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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이나 정부의 비리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둘 중에 하나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거대 조직의 비리와 폭력성을 실감나게 보여주던가 아니면 비리에 맞선 주인공의 활약상을 멋지게 그려주던가. 물론 실제의 영화들은 두 가지 요소가 적절히 혼합되어 있으면서 작가의 지향성에 따라 어느 한쪽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마련입니다. 글로벌 제약 회사가 아프리카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하고 있다는 설정의 <콘스탄트 가드너>(2005)와 같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지막 방점은 주인공의 멜러에 찍어주는 작품도 있습니다. <마이클 클레이튼>의 감독 토니 길로이가 시나리오를 썼던 제이슨 본 3부작은 주인공의 사실적이고도 통쾌한 액션을 앞세우면서도 CIA 조직의 음모를 파헤치고, 여기에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묵직한 주제까지 전달하며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토니 길로이의 감독 데뷔작인 <마이클 클레이튼>은 극중 주인공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제목으로 정한 것부터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주인공은 조지 클루니입니다. 그가 TV 시리즈 <ER>에서 소아과 의사 역을 할 때 그 눈빛과 표정, 목소리에 반하지 않은 시청자는 없었을 겁니다. 본 시리즈의 토니 길로이가 데뷔작을 내는데 조지 클루니가 원톱 주인공으로 나섰으니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지요.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마이클 클레이튼>은 제이슨 본 3부작을 비롯해서 이제껏 토니 길로이가 각본을 쓴 여러 히트작들(<돌로레스 클레이본>, <데블스 애드버킷>, <아마겟돈>, <프루프 오브 라이프>, <베이트> 등)과는 그 궤도를 완전히 달리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즉, 앞에서 언급한 거대 조직의 비리와 주인공의 활약을 앞세운 단순한 장르물이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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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마이클 클레이튼>도 기본 요소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 U/노스라는 글로벌 회사가 만든 제초제로 인해 농부들이 죽었습니다. 이 때문에 7년 간에 걸친 소송이 진행 중이고 주인공은 회사 측 변호를 맡은 KBL 법률회사의 사고 전담 변호사입니다. U/노스가 악당이고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건 너무 뻔합니다.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람마저 죽일 수 있다는 점 역시 충분히 납득됩니다. 주인공은 이 위험에 맞서 진실의 편에 서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토니 길로이와 같은 작가가 전형적인 스릴러를 만들고자 했다면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모를리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토니 길로이의 데뷔작 <마이클 클레이튼>은 스릴러의 공식을 거부합니다. 주인공 마이클 클레이튼이 경험하는 가장 극적인 사건이 영화 초반에 먼저 보여집니다. 죽을 뻔 했는데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체험을 통해 살아납니다. 그리고 영화는 4일 전으로 돌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던 내러티브가 다시 현재 시점과 만나는 순간은 영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입니다. 그리고 통쾌한 역전 만루 홈런을 때리며 순식간에 끝나버립니다.(사실 이 장면의 플롯 조차 너무 뻔하게 읽힙니다) 택시 뒷좌석에 탄 마이클 클레이튼의 얼굴을 롱테이크하며 엔딩 크리딧이 올라갑니다. 여운은 깊으나 스릴을 만끽할 겨를이 없습니다. <마이클 클레이튼>은 스릴러가 아닌 인간 드라마로 기억되고자 하는 영화입니다. 시종일관 의도적인 촌티를 냅니다. 80년대 TV 연속극이나 B 무비를 보는 듯한 미장셴입니다.1) 카메라는 마이클 클레이튼 뿐만 아니라 거의 광인처럼 행동하는 선배 변호사 아서(톰 윌킨슨)와 U/노스사의 법무팀장(틸다 스윈튼)의 모습까지, 스릴러의 구성에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지켜봅니다. 모두들 거대 자본과 조직의 불가항력 아래 짓눌린 인생들입니다. <마이클 클레이튼>은 이들의 갈등 구조를 부각시키기 보다 각 인물들의 개별성에 주목하는 영화입니다.


