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깐느 취향의 영화다. 아주 보편적이며 근원적인 수준의 도덕적 딜레마를 건조한 스타일로 다뤄주는 영화들. 그러고 보면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2005)와도 무척 비슷한 톤의 영화다. 하지만 <4개월, 3주... 그리고 2일>에서는 주인공이 하룻밤 사이에 겪게 되는 천근만근 무게의 심리적 중압감을 좀 더 직접적으로 펼쳐보이는 편이다. 카메라는 각 장면과 상황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지만 그 밑바닥에 깔린 인물들의 감정은 당장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을 만큼 복잡하고 고통스럽기만 하다. 그런 감정들을 애써 억눌러야 하는 칠흙같은 시대의 공기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임신한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다는 전제는 같으나 <주노>(2007)에서와 같은 낙관적인 판타지가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의 세상에서는 허락되지 않는다. 차우세스쿠 집권 말기였던 87년의 여대생들은 여느 서방 세계의 젊은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나름의 자유로움과 느긋함을 만끽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혼전 임신을 하지 않았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소심한 성격의 룸메이트 가비타(로라 바질리우)의 불법 낙태 시술을 돕기 위해 산전수전을 함께 겪어야만 하는 오틸리아(안나마리아 마링카)의 반나절 이야기가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의 전부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들의 여성성이 감당해야 할 사건 사고는 애 하나 지우는 일로 간단하게 끝나주지를 않는다.
그 때 그 시절의 일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영화는 독재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는다. 덕분에 10 여 년 전의 루마니아라는 특수성에서 벗어나 현재 어느 곳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유효성을 얻는다. 낙태가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되지 않은 나라에서도 혼전 임신은 여전히 힘든 문제다. 여성성을 당연한 듯이 착취하는 구조화된 여건은 어디서나 발견된다. 그리고 낙태의 경험과 태아 유기라는 행위는 실제로 가장 흔하게 겪게 되는 인간성의 상실이고 또 그래야만 하게 만드는 삶의 조건에 관한 문제다. 낙태 시술의 합법화 여부와 상관없는 현실적인 딜레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미래의 생명을 죽이는 일이다. 호텔 식당에서의 마지막 장면은 노골적으로 들이댄 듯한 연출이지만 이걸 감히 탓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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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리뷰] 4개월, 3주... 그리고 2일 (4 Months, 3 Weeks & 2 Days, 4 Luni, 3 Saptamini Si 2 Zile, 2007)
2008/03/11 23:47 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Story* 몇몇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87년 차우셰스쿠 독재정권 아래 낙태가 금진된 루마니아. 여대생 오틸리아는 친구 가비타의 낙태를 위해 그와 관련된 일들을 준비해 나갑니다. 영화는 이 가비타가 임신중절을 하는 그 하루 동안의 오틸리아와 가비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낙태. 임신중절. 한 생명을 저버리는 안타까운 일을 그리면서, 영화는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기보다는 그저 묵묵히 바라봅니다. 그런 묵묵함이 이 영화가 추구하는 사실성을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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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4개월3주그리고2일] 끔찍한 리얼리티
2008/03/12 02:06 tracked from 필그레이's 컬처 파르페영화가 관객을 끌어당기는 힘의 원천이 허구일 때가 있고 어떨땐 리얼리티에 있다. 이 영화는 리얼리티 이다. 영화 보는 내내 어지럽게 흔들리는 카메라에 인물들의 복잡한 심정이 잔인하게 담겨 있었고 저예산이라 그런가... 때떄로 꺼멓게 어두워지는 화면 때문에 보기에 약간은 불편하기도 했다. 그래.. .이 영화를 가장 잘 표현한 건...바로 '불편했다' 이구나. '리얼리티'는 늘 그렇겠지만 '불편한 진실'이다. 영화는 여기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불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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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아, 빌어먹을 영화 : 4개월, 3주... 그리고 2일
