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6 16:28
K리그 8라운드는 안타까운 남의 집 소식이 먼저 날아들었어요. 지난 5월 3일(토)에 성남이 포항과의 홈 경기에서 2:3으로 패배했고 서울은 전남과의 원정에서 3:3으로 무승부를 이뤘습니다. 그리고 5월 5일(월) 어린이날 전북의 홈으로 찾아간 수원은 서동현과 조재진의 득점으로 1:1 무승부를 이루며 경기가 종료되기 직전, 인저리 타임에 터진 조용태의 결승골로 2:1 승리를 거뒀습니다. 어시스트를 기록한 백지훈의 복귀전으로서도 무척 성공적이었고 마토가 없는 상황에서도 전북 징크스를 깨뜨린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른 경기였습니다. 이로써 수원은 7승 1무 무패의 성적으로 성남/서울과의 승점 차를 7점으로 벌리며 K리그 단독 1위의 자리를 더욱 확고히 했습니다. 지난 4월 30일(수) 경남과의 컵대회 A조 4차전을 1:1 무승부로 마치는 바람에 연승 행진은 멈추게 되었지만 올 시즌 들어 12경기 무패, 10승 2무의 호성적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차 감독은 "아직 독주체제가 아니다"라며 경계하는 발언을 했지만 제가 보기에 올해 K리그는 이미 수원의 독주체제입니다.
리그의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리그 우승이나 강등권 탈출과 같은 경기 목표가 없는 팀들의 경기력 수준이 어떻게 확연하게 달라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더군요. 맨유의 홈, 올드트래포드에 방문한 웨스트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못나니" 나니 선수가 퇴장을 당한 상황에서도 별다른 공세 없이 맨유의 리그 우승에 버팀목이 되어주었죠. 원정 팬들조차 '우리가 원하는 건 첼시를 엿먹이는 것'이란 표정으로 자기 팀의 대량 실점을 즐기는 표정이었습니다. 경기를 대충 치르는 걸로는 토트넘이 올 시즌 선두 주자죠. 칼링컵 우승으로 UEFA컵 진출권을 확보한 이후로는 시즌 끝날 때까지 이것저것 테스트나 해보는 중입니다. 레딩 원정에서 간만에 터진 로비 킨의 골로 1:0 승리를 거뒀고요.
리그 5위로 UEFA컵 진출권을 놓고 에버튼과 다투고 있는 아스톤빌라가 위건을 맞은 홈 경기에서 2:0으로 패배한 것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덕분에 위건은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확정 지을 수 있었습니다. 위건이 자격 있는 팀이라는 데에는 일찍부터 동의를 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렇다고 아스톤빌라의 무득점 패배는 이해가 잘 안가는군요. 더비를 홈으로 불러들인 블랙번은 경기 초반에 실점을 하더니 결국 3:1로 역전승을 했습니다. 산타크루즈가 2골을 넣었어요. 더비의 카롤 골키퍼가 엄청난 세이브 포인트를 기록한 걸 보니 블랙번이 거의 융단 폭격을 했던 모양입니다.
풀럼이 버밍엄과의 홈 경기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두며 드디어 강등권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토트넘에게 진 레딩과 승점이 같은데 골 득실에서 앞서는 모양이예요. 풀럼의 마지막 38라운드 경기는 포츠머스 원정인데요, FA컵 결승 확정 이후 완전히 헤매고 있는 포츠머스이기에 리그 잔류의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됩니다. 반면 버밍엄은 블랙번과 홈 경기를 치르고, 레딩은 더비 원정입니다. 볼튼이 선더랜드와의 홈 경기를 2:0으로 승리하면서 강등권에서 한발짝 멀어지긴 했지만 다음 경기가 첼시 원정인지라 완전히 좌불안석인 상태입니다. 미들스브러와 선더랜드는 다음 시즌 잔류가 거의 확정적으로 보이네요. 결국 강등권 2자리를 놓고 볼튼, 풀럼, 레딩, 버밍엄의 운명이 다음 주말에 갈리게 될 예정입니다.