(스포일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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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클레이튼>에서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논란이 될만한 부분은 주인공이 기밀 유지 서약을 저버리고 U/노스의 중역들을 경찰에게 넘기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입니다. 사실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마이클 클레이튼이 자신에게까지 밀고 들어온 죽음의 위기를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8만 달러에 팔린 자신의 양심을 끝내 저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결국 그와 같은 극적인 반전은 생각해내지 않았을런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마이클 클레이튼을 죽음의 위기에서 건져낸 언덕 위의 그 말들은 과연 무엇일까요? 아들이 추천하고 아서가 죽기 전에 줄쳐가며 읽던 붉은 표지의 판타지 소설2) 속 삽화 중에 말 한 마리가 들어있긴 했습니다. 그리고 마이클은 아들에게 "넌 강하니까 이겨낼거야. 난 알아."라고 마치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폐인이나 다름 없는 주인공, 아버지와 아들, 어린 아들이 좋아하는 판타지, 그 판타지를 좋아하던 광인, 판타지 소설 속에나 나올 법한 언덕 위의 종마 세 마리, 그리고 구원. 그와 같은 계시적인 체험이 있어야만 우리는 체제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는 걸까요? 절반쯤 광인이 되어야만 사무실 밖으로 나와 세상을 다시 둘러볼 수 있게 되는 건가요? 자발적인 용기과 결단을 통해서는 결코 진실의 편에 설 수가 없는 걸까요? 영화는 단지 마이클 클레이튼과 같은 처지의 미국에게 그와 같은 계시적 체험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였을까요? <마이클 클레이튼>이 대중 영화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는 부분은 스릴러의 공식을 벗어던진 독특한 내러티브 구성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이 모호하게 형상화된 현실 인식과 주제 의식에 있습니다. 분명한 한 가지는 스릴러의 달인 토니 길로이의 감독 데뷔작에서는 모든 것이 의도적인 선택이었다는 점입니다.





1) 그런 점에서 토니 길로이의 시나리오를 기초로 많은 영화를 감독한 테일러 핵포드의 지극히 단조로운 화법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토니 길로이의 연출은 다른 감독의 스타일을 따라했다고 하기 보다는 의도적인 화법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좀 더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의 연출을 원했다면 얼마든지 제이슨 본 시리즈의 스텝들을 불러모으거나 유사한 스타일을 다른 누군가에게 요구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촬영 감독인 로버트 엘스위트의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보아도 연출자가 원했다면 얼마든지 더욱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보여줄 수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제가 단기 기억상실증이 있어서 이름이나 책 제목 같은 건 절대 외우지 못합니다. 그래서 스테판님 포스트에서 찾아왔습니다. <마법의 영토>(Realm and Conquest)라는 제목의 책인데 실제로 존재하는 책은 아니라고 하네요.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5 : Comment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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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마이클 클레이튼 - 라스트 씬의 조지 클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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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2시간이니까 정확하진 않지만 30여분이 지나면서 두 명의 관객이 일어서서 극장을 나갔습니다. 앞쪽에 앉은 사람들이라 나가는 걸 또렷히 볼 수 있었어요. 그들을 보고 용기를 얻었는지 갑자기 몇 몇의 관객들이 더 일어나 극장문을 열고 유유히 사라졌어요. 아, 이건 시사회였기때문에 가능한 일이였어요. 돈 내고 들어온 관객들이라면 중간에 나갈 일은 없었겠죠. 겨우 30분 보구요. 그 때까지만 해도 저는 그들을 이해했어요. 처음부터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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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마이클 클레이튼 (Michael Clayton,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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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이 영화를 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님 영화로 알고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사회고발적인 영화라서 그런건지, 제작자로만 참여했는데 어디서 리뷰를 잘못 읽었나 봅니다. 영화는 지저분한 사건을 처리하는 변호사 마이클 클레이튼이 한 회사의 지저분한 소송에 휘말리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정도를 걷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진부한 이야기지만 전 이 영화를 연출과 인물의 승리라고 하고 싶습니다. 영화는 비슷한 이야기를 감동적이고 긴장감 넘치게 표현한 다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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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Stephan 2007/12/02 22:27

    그 말이 무엇일까 계속 고민했는데 1≠3 이다 라는 것밖에는 안 떠오르더군요. 어떤분은 그 언덕과 말이 최후의 순수함의 상징이라고 하고..

    제대로 추측할 수 있을, 아서가 빽빽하게 형광펜으로 줄쳐놓은 그 삽화가 있던 페이지의 글을 다 읽을 시간도, 능력도 없고-_-a

    말 세마리가 순결의 상징인 유니콘의 현실적 표현인가라고도 생각했다가 그것도 좀 그렇고, 뭔가 있을 법도 한데 영 모르겠습니다.나중에 DVD 나오면 코멘터리에 언급되려나 모르겠습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7/12/02 22:41

      <마이클 클레이븐>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부분들인데 명확하게 형상화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별 네 개를 달까 하다가 내가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네 개를 달겠나 해서 세 개로 줄였습니다. 스테판님의 매트릭스 이야기를 보고 나니 조금 감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여전히 시적이고 모호한 건 마찬가지네요. 두고두고 생각나게 만들려는 고도의 연출 전략이 아니었나 싶기도 한데요, 그렇다면 DVD 판매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듯 하네요. ㅋㅋ

      말들은 그 자체로 진실이나 순수와 같은 표상이 아니라 진실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의와 구원의 신이 있다면 그가 보내준 메신저라고도 할 수 있겠구요. 차가 폭발하지 않았어도 마이클 클레이튼이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오히려 <밀양>에서의 유괴범처럼 자신은 용서를 받았네 하지나 않았을런지 참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무튼 어떤 계기로든 좀 더 자발적인 형태로 결단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조지 클루니에게 무척 실망했어요. ㅎㅎ

    • addr | edit/del BlogIcon Stephan 2007/12/02 23:25

      로저 에버트 옹께서는 말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없이 지나가셨네요. 루튼토마토 리뷰들에서도 말은 찾을수 없고..

