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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감독 조엘 코엔,에단 코엔 (2007 / 미국)
출연 토미 리 존스,하비에르 바르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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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엔 형제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흥행 성적은 그리 대단한 편이 못되지만 일단 좋아하게 되면 무진장 좋아하게 됩니다. 간혹 코엔 형제의 영화이기에 갖게 되는 한없이 높은 수준의 기대치를 충분하게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작품이 나오는 일도 있습니다만 그 기본값은 언제나 수준 이상입니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그저 '코엔 형제의 영화'로만 따로 분류될 뿐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과 뒤섞이지 않습니다. 어느새 10 여 편이 넘고 있는 필모그래피 안에서 코엔 형제의 영화들은 이제 서로에게 비교되고 인용될 뿐입니다. 어느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도 않고 익숙한 기존의 영화 문법을 따라가는 일도 없어 당황스러울 때가 자주 있습니다만 결국 관객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그 만큼의 신선함과 즐거움을 안겨주곤 합니다.

텍사스의 연쇄살인범 이야기라는 간단한 정보. 그리고 하비에르 바뎀의 싸이코 킬러 연기가 돋보이던 무시무시한 예고편. 기다릴 것도 없이 개봉 첫 날 보러 갔습니다. 그러나 뒷덜미가 뻣뻣했습니다. 이틀 전에 먼저 본 <추격자>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연쇄살인범이 나오는 영화지만 <추격자>는 잘 만든 것은 알겠는데 그리 만족스럽지가 않았고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잘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아주 만족스러운 영화 감상이 되었습니다. <추격자>에 100% 동의하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가 하필이면 유사한 소재의 외국 영화를 볼 때에도 계속 걸림돌이 되더라는 겁니다. 단순히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의 차이 때문인지(그렇다면 나는 한국영화는 경시하고 외국영화를 사대하는 관객인가) 아니면 좀 더 설득력있는 어떤 이유 때문인 것인지 계속 생각을 해야만 했고 그래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마음 편히 빠져들어 얼씨구나 하지를 못했습니다.

비슷한 내용과 분위기의 영화를 놓고서 한쪽 영화는 좋고 다른 한쪽은 그렇지 못하다고 할 때에는 특히 다른 한쪽이 그렇지 못한 분명한 이유를 분명히 해둬야 하는 게 맞는 일이죠. 기술적인 부분에 서 어느 쪽이 더 잘 만들었다는 걸 증명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따로 쓸 예정입니다. 그것은 곧 <추격자>가 꽤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저에게 충분하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해보는 글인 동시에 어쩌면 <추격자>에 대해 결국 반대표를 던지는 글이 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따로 물어봐서가 아니라 저 스스로를 위해 정리해둘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사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기 전 <추격자>에 관해 다른 분들과 댓글을 주고 받으며, 그리고 감독 인터뷰를 읽으며 한번 더 써두어야겠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두 영화를 연달아 보는 바람에 좀 피곤한 일이 될지라도 꼭 정리를 해두어야 할 판입니다. 이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관한 이야기나 마저 하겠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추격자>와 비교하는 일을 완전하게 피할 수는 없습니다.

(스포일러가 아주 많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도 대책 없이 무자비한 연쇄살인범이 하나 나오는 건 맞습니다. 경찰이고 뭐고 간에 걸리면 다 죽습니다. 고압가스를 이용해 쇠뭉치를 발사하는 그 장비는 원래 소 잡을 때 쓰는 건데 그걸로 사람을 죽이고 다닙니다. 커다란 소음기가 부착된 산탄총도 그의 주무기입니다. 고압가스 장비는 자물통을 날려버릴 때 주로 씁니다. 그러고 다니는게 살인마가 왔다 간 흔적이 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런 가공할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놓고 영화가 정말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냐,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코멕 맥카시 원작의 이 이야기는 만약 다른 감독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었을 작품입니다. 그러나 코엔 형제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도 자신들만의 통찰을 전달합니다. 그런 점에서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추격자>는 이미 다른 영화입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는 엄청난 서스펜스가 시종일관 넘쳐 흐릅니다. 하비에르 바뎀이 연기한 살인마 안톤 쉬거는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넘쳐 흐르는 인물인데 관객들은 그가 영화 초반에 선보인 무자비한 2연타를 이미 보았기 때문에 매 순간마다 간이 오그라들 지경입니다. 또 다른 주인공 르롤린 모스(조쉬 브롤린)는 베트남전 참전군인 출신으로 용접 일을 하다가 지금은 사냥이나 하면서 소일하는 인물입니다. 거친 외모나 말투와 달리 속은 따뜻한 '인간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그가 사냥을 하는 모습이 쉬거의 인간 사냥과 겹칩니다. 쉬거는 절대악에 가까운 '비인간적인' 캐릭터이지만 결국 쉬거가 하는 일은 르롤린의 사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나의 즐거움과 욕망을 위해 상대방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것.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시작부터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관객들이 갖고 있는 선악의 판별법에 의문을 던집니다.

