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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서린 왕비를 폐위시키고 헨리 8세의 새로운 왕비로 등극했다가 3년 여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앤 불린에게 여동생 메리 불린이 있었다는 데에서 착안한 필리파 그레고리의 소설 <The Other Boleyn Girl>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헨리 8세가 앤에게 빠지기 전에 메리가 먼저였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천일의' 스캔들이라는 표현이 부적합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천일'이라는 숫자는 앤에게만 허락된 고유한 표현이 아닌가 했었는데 영화는 앤이 폐위와 처형을 당하는 지점까지 달려가고 메리도 시종일관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게 되어 있더군요. 나중에 영국 최초의 여왕으로 즉위하는 앤의 딸, 엘리자베스가 바로 메리의 손에 컸다는 에필로그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이룹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불린가의 딸이 천일 동안 영국 왕실을 차지했던 그 스캔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우리 말 제목도 그리 틀린 표현은 아닌 셈입니다. 바꿔 말하면 조금 다른 설정으로 출발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로 흘러가버린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내러티브의 관점은 헨리 8세나 왕위를 노리던 다른 귀족들이 아니라 불린가와 그 딸들의 입장에서 시작되고 끝가지 유지됩니다. 헨리 8세와의 관계에 있어서 메리의 존재가 실제로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불린가의 야심 때문에 두 딸과 아들(조지 불린)이 영광과 수난을 당하는 과정이 TV 드라라에 비해 좀 더 사실적이고 잔인하게 그려지는 편입니다. 레비-스트로스가 이야기했던 '여성의 교환' 개념이 잘 이해가 안되셨던 분들은 이 작품을 참조해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 자체가 싫거나 더이상 새롭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들에게는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는 작품이라는 거죠. 자매이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헨리 8세를 사랑했고, 그 과정에서 갈등과 화해를 하는 것이 불린가의 또 다른 여인을 기왕 등장시켰다면 그 부분에서 차별성을 강조했어야 할텐데 영화는 결국 앤 불린과 그 집안의 몰락에 관한 이야기로서 마무리되고 맙니다. 덕분에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스칼렛 요한슨 보다 나탈리 포트먼의 고통스러워 하는 연기가 좀 더 눈에 띄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월간 여성지스러운 이런 영화에 왜 출연들을 하신 거냐고 묻고 싶은 마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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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건 다분히 스포일러성 뒷다마인데요, 워낙 길고 긴 이야기를 압축해서 보여주느라 대부분의 장면들을 듬성듬성 건너 뛰면서도 헨리 8세가 불린가의 여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장면들 만큼은 참 기가 막히게 잘 짜맞춰 놓았더군요. 메리 불린이 막 낳은 아들을 안고 빼꼼히 열린 문을 통해 보는 그 자리에서 헨리 8세가 앤 불린에게 사랑의 서약을 하고 돌아서게 만드는 것이나 앤 불린이 참수형을 당하기 직전에 헨리 8세의 야멸찬 편지가 메리 불린에게 도착하여 읽혀지는 부분들이 그렇습니다. 역시 오랫동안 TV 연속극을 통해 갈고 닭은 능수능란한 연출 솜씨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장면들만 나왔다 하면 아주머님들이 연발하시는 대동단결 쯧쯧쯧쯧 혀차기가 환청처럼 들리는 듯 합니다.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2 : Comment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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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리뷰] 천일의 스캔들 (The Other Boleyn Girl, 2008)

    2008/03/24 15:49 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Story

    내용도 그렇고 영화적으로도 그렇고 명백히 영화 "엘리자베스"의 프리퀄인 "천일의 스캔들"은 시퀄들 보다도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작품입니다. "천일의 스캔들"은 앤,메리의 두 볼린가 여인과 헨리 8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뉴욕타임즈 선정 '지난 1000년간의 최고의 스캔들' 으로 선정되었을 만큼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니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각각 앤과 메리 역을 맡은 나탈리 포트만과 스칼렛 요한슨. 기존의 이미지(뭐, 나탈리 포트만의 배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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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영화,멜로] 욕심을 버려라! 천일의 스캔들(The Other Boleyn Girl, 2008)

    2010/07/29 15:08 tracked from 월풍도원(月風道院) - Delight on the Simple Life.

