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르바비차는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 있는 마을 이름입니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 군이 세운 포로 수용소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 매장된 곳이라고 하네요. 전쟁 당시에 보스니아 회교도들을 대상으로 자행되었던 인종 말살 정책으로 인해 2만 여 명의 보스니아 여성들이 세르비아 군인들에 의해 집단 강간을 당하고 낙태도 하지 못하도록 수 개월간 감금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르바비차>는 당시의 사건을 세상에 알리고 아직 유럽 내에서 은신하며 살고 있는 보스니아 내전의 전범들 고발하기 위한, 목적성이 분명한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영화는 소재를 착취하는 선정주의나 어설픈 신파로 눈물을 구걸하는 법 없이 전쟁의 비극이 잉태한 아픔을 현재진행형으로 드러내는 데에 집중합니다. 그 흔한 플래쉬백 한번 없이 주인공 에스마(미르야나 카라노빅)와 그녀의 딸 사라(루나 미요빅)의 오늘을 차분하게 따라갈 뿐입니다.
시납시스를 미리 알고 봤지만 영화 자체가 과거의 비밀이 마침내 밝혀지는 장면 하나에 전력투구하는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다지 방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사전 지식으로서 미리 알아두는 편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결정적인 장면을 위한 암시라고 보기에는 영화 초반부터 주인공 에스마의 이상한 반응과 행동들이 넘치도록 자주 나오는 편입니다. 이는 그녀가 과거의 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묘사이자 그 고통의 깊이를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이제 사라예보는 10 여 년 전의 상처를 털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인공 모녀의 주변 인물들 중에는 전쟁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이들은 서로 각별한 유대감을 나누기도 하지만 그 이상 가까워질 수도 없다는 현실이 관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마침내 밝혀진 진실은 어린 소녀와 어미된 자에게 큰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지만 영화는 절망으로만 끝맺지 않습니다. 수학여행 길에 오른 아이들은 70년대의 노래인 "사라예보, 내 사랑"을 함께 부르며 미래를 향한 환한 웃음을 보여줍니다. 잊고 싶은 과거를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할 것은 기억해내되 품을 것은 품고 가자는 감독의 의도가 잘 반영된 엔딩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사라의 모습을 보며 에스마도 다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될테지요. 베를린 영화제가 다른 좋은 작품들을 제치고 이 보스니아 여성 감독의 데뷔작에 손을 들어준 이유는 명백합니다. 영화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는 실험 정신도 좋고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도 좋지만 세상에는 아직 영화가 꼭 다루어줘야 할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고통스러운 과거와 아직 아물지 못한 상처를 과연 어떻게 다루어야 좋은지 <그르바비차>가 그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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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그르바비차 (Grbavica, 2005) _ 사라예보, 내 사랑
2008/01/11 18:22 tracked from the Real Folk Blues그르바비차 (Grbavica, 2005) 보스니아 수도인 사라예보의 한 마을 그르바비차, 에스마(미르자나 카라노비크)는 12살 난 딸 사라(루나 미조빅)와 함께 살고 있다. 사라는 아버지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전사한 전쟁영웅으로 굳게 믿고 있다. 에스마는 하나뿐인 딸에게 먹이기 위해 주머니를 탈탈 털어 농어를 사고, 수학여행 경비 200유로를 마련해주기 위해 주변 여기저기에 손을 내민다. 시내 한 클럽의 웨이트리스로 고되게 일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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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보스니아내전, 대물림되는 여성의 고통
2008/11/21 12:47 tracked from 일다의 블로그 소통출생의 비밀을 안고 사는 아이들: 영화 <그르바비차> 전쟁의 고통은 비단 죽음과 부상의 아픔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삶의 터전의 파괴, 기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 익숙한 것들과의 작별. 이 모든 슬픔과 공포, 충격이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전쟁 기계에 살해당한 자들의 고통은 비록 읽어낼 수 없는 무형이지만, 고스란히 남아있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전쟁은 인간이 창조해낸 가장 극악하고 극대화된 폭력의 정점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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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전쟁의 상처가 희망으로 아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희망도 함께 보여주는 영화라서 참 고마웠어요. ^^
씨네큐브에서 하는거죠? 어제 딱 보러갈까말까 막 고민하다가 안갔는데..ㅋㅋ
오늘 리뷰를 딱 올려주셨군요 :)
이거 꼭 보고싶은 영화예요....
네 씨네큐브 2관이예요. 이번 주말까지는 계속 상영할 것 같습니다. ^^
이젠 저런 전쟁은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바램으로 읽었습니다.
이거 dvd로도 나오겠지요..여기서는 하지 않는것 같네요...
정말 반복되어서는 안될 일이죠. 발칸 반도 쪽은 이제 많이 안정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중동과 아프리카는 크고 작은 분쟁이 더 있을런지도 모르겠어요.
빨간여우님은 북미 쪽이신가요? 영화제 수상작이니까 개봉 가능성은 있겠지만 하더라도 아주 소규모가 아닐까 싶네요. DVD나 케이블 방송으로라도 접하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드디어 보고 왔습니다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사라예보, 내 사랑 ㅜㅜ
영화를 관람하고 마음으로나마 응원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스니아 '내전'이라고 표현해온 것 자체가 우리와는 상관없는 '그네들 사정'으로 규정하면서 등돌려왔었다는 생각도 들고요.
와우, 미뤄놓고 있던 포스팅 대신 이렇게나 좋은 리뷰를 만났네요 :)
'비극의 현재진행형'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와닿는데요,
정말 지어낸 얽히고 섥힌 영화가 아니라, 아픈 기억을 지니고 있는 평범한 여인의 전후의 삶에서 비춰진 전쟁의 모습이 더욱 비극적이었어요.
비극을 눈으로 보여주느라 과거 회상 장면을 구겨넣거나 인위적으로 드라마를 이리 꼬고 저리 꼬는 일이 없는 지극히 사실적인 톤의 영화였어요. 비극을 스크린에 박제해버리지 않기 위해 고민을 하다보면 영화는 자연히 이런 식으로 풀어가게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