멕시코와 미국의 갱단이 마약 거래를 하다가 서로 총질을 하고 다 죽어버린 현장을 찾은 르롤린은 그들이 남긴 거액의 돈 가방을 얻게 됩니다. 침착하게 현장을 빠져나온 르롤린은 그러나 마지막 인간적인 양심 때문에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되고 멕시코와 미국 갱단 양측으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그렇게 르롤린과 쉬거의 목숨을 건 숨바꼭질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여느 웰메이드 액션 영화 못지 않은 본격적인 추격전의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이 과정에 끼어드는 제 3의 인물은 은퇴를 앞둔 보안관 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입니다. 영화는 르롤린과 쉬거의 추격전으로 전개되다가 쉬거와 에드의 대결로 끝을 맺는 것이 일반적인 내러티브입니다. 그러나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관객의 기대를 크게 꺾어버리는 두 번의 칼질을 해버렸습니다. 하나는 쉬거의 추격을 따돌리며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스릴러 액션을 선보이던 주인공 르롤린이 멕시코 갱들에 의해 허무하게 죽는 것이고(총 맞는 장면도 안나오고 에드가 현장에 가보니 이미 죽어있습니다) 두번째는 최근 몇 년 간 보았던 중에 가장 충격적인 마지막 컷, 에드가 식탁에서 자기 아내에게 꿈 얘기를 하던 중에 영화를 끝내버리는 겁니다. 배급사가 아카데미상 최다 부문 후보에 오른 이 영화를 소규모 개봉으로 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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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는 자신들의 전작에서도 좀처럼 잘 하지 않던 '신나게 썰을 풀다 말고 갑자기 획 돌아서 버리는 결말'을 통해 두 가지 성과를 얻었습니다. 하나는 다른 왠만한 상업영화 보다 훨씬 강력한 긴장과 흥분을 제공했으면서도 끝내 자신들의 영화가 상업적인 영화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만드는 비타협적인 근성을 과시한 점이고, 그 보다 훨씬 더 중요한 또 하나는 앞에서 언급한 '영화를 통해 정말 말하고자 했던 바'에 집중하도록 관객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기승전결에서 갑작스럽게 '결'을 제공받지 못한 관객은 영화의 내용 전체를 다시 되새김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이게 대체 뭐냐, 역정만 낼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사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결말은 영화에서 본 그 결말 그대로입니다. 르롤린은 허망하게 죽었지만 쉬거와 에드가 마지막 대결을 펼쳐서 권선징악과 영웅주의를 완성하거나, 에드가 죽어나 둘 다 죽어서 슬픔과 허무의 정서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기 주어진 명대로 "아무도 앞 일을 알 수 없는", 그리고 "확실한 건 누구나 한번은 죽는다"는 것 하나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래도 충분치 않은 분들을 위해 한 가지 더 언급해봅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지역적 배경은 텍사스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위해 너도 나도 안톤 쉬거처럼 변해버린 냉혹한 세상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안톤 쉬거는 뭔지 모르지만 자신만의 원칙을 가진 인간 사냥꾼이었습니다. 그 원칙에 따라 동전 던지기를 해서 맞추면 살려주기도 하고 못맞추면 죄 없는 여인(죽은 르롤린의 아내)도 끝까지 쫓아가 목숨을 빼앗습니다. 그런 쉬거도 교차로에서 갑자기 달려들어온 교통사고는 피할 길이 없었고 팔이 부러진 채로 조용히 사라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쉬거에게 티셔츠를 제공한 댓가로 돈을 받은 아이는 그 돈을 탐내는 이기적인 친구와 말다툼을 합니다.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일단 탐욕의 게임에 발을 들여놓은 자는 그 게임으로부터 벗어날 도리가 없습니다. 그런 세상을 풍경처럼, 그리고 인물들을 통해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영화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입니다. 새로운 게임의 법칙에 초대받지 못한 노인은 저 세상으로 갈 날만을 기다리는 무력한 존재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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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추격자>에서도 여자가 죽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도 여자가 죽습니다. 모두 중심 인물은 아니지만 꽤 비중 있는 조역입니다. <추격자>는 여자가 죽는 장면을 매우 극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며 최대한 활용합니다. 그러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죽는 장면도 죽은 모습도 나오지 않습니다. 앞뒤 정황 상 죽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 결과가 불분명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관객에 따라서는 '살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한쪽은 죽음을 활용하고 다른 한쪽은 지나칩니다. 이런 부분 역시 <추격자>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중요한 차이점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14 : Comment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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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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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영화 ]]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No Country for Old Men )