2008/03/12 09:43 tracked from 다지지마닷컴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미성년자들은 이 글을 멀리해라. 부탁이다. * * * 오띨리아, 나는 당신같은 여자를 사랑한단다! 낙태는 인류가 발명한 가장 큰 의술이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속한 종교에서는 적극적으로 그것을 반대하고 있지만, 그것은 그저 원리원칙일 뿐이다. 어두운 시대에 그들이 인류를 유린한 역사를 근거해볼 때 원칙주의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상실한다. 낙태의 주체는 나라나 종교 따위의 단체가 아니다. 아이를 잉태한 인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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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4개월, 3주... 그리고 2일 (4 Luni, 3 Saptamini Si 2 Zil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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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이후로는 좀 밝은 영화를 보고팠었는데... 개봉하는 영화들이 딱히 그런 조건에 만족하는 영화들이 없더군요 ㅜ_ㅠ
그런 점에선 최근에 <주노>만한 영화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세를 몰아서 저는 <데어 윌 비 블러드>에 도전하러 갑니다. ㅠ.ㅠb
잘 읽고 갑니다.인간성 상실...왠지 상실의 시대라는 단어가떠올라요...;;;;
앗.신어지님!!! 저는 보고왔어요.데어 윌 비 블러드....^^
잘 보고 오세요.저는 괜찮게 봤답니다...^____^ 저도 트랙백놀이...^^
<데어 윌 비 블러드> 저는 오늘이나 내일 볼 예정입니다.
저도 트랙백 보내겠습니다. ^^
아참 새드 베케이션...포스터 정말 너무 좋지 않나요.한움큼 집어왔어요.ㅋㅋ 아직 개봉안했죠?개봉하면 함 보고싶어요.내용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포스터 느낌이 너무 좋아그런지 영상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하다싶어요.게다가 남.주가 또....멋져주시니...^^
영화가 크든 작은 알려진 배우를 앞세워서 홍보를 해야 하는 건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 작은 영화들일 수록 포스터를
참 근사하게 잘 뽑더라고요. ^^
'더 차일드'와 비슷한 톤이라니..대략 짐작이 갈듯도 하네요. 차마 볼 엄두가 안나는 영화에요.
<더 차일드>에 비해 고발성이 강하고 그래서 조금 감정적인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외면하고 싶은 사실 자체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추격자>하고도 비슷한데 그래도 이 영화는 만든 이의 진심, 만든 이의 태도랄까 그런 것들이 최소한 보는 사람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않더군요.
표현이 과격한 (아무래도 그렇겠죠?) 제 감상문을 읽어주셨다니 고맙....
좋은 영화였죠?
저도 가끔 과격한 표현을 쓰는 때가 있어요. 약간 과장된 표현 방식이 제가 느낀 감정이나 상태를 훨씬 직접적으로 드러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버트님 글 읽을 때에도 그런 의도라고 생각하고 차분하게(?) 읽었어요. ^^
네, 참 좋은 영화예요.
역시 신어지님 말대로 주노 보다는 요게 저의 취향이더라구요~
트랙백 남겨요 :)
역시 그러셨군요. 저는 <주노>는 <주노>대로, 이 영화는 이 영화대로 다 좋았어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이지만 만든 이들의 진심은 같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트랙백 보낼께요. ^^
임신 관련한 영화 아직 두개다 보지는 않았지만
전 주노 보다는 이 영화를 왠지 더 좋아할 것 같아요.
보고나서 기분은 좀 그렇겠지만요..
스토리가 어찌되는건지 참 궁금해지네요. 검색해서 찾아볼 순 있겠지만 일부러 아직 안보고있어요.
그 장면이 그렇게 충격적인가요? 추격자 보고나니 왠만해선 뭐..쩝. ^^;
스타일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영화지만 둘 다 영화 좋아요.
특정한 장면이 그렇게까지 충격적이거나 하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무겁기는 하지만 <추격자>와 같은 찝찝함을
남기지는 않아요. 같은 웰메이드에 달갑지 않은 내용,
극사실적인 표현 방식을 사용한 영화라도 만든 이의 태도에
따라 이렇게 다르다는 걸 새삼 확인할 수 있었어요.
아직까진 상반기 최고작이였어요. 주노도 보긴해야할텐데...
1월에 일찌감치 보셨었군요. 정말 <밀양>하고 비교가 될만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