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특색있는 멜러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안타까움과 그 간절한 심정이 잘 전달되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이안 매큐언의 원작에서 섬세하게 묘사되었을 각 인물의 심리 상태를 영화를 통해 그대로 느껴지도록 애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조 라이트 감독의 전작 <오만과 편견>(2005)을 보지 못했습니다만 <어톤먼트> 하나만 놓고 봤을 때에는 컷 하나하나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는 스타일로 보입니다. 빛과 어둠의 대비를 장면마다 꼼꼼하게 계산해서 담아놓았고 2차 세계대전 초반 프랑스에서 퇴각하는 영국군들의 참담한 모습을 보여주는 씨퀀스에서는 과감한 물량 공세를 펼쳐 비극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장면마다 음악을 아주 넘치도록 사용하고 있는 점도 특징입니다. 특히 타자기 소리를 이용한 배경음악이 독특한데요, 이는 슬픈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은 로비(제임스 맥어보이)와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이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지적 작가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쏟아붓는 듯한 연출의 노력이 너무 티가 난다고 할까요. 각 장면 마다의 밀도가 대단히 높지만 어느 순간 좀 질린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오래 전부터 꽤 유명했던 노래 한 곡을 굉장히 재능이 많은 연주자가 독창적인 편곡과 연주 실력으로 리메이크해서 들려주는 기분입니다. 새로운 스타일이 반갑고 더 훌륭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오리지널의 수수한 연주가 더 좋았다는 섭섭한 얘기를 들을 수가 있겠습니다. 특히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쥐고 있는 듯한 다리오 마리아넬리의 오리지널 스코어에 대한 찬반 역시 갈릴 수가 있겠습니다. <어톤먼트>에서의 음악은 다른 영화에서 배경음악이 해주고 있는 역할 보다 좀 더 중심 위치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을텐데요 이런 점을 들어 골든글로브에서 상도 주고 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시종일관 긴장과 불안을 조장하는 이런 류의 음악 스타일과 사용 방식은 그다지 반갑지가 않습니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디 아워스>(2002)에서도 미니멀한 배경 음악이 시종일관 귀에 거슬렸던 경험이 있는데 <어톤먼트>의 음악도 튀기는 상당히 튀는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어톤먼트>는 영상도 튀고 음악도 튀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군요.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최근에 '메타-픽션'이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되는데요, <어톤먼트> 역시 전통적인 서사 방식에서 벗어난 메타-픽션이 마지막에 등장합니다. 1930년대 후반에 걸쳐 전개되던 이야기가 끝나고 갑자기 현재 시점으로 건너뛰면서 이제는 노년의 모습이 된 소설가 브로니(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등장해 자신의 마지막 작품 <속죄>에 관한 인터뷰를 하는 겁니다. 실명을 그대로 사용한 자전적인 소설에서 실제와 다른 결말을 통해서나마 두 연인에게 속죄를 하고자 했다는 거죠. 질투와 복수심에서 비롯된 악의적인 위증이 앞에서 보여진 내러티브와 달리 두 연인이 결국 서로 만나지 못하고 죽게 만들었다는 고백을 하는 이 장면은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반전이 됩니다. 다행히 이 반전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기발한 반전도 아니요 억지스럽게 짜맞춘 강박적인 반전도 아닌, 깊은 슬픔의 정서를 전달하는 진지한 태도의 반전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어쩌면 브로니 개인의 속죄가 아닌 지금까지의 인간 비극을 불러일으킨 모든 악의에 대한 속죄와 반성이기도 하고 전쟁 등을 통해 죽어간 모든 이들을 위한 위로라고까지 보여질 수 있을 건 마지막 인터뷰 장면의 진지함 때문입니다. 영화 마지막의 이런 뒤집기가 생뚱맞게 보이지 않도록 영화 초반부터 같은 씨퀀스를 반복해서 보여주는 등의 '표현 방식에서의 복선'을 미리 깔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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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리뷰] 어톤먼트 (Atonement,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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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의 정서를 전달하는 진지한 태도의 반전'에 동감이요.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더욱 애절했어요. 저는 이렇게 과하게 넘치는 영화를 기다려왔었나봐요. 정말 극장에서 혼자 너무나 좋아라, 했거든요. :)
자칫 잘못 다루면 빈축만 살 수도 있었던 전환점이었는데 별다른 어색함 없이 잘 넘어간 건 확실히 연출이 잘된 덕이라 생각됩니다. 주인공 남녀의 감정 흐름은 뭐 끝내주더군요. 군인과 간호사가 된 모습으로 잠시 재회하던 장면이 정말 좋았는데요, 그것도 브로니의 속죄의 일부였는지 아니면 그것 만큼은 두 사람에게 허락되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원작 읽으시면 좀 귀뜸해주세요. ^^
스포일러 지만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영화로 본다는게 참 좋았습니다.
'메타 픽션' 새로운 거 배우고 가네요. 첨 들어보는 용어 였어요.. 무식해서..