    이미지출처 : lovecat.tistory.com 욕심을 과하게 부리면 망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리고 또한, 내가 생각하는 것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것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였다. 그렇게 친하고 즐겁던 가족이, 너무나 큰 야망으로 인해 망해가는 모습을 스크린에 담아 보여준다. 교양으로 철학 수업을 들을 적에,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다시금 생각난다. “대화를 하기위한 전제조건은, 상대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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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Energizer 진미 2008/03/24 09:41

    저도 어제 보고왔는데요
    욕망에 사로잡힌 여성 그 가족들이 참 안타깝기도 하고..
    그런 그녀가 아예 이해 되지 않는 건 아니었고..

    보고나서 썩 개운하진 않더라구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3/24 19:09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욕망이니까 시대를 초월해서
      공감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며 계속 다뤄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만약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헨리 8세나 불린가의 사람들처럼
      하지 않으리라는 쪽 보다는 결국 누구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라는 쪽이예요. ^^;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스테판 2008/03/24 15:49

    영국판 "사랑과 전쟁"^^a 신구 선생의 부재가 아쉬울 뿐이랄까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3/24 19:14

      어쩌면 <사랑과 전쟁>류들이 헨리 8세 스캔들을 열심히 벤치마킹해왔던 것일런지도 몰라요. ㅎㅎ 근데 '신구 선쟁의 부재'가 뭡니까. 좀 가르쳐주세요~

    • addr | edit/del BlogIcon 스테판 2008/03/24 19:51

      "사랑과 전쟁"에서 신구선생께서 항상 법원에 온 부부들에게 마지막에 4주간의 조정기간을 주시죠^^ 앤과 헨리8세에게도 그런 기회를 줄 인물이 있었어야..쿨럭;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3/24 21:11

      흐흐. <사랑과 전쟁>이 그 프로였군요. <사랑과 야망>이랑 비슷한 건 줄 알았지 뭡니까. 신구 선생께서 뭐라고 중재하시는 모습은 오다가다 몇 번 본거 같아요. ㅋㅋ

      교황님이 유일하게 뭔가 해줄 수 있는 분이었는데 헨리 8세를 결국 아무도 막지 못했다는. 앤 불린 이후로 6번을 더 결혼했다는 자막이 참 거시기했어요. ^^;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배트맨 2008/03/24 19:49

    트랙백은 '옥석 가리기'에 이미 보내드렸으니까 따로 걸지는 않을께요.
    코멘트도 제 블로그에서 나름대로 자세히 개인적인 소견을 말씀드렸으므로.. ^^;

    무엇보다도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요.
    목요일까지 교육 때문에 블로그를 관리하실 시간이 없으시다고요? 그러면 제가 신어지님의 공천에 의해서 Different Tastes Paris의 지국장이 되었으므로, 목요일까지는 제가 이 곳을 접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나흘동안 꿈에 그리던 파워 블로그 체험을 할 수 있겠군요. (와 신난다~)

    어? 그런데 이 포스팅 내용이 왜 이래? <천일의 스캔들> 포스트 내용부터 좀 수정을 많이 해야겠네.. 영/진/공에도 대리 출석을 해야하는건가? 마지막 날에는 우수블로그 저 배너좀 떼어가야겠다. 또 가져갈 것이 뭐 없나?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3/24 21:08

      배트맨님의 불타는 야욕은 거의 불린가의 그것을 다시 보는 듯 하군요. 그러나 설령 그대가 내 아들을 낳는다 하더라도 이 블로그의 패스워드는 절대 내놓을 수가 없으니 그리 알고 조용히 좀 물러가 계시고요. 내일부터 목요일까지 낮 시간에 저 대신 오셔서 독자들의 소리에 답해주시는 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멀리서 수고 좀 해주세요.

