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12 22:02
★★★☆☆중년 여성의 사랑 이야기가 그 자체로 새로울 건 하나도 없습니다. 예전부터 무슨 무슨 부인들께서 일궈놓은 텃밭에 이제는 공중파 TV에서도 아침마다 다뤄주시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 바로 외간 남자와의 사랑이니까요. 그 샘물이 마르지 않는 이유는 현실에서 그 만큼 소외되고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달래줘야 할 필요가 많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여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착취하거나 통속적인 가족주의에 대충 기대고 마는 것이 태반이긴 하지만요. 욕망의 발견과 그로 인한 주변과의 갈등을 공통 분모로 갖고 있는 이런 이야기들은 그 끝마무리를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크게 비극과 판타지로 갈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경축! 우리사랑>은 그중 판타지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갈등을 돌파하고 해피엔딩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사뭇 전위적이라 할만 합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재용 감독의 <정사>(1998, 아 이게 벌써 10년 전 영화가 되었군요)에서 서현(이미숙)이 집 안의 어항을 깨버리고 동생의 약혼자(이정재)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과 달리 <경축! 우리사랑>의 봉순씨(김해숙)에게는 애초부터 거대한 어항도 없고 비행기표를 살 돈도 없습니다. 딸(김혜나)이 버리고 간 남자(김영민)의 방에 다시 들어가 불을 껐을 뿐인데 덜커덕 임신을 해버리고 나서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냥 낳겠다고 합니다. 이런 봉순씨와 가장 강한 갈등을 빚는 인물은 따로 애인이 있는 남편(기주봉)이 아니라 젊은 딸(김혜나)입니다. 그러니까 <경축! 우리사랑>의 대립 구도는 그 흔한 가부장제와 억압받는 여성의 욕망이 아니라 내 몸으로 직접 낳은 젊은 것과의 대결입니다. 굳굳하던 봉순씨가 가장 크게 흔들린 지점도 다름아닌 딸의 막장 협박이었습니다. "무슨 엄마가 그래?" 경제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지탄이 아닌 여성과 모성 간의 갈등으로 그 핵심을 이동시키는 순간 <경축! 우리사랑>은 이제껏 한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여성 드라마의 지형도를 발견하게 해줍니다. 물론 딸과 삼각관계에 놓인 노년의 여성은 <마더>(2003)에 이미 다뤄졌던 바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역시 완전히 새롭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경축! 우리사랑>은 <마더>와 달리 통속 드라마의 비극성에 기대지 않고 무척 단호한 표정으로 상황을 돌파하며 판타지를 완성한다는 점이 확실히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라틴계의 어느 나라 영화에서 본 듯한 초현실적인 마무리는 다소 아쉽습니다만 봉순씨가 스스로의 결심을 굽히지 않고 자신의 여성성을 최고의 가치로 지켜낸다는 점은 보기에 무척 좋았습니다.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라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구상(김영민)이 동네 남자들에게 구타를 당하면서도 끝내 자신의 진심을 속이지 않는 진실한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더군요. 그녀의 이름이 봉순이라는 걸 유일하게 알고 또 불러주는 사람. 뻔하지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봉순씨의 남다른 의지로 인해 새롭게 확장되고 재구성되는 가족의 모습은 <경축! 우리사랑>이 보여주는 가장 전위적인 풍경입니다.(이것도 왠지 <안토니아스 라인>(1995)에서 이미 본 듯합니다만) 제도와 풍습의 현실성과는 거리가 멀고 그 뒤안길에는 쓸쓸히 퇴장하는 젊은 딸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봉순씨와 구상의 이 꿀맛 같은 사랑의 승리는 당연히 축하해줘야 할 일입니다. 영화 속에서나마 보았으면 하는 용기 백배의 사랑을 <경축! 우리사랑>이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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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Story | 2008/04/13 12:12 | DEL
'한솥밥을 먹다 눈 맞아버린 봉순씨(김해숙 분)의 21살 연하남과의 발칙한 로맨스를 다룬 코미디 영화.' 라는 것만 본다면, 이 영화가 중년여성의 진정한 사랑 찾기 류의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만, 실제 영화는 그와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영화는 일반적인 남자의 불륜과 그로 인해 잉태되는 아이, 그로 인한 갈등이란 공식에서 남자를 여자로 바꾸고 있습니다. 보통의 이야기에서라면 이런 이야기는 아침 드라마에 나올듯한 가슴 답답한 내용인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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