메타 데이터라는 말이 있는데요, 데이터에 관한 요약 정보 같은 걸 뜻하는 겁니다. 데이터에 관한 내용을 다 들여다 보지 않고도 몇 가지 사항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사진 파일을 보면 이미지에 해당되는 것 말고도 카메라 기종이나 촬영 일자 같은 것이 기록되는데 이것들도 일종의 메타 데이터예요. <어톤먼트>는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이라는 이야기에 관해 작가가 나서서 부가적으로 설명하는 메타-픽션의 요소가 마지막에 첨가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간혹 전지적 화자인 작가가 소설의 줄거리 속에 직접 관여하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도 메타-픽션의 일종입니다. 전통적인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는 금기시 되었던 작가의 자의식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경향이 최근에 부쩍 많아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좋은 내용 배우고 가네요 ^^
이 영화에서 새로운 발견은 시얼샤 로난 이랄까요. 영화의 이야기상 그런 점도 있지만, 18세의 브라이오니는 어린 브라이오니에는 미치지 못하더군요. 그녀 때문에 로비와 세실리아의 사랑이 더 안타깝고 비극적으로 다가왔더라는..
18세가 되자 왜 갑자기 턱이 굵어지셨는지 약간 안습이더군요. 고통스러운 심경 때문에 퉁퉁 부은 건지. ㅋ 어린 시절의 브로니 이미지를 성년이 되어서까지 이어가려고 했으면 아마 틸다 스윈튼의 젊은 시절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마지막 인터뷰 장면의 깊은 인상이 오래 남을 듯 합니다.
저도 시얼샤 로넌의 발견의 한 표!
원작과 다른 부분이 바로 인터뷰 장면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노년의 브로니를 등장시켜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전환점을 이루는 아이디어는 영화에서만 나오는 거라는.
갑작스럽긴 했지만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제 블로그의 덧글에서도 적은 것이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온 후, 우리나라의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은 정말 반성을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어지님께서는 전체적으로 썩 만족스럽게 보시지는 않으신 것 같으신데, 제가 너무 바람을 넣어드린 것이였나요? ^^*
말씀하신 메타-픽션을 사용하지 않은 전작 <오만과 편견>을 보면, 그러한 스타일의 연출에서도 비범한 재능을 가진 연출자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못하는 것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오만과 편견>의 OST도 상당히 즐겨듣는데요. 다리오 마리아넬리는 그 작품으로 상을 받았어도 자격이 충분했을 것 같아요. 음악이 전체적으로 매우 서정적인 스타일인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조 라이트 감독만큼이나 푹 빠져있습니다.
이 영화의 트랙백은 주간 개봉영화 옥석가리기에 전에 걸었기 때문에 따로 걸지는 않을께요. :)
리뷰 잘 읽고 갑니다.. (굿 리뷰~)
저에게는 전반적으로 스타일 과잉의 영화였어요. 건조한 스타일만 좋아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영화는 영상이나 음악이나 너무 차고 넘쳐서 좀 벅차더군요. 결국 스타일의 과잉이 마지막 장면을 위한 포석이었던 건가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요. 조 라이드의 연출은 작품에 맞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연출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못할게 없다고 봐야죠.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오만과 편견> OST는 좀 더 편하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어톤먼트>의 배경음악은 중간에 드뷔시를 빼고는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계속 강조하느라. ^^
신어지님을 피곤하게 만들었던 음악 스타일은 이런 것을 말씀하셨던 거군요. ^^
저는 쫌 둔한편이어서 그런지...음악이나, 연출에서 과잉이라고 말씀하셨던 부분이 딱 만족스러울 정도의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ㅎㅎ
장면마다 음악을 너무 많이 쓰는 것도 별로인데 이 영화는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계속 강조하느라 신경을 계속 날카롭게 만들더군요. 상도 받았고 음악이 좋았다는 분들이 많으시니 유독 제 취향과는 잘 맞지 않았던 경우라고 해야겠습니다. ^^
사람들이 보는 눈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정말 저도 시얼샤로넌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된 작품이기도 했는데 진짜;; 중간층 나이의 브로니가 진짜 18세인가요..;; 믿어지지가 않아요..사실은 얼굴에 그 특징의 점이 없었으면 저 아줌마는 누구? 할 뻔 했다니까요..언니랑 친구는 다들 그 모습 그대로 잘 자랐는데..왜 혼자만 뭉툭하게 자란걸까요? "18세가 되자 왜 갑자기 턱이 굵어지셨는지 약간 안습이더군요. 고통스러운 심경 때문에 퉁퉁 부은 건지. " 저 이거보고 지금 계속 웃고 있어요...그럼 저도 고통스러운걸까요?;;;; 시종일관 부어있는데 ㅋㅋ
댓글 읽으면서 '아마도 18세까지의 고통스러운 심경 때문에 부은 것이 아닐까'라는 답변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문장에 그만.. 그럼 센~님은 그 어릴 적에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지르신 겁니까. (아, 이런 농담 좀 했다고 나쁜 쉑히 니가 날 언제부터 알았다고 그런 농담을 감히, 이러고 가버리지는 말아주세요 ㅠ.ㅠ)
머 그러고 갈거면 제가 부었다고 말하겠;;;암튼 저도 이거 죄를 많이 진 거 같은데 이거 속죄하면 살빠지는 걸까요 이게 갑자기 궁금해지는;; 아놔..이거 뛰면서 속죄해야하나 심각하게 고민좀 ㅋㅋ
센~님을 위한 강력한 속죄 코스 준비해드릴까요. 단기 과정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으니 일단 초급 속죄 코스로 석 달 정도 달리시다가 이후 빡씨게 한번 속죄해보시는 겁니다!! ㅎㅎ ;;; (버럭 화 안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능... 최근에 그런 일들이 많아서 상태가 좀 이상한 것이니 아무쪼록 이해해주시면 더 감사하다능...)
속죄가 너무 긴....숨차요 벌써..헉헉
적극 부응해주셔서 감사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