
|
아무래도 난 이 영화를 보기도 전에 어떤 편견을 갖고 있었던것 같다. 주변 대부분 사람들이 이 영화가 꽤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스스로 얼마만큼의 기대치를 품은채 영화를 봤던 것이다. 그러니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는 느낌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혹은 내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일수도... 작년 이맘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던 '트랜스포머'를 보고서도 난 지금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우선 내가 '아이언 맨'을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 |
|
뭐든 만드려면 간지가 나야돼요 정도의 메시지 였습니다. 아랍놈들이 나쁜놈들 이라는 식의 내용이 화면에 나와도 Marvels 에서 나온 거라면 이유따윈 생각치 않고 그냥 극장에서 봐줘야 하는거죠. 화려한 영상과 볼거리가 있으니까요. 어린이날을 기념하고자 -_- 가족이 다 같이 보러 갔었는데 신기하게도 부모님이 참 재미있어 하셨습니다. 게다가 기네스펠트로도 상당히 귀엽게 나와서 더욱 만족입니다. 후후. 영화의 내용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영화를 보는.. |
|
네이버 씨네21 IMDB 저도 뒤늦게 이 영화를 보고야 말았군요. 보기전 이상하게도 이 영화는 땡기지 않던데 그 생각때문인지 재미는 있되, 그것뿐인 영화로 결론내렸어요. 저는 액션영화를 크게 두가지로 구분짓는데 홍콩스타일의 육체를 이용한 무술과 총격신이 주인 영화 - 성룡,이연걸,오우삼감독의 영화들 - 와 헐리우드의 물량과 기술이 투입된 무지막지한 액션이 주인 영화 - 터미네이터,다이하드 - 정도로요. 최근엔 홍콩스타일을 헐리우드에서 가져온 영화 -.. |
|
Tracked from Throw me Tomorrow | 2008/05/25 21:11 | DEL
아이언 맨 (Iron Man, 2008) 푸푸풉 거리며 잼나게 본 영화 저 이뿐 갑옷 너무 부러워 가벼워 보이진 않지만 최신 시스템까지 갖춘 튼튼한 철갑옷을 입으면 세상 두려울게 없겠지 나도 저런거 하나 있었으면 ㅋ 요즘의 난 내구성 좋은 철갑옷보다는 까칠한 고슴도치 티셔츠를 입고 살아간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뭐 괜찮다 근데 난 테렌스 하워드가 훨씬 맘에 들어 영화보다가 이 사람만 나오면 일단 기분이 좋다 키 188의 완소남 보기 드문 멋진 흑인.. |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