제임스 골키퍼가 계속 결장하고 있는 포츠머스는 오직 FA컵 우승에만 관심이 있는 것인지, 미들스브러 원정에서 2:0으로 또 패배했습니다. 실점이야 있을 수 있다 쳐도 계속 무득점 패배를 하는 건 지켜보는 입장에선 참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지난 주말 저를 가장 열받게 했던 건 아스널과 에버튼의 경기였어요. 이날의 아스널은 더이상 제가 알던 아스널이 아니더군요. 파브레가스와 흘렙, 플라미니 등 주전 미드필더들이 다 빠졌다 하더라도 지난 일요일의 아스널은 거의 2군 경기 수준의 경기력이었다고 밖에 표현이 안됩니다. 에버튼도 한심하긴 마찬가지였지요. 아스톤빌라가 이번 라운드에서 패배했으니 자신들은 무승부만 해도 된다? 그딴 식으로 하니까 결국 1점을 내주고 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별 볼 일 없기로는 리버풀과 맨시티의 1:0 경기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네요. 1년 내내 고생한 선수들, 이제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신다면 뭐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만.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마지막 경기로 뉴캐슬과 첼시의 경기가 어제 자정에 있었는데 전반전 홈팀의 공세를 잘 견뎌낸 첼시가 결국 후반 발락과 말루다의 연속 골로 2:0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 즈음의 최대 화두는 역시 2007-2008 시즌 리그 우승을 어느 팀이 할 것이냐일텐데 이번 주말 위건 원정 경기를 갖는 맨유가 우승할 확률이 99%라고 생각됩니다. 볼턴을 홈에서 맞는 첼시도 승점 3점을 반드시 추가할테지만 맨유가 위건이네 집에 가서 다된 밥에 코 빠뜨릴 일도 거의 없어 보이거든요. 퍼거슨 감독의 제자인 위건의 스티브 브루스 감독은 "맨유의 우승을 위해 첼시를 잡겠다"고 공언을 했었고 지난 첼시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던 바 있습니다. 이때 위건이 '순리대로' 첼시에게 패배했었더라면 지금 리그 1위는 첼시였을지도 모를 일이죠. 존경하는 강팀을 꺾는 일에 힘쓰기 보다는 싫어하는 팀을 엿먹이는 일을 더 즐거워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본다면 맨유는 오는 주말 위건 원정에서 리그 우승컵을 무난히 들어올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지성이 우승 컵에 입맞춤하고 환호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네요.
맨유와 첼시의 대결은 이번 주말이 아니라 21일(수) 모스크바에서의 챔스 리그 결승전이죠. 맨유가 우승한다면 역시 아직은 맨유가 한수 위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될테고 첼시가 우승한다면 리그도 첼시가 우승할 수 있었다! 하게 될테죠. 아브라모비치의 고국이니 맨유 입장에서는 왠지 중립 지역이 아닌 원정 경기를 하는 듯한 찝찝함이 있긴 합니다.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리버풀을 누르고 결승에 오른 첼시의 막판 상승세도 무시무시하고요. 무링요 감독이 사임했을 때만 해도 첼시가 이번 시즌 이 정도까지 하리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별로 없었죠. 하지만 워낙 좋은 선수들을 많이 갖고 있다보니 동기 부여가 된 사자떼들 마냥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첼시 구단주께서 메시를 영입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불렀다죠. 그랜트 감독 후임으로 히딩크를 데려오기 위해 러시아 국대 감독 재계약에 제동을 걸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첼시가 다른 팀들고 서포터들로부터 괜히 미움을 받는게 아니라고요.
지난 주말 저의 판타지팀 스쿼드는 아스톤빌라 풀 베팅을 유지하면서 블랙번을 크게 밀어주는 형국이었습니다. 그 결과 아스톤빌라는 쫄딱 망하고 대신 블랙번이 점수를 많이 벌어다줬습니다. 더비에게 1실점만 하지 않았어도 프리델 골키퍼까지 제 몫을 단단히 했을텐데 그저 아쉬울 따름이네요. 2골 1어시스트를 한 '양민 학살' 호날도를 끝내 재영입하지 않았던 건 저의 뼈아픈 실책입니다. 파브레가스를 굳게 믿었건만 스탠드에 앉아 잡담이나 하고 있고... 흙흙. 다쳐서 아예 시즌 아웃이랩니다. 그래 고생 많이 했다. 가을에 다시 보자. 파브레가스 대신에 존슨이 아니라 샤르너가 올라갔으면 좋았을텐데. 위건이 아스톤빌라에게 무실점 원정 승리를 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역시 아쉽네요. 전반적으로 보너스 점수를 얻은 선수가 많았습니다. 총점 57점. 호날도 캡틴 효과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무난했던 라운드라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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