      역시 이 블로그에 불만이 많으셨군요. 역시 지방 영주들의 반란이 가장 무서운 거 같아요.(그래서 투모로우님을 해외 지부로 보낼 수가 없다는 거예요) 이 사태를 어떻게 진압하면 좋을지 일단 생각 좀 하고 있겠습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투모로우 2008/03/25 00:37

      (모지..? @.@)

      음..저는 반란을 싫어하니
      진압용으로 써주셔도 됨.
      귀가 좀 얇아서 그렇지..괜찮을거예요. 아마 ㅋㅋㅋㅋ

    • addr | edit/del BlogIcon 배트맨 2008/03/25 01:05

      명색이 Different Tastes Paris의 지부장인데, 낮 시간동안만 한시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별로 탐탁치 않습니다. 체면이 있지요. '배트맨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유럽 런칭이 다가오고 있는데 말입니다.

      목요일까지 제가 이곳을 접수를 할 예정이지만, 제 블로그와는 달리 파워블로그여서 혼자서는 관리가 힘들 것 같네요. 안면은 없지만 투모로우님과 인사를 나눈 후 밀실 회담을 해볼까 하는데요..

      당분간 투모로우님의 블로그에는 오지 마세요.
      귀가 얇다고 하시니, 제가 설득하면 볼린가처럼 실패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늦은 시간이지만 투모로우님께 인사좀 드리러 가야겠습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3/25 21:10

      투모로우, 배트맨/ 수도방위사령관을 자처하시는 투모로우님이 배트맨님 쪽으로 합세하신다고 해도 크게 원망하지는 않겠습니다. 예루살렘은 항상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까요. 음하하하.

  4.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comodo 2008/03/25 03:17

    푸하 위에 배트맨님과의 설전이 재미있네요 크킄~
    별로인가보네요~ 꼭 보고싶었던 영환데!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3/25 21:13

      꼭 보고 싶었다고까지 하실 정도라면 역시 보셔야 좋은 거 아닐까요. 제 감상문 때문에 안봤는데 나중에 우연히 보고 이렇게 재미있는 걸 별로라고 해서 극장 관람을 놓쳤다고 하시면 아니되십니다. ^^;

  5. addr | edit/del | reply 2008/04/16 05:34

    비밀댓글입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4/16 07:43

      당시 헨리8세는 미남이거나 갑부 같은게 아니라 절대권력의 소유자로 '인간'의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ㅋㅋ

  6.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시크릿 2008/04/16 05:37

    비밀글로 쓴 내 글이 나한테도 안 보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4/16 07:37

      티스토리 회원이 로그인한 상태로 있을 때에만 자기가 남긴 비밀댓글을 볼 수 있어요. 그외에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수정하기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

  7.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시크릿 2008/04/16 19:36

    아 그렇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티스토리 회원가입도 맘대로 못하는 거던데 ㅋㅋㅋㅋ 덕분에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비밀스럽게 써야될 덧글들을 그냥 써도 되는 겁니까 이거? ㅋㅋ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4/16 23:49

      필요하시면 제가 초대장 보내드릴께요. 언제든 말씀하세요. 티스토리 사용자들끼리는 자기가 남긴 댓글에 다시 댓글이 달리면 자기 블로그의 관리자 화면에서 금방 알 수 있답니다. ^^

      그러고 보니 순진한 청소년 보호에 앞장서는 블로그가 되기 위해서는 시크릿님은 앞으로도 계속 비밀댓글만 남기시는게 좋겠어요. ㅎㅎㅎ

  8. addr | edit/del | reply 2008/04/17 00:33

    비밀댓글입니다

  9.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검은괭이 2009/03/12 21:58

    정말 실망한 영화였답니다 ㅠㅠ 나탈리 포트만은... 너무 오바스러운 연기로 저에게 시종일관 부담을 안겼고! 에릭 바나는 옷태만 멋있었을 뿐이고! 영화는 군데군데 너무 많이 짤렸고! 흑 ㅠㅠ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3/14 21:17

      저는 영화 후반부에 나탈리 포트만의 오바스러운 연기라도 있어서 그나마 덜 지루했다는 쪽이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