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2 09:00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업체 임원의 부인이며 네 딸의 어머니였던 테리(조안 알렌)가 하루 아침에 술주정뱅이 독설가로 변모하게 된 건 말 한 마디 없이 여비서와 떠나버린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 때문이었습니다. 원제목인 The Upside of Anger가 그렇고 막내 딸 뽀빠이(에반 레이첼 우드)가 학교 과제를 위해 제작하는 영상물에서의 나레이션이 그렇듯이 <미스언더스탠드>의 주제는 '분노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고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주 우리의 인생을 피폐하게 만들어놓곤 하는 분노라는 이름의 격한 감정이 때로는 엉뚱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20 여 년을 함께 살아온 배우자가 갑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버리고 떠나버리는 일은 세상과 자기 생활에 대한 시각을 단번에 바꿔놓을 만한 충격적인 사건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테리의 남편은 스웨덴 출신의 여비서와 바람이 난 것이 아니라 집 근처에서 실족사를 했던 것이었죠. 그로 인한 오해와 분노의 세월이 어언 3년이라니, 생각해보면 참으로 잔인한 플롯입니다. 뒤늦게 밝혀지는 이 진실의 무게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짧은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해 3년 전의 시점부터 TV 시트콤 분위기로 전개되던 영화가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을 맞는다는 느낌을 줍니다. 여태 숨겨왔던 진실이 이런 거였다면 차라리 비극적인 내용으로 영화가 전개되어 왔어야 더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영화의 전체적인 골격과 뒤늦게 밝혀지는 진실의 비극성이 약간 불균형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외에는 그다지 탓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 작품입니다. 남편을 잃고 괴팍한 성격으로 변모해버린, 그러나 영화 속에서는 그리 심각하게 보이지만도 않는 '졸지에 생과부' 테리와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 데니 데이비스(케빈 코스트너)의 관계를 중심으로 네 명의 딸들의 에피소드가 아기자기하게 잘 짜여져 있다보니 앞에서 언급한 대로 TV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유쾌하면서도 보편적인 생활의 감정들을 자주 건드리는 편입니다. 저로서는 원숙한 두 배우와 네 명의 젊은 여배우들(알리시아 위트, 에리카 크리스텐슨, 케리 러셀, 에반 레이첼 우드), 그리고 조연들의 연기 앙상블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흡족하더군요. 이따금 포커스가 엉뚱한 데에 맞춰져 있는 때가 있긴 하지만 그림 자체가 보기 좋게 잘 찍힌 영화라는 생각도 듭니다. 작년에 개봉했던 아담 샌들러, 돈 치들 주연의 <레인 오버 미>(2007)가 이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고 직접 조연으로 출연까지 한 마이크 바인더의 최근작이라고 하는군요. 더이상 미루지 말고 DVD로나마 빨리 봐줘야겠습니다.
ps. 그나저나 <미스언더스탠드>의 국내용 포스터는 정말 꽝입니다. 어떻게든 비주류 / 인디 / 아트 영화의 느낌을 내보려고 했던 걸까요? 케빈 코스트너가 등장하지 않는 세계 유일의 포스터가 바로 국내 포스터인데요, 창의적인 제목 짓기 만큼이나 포스터 재제작 실력까지 참 발군입니다. 덕분에 영화의 실제 분위기를 비교적 착실하게 전달하고 있는 해외쪽 포스터와 달리 국내 포스터는 상당히 생뚱맞은 느낌입니다. 영화 보기 전에는 비호감이고 보고난 뒤에는 실소하게 만든달까요.
포스터 보기
'review 2007 ~ 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식코 (Sicko, 2007) - 방관하는 국민들의 운명 (76) | 2008/04/10 |
|---|---|
| 어웨이 프롬 허 (Away from Her, 2006) (4) | 2008/04/04 |
| 미스언더스탠드 (The Upside of Anger, 2005) (4) | 2008/04/02 |
| 우리 동네 (2007) (14) | 2008/03/31 |
| 어웨이크 (Awake, 2007) (8) | 2008/03/30 |
|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Lars and the Real Girl, 2007) (4) | 2008/03/30 |
Trackback Address :: http://differenttastes.tistory.com/trackback/856
|
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Story | 2008/04/02 09:48 | DEL
영화 "미스언더스탠드"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유명한 케빈 코스트너부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의 파멜라 랜디 역으로 친숙한 조안 알렌, "어거스트 러쉬"의 케리 러셀,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에반 레이첼 우드가 그들입니다. "미스언더스탠드"는 비가 오는 장례식장에서의 팝아이(에반 레일첼 우드 분)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우리 엄마는 예전에 이러지 않았다. 누구나 인정할 만큼 착한 분이었다.' 그렇게 착하던 그녀의.. |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