    2008/02/29 00:39 tracked from La luna vino a la fragua, con su polisón de nardos. El niño la mira, mira.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의외로 상영관이 적어서 놀랐다. 씨지비 한정으로만 깔아놓은 것 같더라. 코엔 형제고 오스카고 뭐고, 울 나라에선 별로 안 먹히나 보다. (삐질 삐질...) 뭐, 퍼석하니 뻑뻑하니 물기 없는 영화일 줄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정 한 톨 없었다. 아, 잠깐 온정 비슷한 게 감도는 부분은 있었다. 죽어가는 사람을 위한 물 한 모금... 근데 바로 그 약간의 온정이 상황을 엉망진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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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와 소설이 뭐가 달라?

    2008/03/04 13:28 tracked from 길에서 영화를 만나다

    (*온통 스포일러만으로 구성된 글입니다) 최근 제80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4개의 상을 받은 영화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받은 4개의 오스카중엔 원작 소설을 뛰어나게 각색했다고 해서 받은 각본상도 있는데... 이 영화는 이번에 각색에 관련해서만 아카데미외에도 골든 글로브와 미국작가조합상은 물론 뉴욕과 시카고를 거쳐 런던,토론토, 그리고 피닉스까지 각도시 비평가협회의 각본상이란 각본상을 깨끗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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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2007)

    2008/03/06 05:06 tracked from Ripley Effect,

    뭐랄까, 참 황폐하다. 마치 노인들의 가슴따뜻한 드라마를 다룬 영화인양 제목을 지어놓고 시작하자마자 안톤쉬거는 무표정하게 사람을 죽이고 쫓아다니며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이 숨막히는 추격전 속에는 단 한번도 음악이 존재하질 않는다. 이러한 장르 영화에서는 보통 음향 효과를 사용하며 긴장감을 유발시키기 마련인데 음악한번 없이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는 주로 두 명의 조연이 주연인양 서로 쫓고 쫓기는 사건을 조사하는 조연인척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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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장인이란 이름으로

    2008/03/28 09:28 tracked from i said

    사실, "2주후에 나는 극한의 공포를 경험했다." 라는 한줄 안에서 모든걸 해결해보려고 했던 시도 자체가 불가능했던 영화였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나는 통틀어 술자리를 20회이상 갖지 않았으나 이 영화를 본후 부터는 그 술자리의 성격여하 상대불문하고 "너 노인봤어?" 로 시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이제 3살밖에 되지 않은 나의 조카를 보고 "넌 노인을 위한나라를 없다를 노인이되기 전에 꼭 봐야한다"라는 조언까지 해주었으니 나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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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No Country for Old Men

    2011/10/23 22:39 tracked from BLOG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은 번역제의 - 원제는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에서 따왔다고 한다 - 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를 단 다섯 글자로 거칠고 무례하게 요약해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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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누들스 2008/02/23 10:44

    거칠것 없이 팽팽하게 당겼다가 슬쩍 놓아버리더군요.. 그 내공 앞에서느 무릎을 꿇을 수 밖에요..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2/23 15:02

      딱 좋은 표현이세요. 마치 거대한 활을 2시간 동안 팽팽하게 당기다가 마지막 순간 팽 하고 놓아버린 듯한... 화살은 없이 허공을 갈랐다고 할까요. 이쯤 되면 거의 도사님 수준이죠. ^^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아쉬타카 2008/02/23 13:31

    정말 '역시' 코엔 형제라는 말이 절로 나왔던 걸작이었네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2/23 19:32

