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3 10:43
★★★☆☆<영 아담>(2003)과 <어사일럼>(2005)의 영국 감독 데이빗 맥켄지의 새 영화인데요, 전작들 만큼이나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인간 욕망과 심리 상태의 묘사에 중점을 두고는 있지만 주인공 할람(제이미 벨)이 이제 갖 성년이 되는 나이인 만큼 전반적으로는 꽤 밝은 느낌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인물 묘사와 이야기의 진행 자체는 데이빗 맥켄지 특유의 사실적인 연출 방식과 일관되어 있으면서도 젊고 역동적인 배경음악들1)을 많이 사용한 덕에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전작들에 비해 훨씬 활달한 편이고 때로는 무척 흥겹기까지 합니다. 새로운 음악의 진수성찬 같은 인상 때문에 대니 보일 감독의 <트레인스포팅>(1996) 생각이 나기도 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트레인스포팅>을 통해 국내에 처음 알려졌던 독특한 개성의 배우 이완 브렘너가 출연하고 있어 무척 반갑기까지 하더군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년 전에 어머니가 죽은 이후로 동네 사람들을 훔쳐보는 악취미인 동시에 꽤 숙련된 재주를 갖게 된 소년이 집을 떠나 런던에 에딘버러에 머물게 되면서 자기 어머니와 똑같이 생긴 여성 케이트(소피아 마일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끝내 알게 되고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집착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첫 사랑과 '이루어지지 않을 기약'을 하며 헤어지는 과정은 성장 영화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데이빗 맥켄지 감독의 전작들에서부터 깊이 있게 다뤄져온 인간 욕망과 죄의식의라는 주제가 어린 소년의 성장 드라마로 외형을 바꿔 입은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몽환적인 분위기로 욕망과 죄의식의 수로를 헤매는 듯한 느낌의 <영 아담>과 풍부한 에피소드로 고전 영화의 기품을 맛볼 수 있게 해주었던 서사극 <어사일럼>에 비해 이번 <할람 포>의 결말은 왠지 대중적인 취향을 너무 고려한 듯 해서 개인적으로 살짝 실망스러웠습니다.2) 내러티브의 구조 상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가족, 특히 새 엄마와의 갈등이라는 큰 호빵 속에 할람과 케이트의 멜러가 앙꼬처럼 들어가 있는 형태입니다. <할람 포>의 앙꼬는 달콤쌉싸롬한 편이고 그 앙꼬 묻은 호빵은 뒷맛이 너무 달아서 제 입맛에는 좀 아쉬운 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이미 벨은 <빌리 엘리어트>(1999)의 그 발레 소년이고요 소피아 마일스는 <언더월드>(2003)와 <트리스탄과 이졸데>(2006)에 출연했던 배우로군요. 마치 "케이트 윈슬렛이나 레이첼 와이즈를 꼭 캐스팅하고 싶은데 주인공 보다 나이가 너무 많아보일 것 같아. 어쩌면 좋지?" 하다가 마침내 찾아낸 해법인 것만 같습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2007)에서 다니엘 플레인뷰의 동료로 나와 잠깐 얼굴만 비추었던 키애런 하인즈가 할람의 아버지로 출연하여 좋은 연기를 '충분한 시간 동안' 보여줍니다. 새 엄마 배리티를 연기한 배우는 <조 블랙의 사랑>(1998)에서 브래드 피트의 상대역을 맡았던 클레어 폴라니인데 할람에게는 일종의 팜므파탈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습니다. 할람과 케이트의 관계도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은 아니지만 할람과 배리티의 경우는 데이빗 맥켄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지독한 관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 Hallam Foe OST 수록곡 보기
2) 데이빗 맥킨지의 차기작은 2009년 개봉 예정으로 이미 촬영을 끝낸 상태인 <Spread>인데 애쉬턴 커처 주연의 섹스 코미디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대니 보일과 같이 컴백홈을 하게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헐리웃이 데이빗 맥킨지의 재능들 가운데 엉뚱한 부분만을 골라서 수입한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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