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1 12:18
오랜만에 첫 주말 50만 관객 동원 영화가 나왔군요. 성룡과 이연걸을 같은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포비든 킹덤>이 1위를 했습니다. 개봉 3주차를 맞은 <테이큰>은 누적 관객 130만을 불러모으며 2위로 내려 앉았고요. 그 아래 3 ~ 5위에 걸쳐있는 영화들은 전국누계가 20만명 안팎에 불과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숫자가 아주 심하게 적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뭐, 그외에는 특별히 덧붙일 말이 없는 박스오피스 차트로군요.
그럼 이번 주 새로운 개봉작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모든 마름모꼴 점수는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매긴 주관적인 기대치입니다. 포스터를 클릭하면 씨네서울의 영화정보 페이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확한 상영 일정은 예매 사이트 등을 통해 별도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키아누 리브스에 비해서는 관심을 덜 받은 편이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내한도 한국 시장의 위상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사례였다고 생각되네요. 오래 전부터 한국 관객들의 관심 끌기에 주력해온 <아이언 맨>이 드디어 개봉입니다. 12세 이상 관람가의 영화이지만 어른들 취향에도 잘 부합한다는 평가입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애어른 캐릭터가 꽤 훌륭한 편이라고 합니다. 5월 연휴를 맞아 온가족이 함께 즐길 만한 제대로된 블럭버스터가 드디어 당도했다는 느낌이네요.
주연 배우와 함께 내한했던 존 파브로는 <베리 배드 씽>(1998) 등에 출연한 개성파 배우인데 이 영화의 감독님이셨더군요. 영화에 출연까지 한 것은 아니고 연출만 맡았습니다. 포스터 중앙의 대머리 악당 캐릭터는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나 닉 놀테인줄 알았는데 제프 브리지스라고 하는군요. 원래 좀 닮은 배우들이긴 합니다만 저렇게 외양을 바꾸고 나니 정말 알아보기가 힘듭니다. 그외에 기네스 팰트로, 테렌스 하워드, 사무엘 L. 잭슨 등이 출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봉태규가 싫지 않습니다. <바람난 가족>(2003)과 <가족의 탄생>(2006)에 출연한 것 외에 아직 주연 배우로서 이렇다 할만한 작품이 없긴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작품 자체는 실망스럽더라도 봉태규라는 배우가 실망을 주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지요. 봉태규가 연기하는 변강쇠라니, 이대근씨가 구축해놓은 이미지를 대체해버릴 수는 없겠지만 봉태규라는 배우는 자기 나름의 변강쇠를 이번에도 잘 연기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05년 <싸움의 기술>로 데뷔했던 신한솔 감독의 두번째 장편이네요. 해학 사극의 소재를 젊은 층의 입맛에 맞추느라 그랬는지 영화 자체는 그리 신통치가 못하다는 후문입니다. 그래도 뭐 보고 싶으신 분들은 많이들 보러 가시겠지만요.
◆◆◇◇◇중앙대 영화과 졸업 작품이었던 <용서받지 못한 자>(2005)로 큰 주목을 받았던 윤종빈 감독의 두번째 연출작입니다. 청담동 호스트바 이야기라니, 왠지 소재주의가 아니냐는 선입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런 소재이어야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감독의 사정도 있었겠지만요. 윤계상의 출연도 투자 조건 중에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고요. 문제는 같은 소재를 놓고서 어떤 보편적인 성찰을 이끌어내느냐, 어떤 색다른 관점을 제시하느냐 따위일텐데요 <비스티 보이즈>는 전형적인 호스티스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는 평입니다.
◆◆◆◆◇이 영화를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히 <빌리 엘리어트>(2000)의 발레 소년, 제이미 벨의 주연작이라서가 아니라 감독인 데이빗 맥킨지 때문입니다. 세계 시장 배급을 염두에 둔 '헐리웃화'된 영화가 아니라 영국 내수용 영화만의 별미를 맛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할까요. <영 아담>(2003)과 <어사일럼>(2004)에 이어 이번 작품도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네요. 주인공이 10대인 만큼 전작들에 비해 그렇게 음울하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데이빗 맥킨지 특유의 심리 묘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제이미 벨의 연기도 역시나 출중하다고 하네요. 멀티플렉스 몇 군데에서 상당히 작은 규모로만 배급되는 작품입니다.
◆◆◆◇◇70년대 실존 라디오 DJ였던 피티 그린의 일대기 영화입니다. 마이클 제넷의 2003년 소설을 원작으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죽음, 70년대를 풍미한 음악과 패션 코드 등을 잘 다루고 있다는 있다는군요. 화려한 입담으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었던 만큼 이런 배역에 돈 치들 만큼 적절한 캐스팅은 따로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브의 시선>(1997), <케이브맨>(2001)의 흑인 여성감독 캐시 레몬스의 연출작입니다. CGV 압구정과 신도림, 메가박스 코엑스, 스폰지하우스 중앙에서 상영합니다.
◆◆◆◇◇체코의 거장 이리 멘젤 감독의 2006년작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는 감독의 오랜 예술적 동지인 소설가 보흐밀 흐라발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2007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했다는군요. 밑바닥에서 시작하여 마침내 큰 성공을 거두게 되지만 공산 정권에 의해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기고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게 되는 한 남자의 흥망성쇠가 줄거리라고 합니다. 이리 멘젤 감독의 새로운 풍자 드라마는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단독 상영합니다.
◆◆◇◇◇20세기 폭스의 애니메이션 호튼은 온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어린이날 특별 상영작이라 할 수 있겠네요.(객석의 아이들 소음은 감안을 하셔야 할 듯) <그린치>(2000)와 <더 캣>(2003)의 원작자 닥터 수스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내용이야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위한 지극히 교훈적인 결말을 지향하고 있을테고요. <그린치>에서 주연을 맡았던 짐 캐리와 요즘 짐 캐리 보다 더 잘나가고 계시는 스티브 카렐이 영어판 더빙을 맡았고 한국어 버전은 차태현과 유세윤이 목소리 연기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더빙 영화는 왠만하면 아예 안보는 편이었는데, 애니메이션의 경우 한국어 더빙 버전이 대사의 디테일을 더 잘 살려줄 뿐만 아니라 화면에 집중해서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이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일본에서 온 또 한편의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 베이커가의 망령>의 경우는 오직 더빙판만 상영을 하네요. 2002년에 개봉했던 TV 시리즈의 극장판이라고 합니다. 19세기 런던으로 장소를 옮긴 <매트릭스>(1999)라는 평에 걸맞게 아동용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매우 치밀한 각본이 일품이라고 합니다. 롯데시네마에서 상영합니다.
5월 1일 노동절과 주말 연휴 등을 맞아 관객 몰이가 가능한 몇몇 작품들이 드디어 극장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올해처럼 극장가의 춘궁기가 길게 이어졌던 때는 없었던 것 같은데요. 개인적인 취향을 떠나 영화판 자체는 좀 살아나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상업영화가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에서 독립영화나 여러 작은 규모의 영화들이 생존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관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대중적인 영화들이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또 소비되어야 그 토대 위에서 좀 더 개인적이고 작가의 주관을 앞세운 개성 있는 작품들도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불법 DVD 단속도 많이 하고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지고 했는데, 이런 노력들이 더 좋은 영화들의 개봉과 맞물려 부디 한국 영화산업의 성장으로 열매 맺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 개봉작들 가운데 꼭 봐야겠다는 영화를 한 편씩 또 골라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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