      <추격자>를 의식하느라 마음껏 흥분하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예요. ㅋ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순간의나이쓰 2008/02/24 19:36

    토요일 밤 늦게 가서 봤는데, 장면마다 모골이 송연해서 다 보고난뒤 무쟈게 피곤했습니다. 느린 화면 전개, 치밀하게 계산한 네러티브와 연기가 얼마나 관객을 쥐락펴락하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죠. 특히나 소 죽일때 쓴다는 그 장비, 정말 싫습니다! 게다가 추적장치 소리가 빨라질 떄의 그 긴장감이란... 암튼 너무 황량한 세상에 대한 건조한 묘사에 보고나면 기분이 드럽긴 하군요. 영화를 잘 만들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사실 제 바람은 자동차 사고 났을 때 불사신인듯한 그 싸이코 킬러가 허무하게 죽는 극단적인 결말을 원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군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2/25 17:03

      저는 이 영화 보고 다음 날 밤 늦게 글을 쓴 다음 새벽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에 빠져드는 순간마다 꿈을 꾸면서 온몸이 짓눌리는 경험을 여러 차례 했어요. 일종의 가위 눌리는 경험인 것 같은데 며칠 간의 피로가 쌓인 탓도 있고 이틀 전에 봤던 <추격자>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까지 계속 달렸더니 그런 일이 다 생기더군요. 코엔 형제가 아주 엄청난 물건을 만들어냈어요.

      안톤 쉬거가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는 것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안톤 쉬거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너무 노골적인 영화가 되었을까요? ^^

  4.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오만과 편견 2008/02/24 22:21

    맞트랙백 걸고 갈께요 ^^

  5. addr | edit/del | reply 지나가다가 2008/02/25 14:56

    이 영화에 완전 꼽혀서 여기저기서 평을 읽어보았는데, 멋드러지게 감상평을 올려 주셨네요. 감독이 본 영화에서 곳곳에 실마리를 삽입한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사냥하다가 발견한 상처입고 절뚝거리는 사냥개는 곧 안톤쉬거와 주인공의 앞날을 이야기하죠.
    그리고 본 영화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대사는 쉬거의 "네가 믿고 따르는 룰때문에 이지경이 되었다면 그 룰은 대체 무슨소용이지"라는 대사인 것 같네요. 지금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룰이 바로 기브엔 테이크, 즉 "대가"라는 룰입니다. 쉬거는 마지막에 순수한 선의로 자신을 도와준 아이에게 바로 "돈"을 제공하죠. 그 순간 돈 앞에서는 아이는 변합니다. 아마 그 아이가 커서 주인공이 멕시코 국경에서 만나는 속물적인 세명의 청년들일 것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디서도 자전거 탄 아이에 대한 언급은 없더라구요. 그런데 님 께서는 제대로 이 영화를 꿰둟어 본것 같네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2/25 17:19

      르롤린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멕시코 국경을 넘다가 뒤를 슬쩍 돌아보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 뭔가 기시감을 주는 것 같더니 바로 영화 시작 부분에서 자리 절던 검은 개의 모습이었군요. 안톤 쉬거를 도와준 아이들과 르롤린에게 옷을 팔고 마시던 맥주에 "얼마나 줄래"하던 청년들이 그렇게 연결되는군요. 저는 사실 그 청년들까지 끄집어낼 생각을 못했어요. 세 명의 주인공들 생각만해도 벅찬 영화라. ^^

      '모든 행운에는 댓가가 따른다'는 포스터의 헤드카피가 생각나는군요. 기브 앤 테이크, 대가... 결국 자본주의에 대한 얘기 아닐까요. 노력의 대가 이상의 것을 욕망하게 만드는 시스템이요.

    • addr | edit/del BlogIcon 순간의나이쓰 2008/02/26 21:49

      전 단순히 돈이 지배하는 탐욕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기브 앤 테이크란 철저한 자본주의의 룰로 확대해서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재밌습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2/27 22:04

      하지만 거래 행위에 연관되지 않고도 죽임을 당한 인물들도 많았기 때문에 그게 전부라 하기에는 좀 부족한 감이 있어요. 영화 속에서 죽게 되는 인물들의 경우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은 자본주의와 인간의 탐욕 말고도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운명'이나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이라는 다소 형이상학적인 것들이 아니겠나 싶어요.

  6.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천군 2008/02/26 09:39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고, 그래서 이야기꺼리가 많은 영화를 만나는 일은 행복한 것 같습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까지 탄탄하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안톤쉬거 역의 하비에르 바르뎀은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더군요. ㅡ_-b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2/26 10:56

      영화 팬들에겐 정말 축복 같은 영화죠. <양들의 침묵>에게 아카데미가 주요 부분 상을 몰빵해줬던 일이 생각나네요. 한니발 렉터 이후 최고의 악역 캐릭터, 안톤 쉬거. ^^b

  7.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finicky 2008/02/26 19:56

    휴. 읽으면서 거의 모든 부분에 공감했어요 :) 저 오늘 보고 왔는데 제가 느낀 감정이랑 너무 비슷해요! 특히 그 '사냥 장면' 은 영화를 보면서 생각하고 깜빡 잊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영화는 <추격자> 가 갖지 못한, 정신적인 부분에서의 현실에 대한 환기를 완벽한 형태로 시켜주네요. 아카데미도 걸작을 알아보긴 하나 봅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2/27 21:51

      예전에 아카데미가 <양들의 침묵>에 주요 부문을 몰빵했던 일이 생각나네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비롯해서 다른 수상작/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니 아카데미가 아니라 유럽 국제영화제를 보는 것만 같았어요. 다른 영화들을 다 본 건 아니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정말 압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작품이예요. ^^

  8.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배트맨 2008/02/27 20:38

    글쎄요.. 아무리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지만, 살인마의 캐릭터상 그런 그가 문을 나오면서 자신의 신발 밑부분에 피가 묻었나 바라보는 장면까지 보면서, 와이프가 살아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는 관객이 있을까요? ^^* (그런 관객이 있다면 정말 영화에 창의성은 관객이 없애뜨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죠. 그 수준을 맞춰주려면.. T.T) 그 장면 보면서 정말 대단한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신어지님께서 말씀하신 그 차이가 정말 재능의 차이라는 것에 공감을 합니다. 표현의 차이는 아닌 것 같아요..

    영화를 다 본후 곱씹으며 생각해볼 거리도 많았고요. 영화 정말 최고였습니다!
    대학로까지 간 보람을 느꼈다는..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2/27 22:53

      개봉 첫 주말 코엔 형제의 영화를 선택한 1만명 미만의 관객들이라면 르롤린의 아내가 어떻게 되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테죠. 저도 안톤 쉬거의 신발 바닥 닦는 동작에서 확실히 알겠더군요. 하지만 이 영화를 만약 국내 관객 100만명이 보았다면 상당히 많은 숫자는 "뭐야? 죽었다는 거야, 살았다는 거야?" 했을 거예요. 물론 그 분들은 이 영화이 마지막 장면도 무척 황당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겠고요.

      <파고>에서 시체를 목재 파쇄기에 밀어넣기까지 했던 코엔 형제이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는 오히려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게 연출했다는 거, <추격자>와 정말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믹한 요소가 없고 판타지도 아닌 이런 사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지는 영화에서는 특히 이런 재능이 필수적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고생해서 찾아간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이런 영화들 때문에 여전히 산 넘고 물 건너 찾아가기를 마다하지 않게 되는 거 아니겠어요. ^^

  9.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castello 2008/02/29 00:38

    덜덜 떨면서 봤어요. (어허허...) 안톤거쉬는 정말이지. 그런 캐릭터 처음이에요. 웃기는 인상과 웃기는 규칙을 가지고 그렇게 오싹하게 해주다니... (저, 저도 실은 그래서 죽었다는 건지 살았다는 건지 좀 궁금하긴 했어요. 그 묵직한 마무리에 머~엉 해지긴 했지만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2/29 09:12

      처음엔 안톤 쉬거가 싸이코패스 살인마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캐릭터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시간이 지날 수록 '죽음의 사신', '예측불가의 인간 운명' 뭐 이런 쪽으로 제 기억 속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네요.

      그럼에도 여전히 르롤린의 아내는 죽은 것인지 살았다는 것인지는 명확히 알 수가 없죠. 영화 초반 잡화상의 주인도 동전 던지기로 결국 살아남았었으니까요. 사실은 죽었느냐 살았느냐는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10.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comodo 2008/03/06 05:08

    와우 장난아니네요~
    트랙백 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