      구글신님의 도움을 빌어 검색해보니
      http://www.flickfilosopher.com/blog/2007/10/michael_clayton_review.html

      여기서는 리플 달아가며, 말에 대해서 주욱 이야기 하고 있네요. '마법의 영토'와의 관계에 대해 말하는 사람도 있고..으..DVD..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7/12/03 08:39

      잘 읽었습니다. 본문은 주로 배우들 품평인데 댓글에선 영화의 핵심 메타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군요. deus ex machina -> 이거 진선생께서 100분 토론에서 얘기했던 그거죠? ㅋㅋ

      이번 영화에서 보여진 조지 클루니의 슬픈 캐릭터가 '조지 클루니 본색'이라니. 회충님께서 대선 3수를 선언했던 거 만큼이나 충격적인 소식이예요. <어느 멋진 날>의 조지 클루니를 돌려주세요. 흙흙.

      조지 클루니의 대중적인 이미지도 <마이클 클레이튼>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장애물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 많은 이야깃 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저는 영화를 보는 그 순간에 명확하게 전달되어지는 쪽이 더 좋습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GoldSoul 2007/12/03 02:33

    즉각적인 자발적인 결단을 하는 조지 클루니가 아니라서 저는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세상을 이끄는 건 정의고 진실이야, 라며 내가 잃을 것을 상관하지 않으면서 망설임없이 행동할 수 있는 이상적인 사람이 이 현실에 그렇게 많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잖아요. 그래도 조지 클루니가 마지막에 뻥하고 터뜨려주었으니. 마지막에 통쾌하면서 씁쓸하더라구요. 조지 클루니 표정처럼요.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7/12/03 08:44

      저는 조지 클루니에게서 현실적인 걸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적어도 저에게 <마이클 클레이튼>은 주인공 캐릭터 구축에 있어서 만큼은 실패한 영화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ㅎㅎ (틸타 스윈튼은 살 떨릴 만큼 좋았지만요)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배트맨 2007/12/03 05:23

    <마이클 클레이튼>은 리뷰를 조심스럽게 쓰신 것 같으세요.. 읽어보면 신어지님께서는 영화를 어떻게 보신 것인지 알기가 좀 힘드네요. 그래서 다시 한번 읽어보았는데 여전히 모호한 느낌이 들어요.. 암튼 잘 읽었습니다. 트랙백 걸고 갈께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7/12/03 08:29

      영화의 모호했던 부분을 모호한 채로 언급만 하다보니. ㅋㅋ <파라노이드 파크>나 <마이클 클레이튼>이나, 사람의 말로는 쉽게 표현되기 어려운 뭔가가 가득한 영화예요. 영화를 잘 보긴 했고 또 어떤 부분은 굉장히 좋기도 했었는데, 그 영화의 핵심이 명확하지 않을 때(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을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이해못한 나를 탓하기 보다 영화의 부실이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토니 길로이는 분명 의도적인 선택을 했는데 저는 그게 명확하게 와닿지 않았어요. 다른 장르라면 모를까, 영화는 그러면 안됩니다. 그래서 별 네 개를 고려했다가 결국 하나 깎았습니다. ㅋ

  4.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mepay 2007/12/03 09:15

    사진속 저 배우는 오션스 일레븐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그분이군요.."..마지막 방점은 주인공의 멜러에 찍어주는.." 여기서 방점은 무엇인가요..방점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군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7/12/03 09:31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찾아본 결과,

      방점 [傍點]
      [명사]
      1 글 가운데에서 보는 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하여 글자 옆이나 위에 찍는 점. ‘곁점’으로 순화.
      2 <언어>중세 국어 각 음절의 성조를 표시하기 위한 《훈민정음》의 표기법. 평성(平聲)은 점이 없고, 거성(去聲)은 한 점, 상성(上聲)은 두 점을 글자의 왼편에 찍었다. ≒곁점·권점(圈點)·사성점.


      저는 해당 영화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부분을 드러내다'는 의미로 '방점을 찍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

  5.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배트맨 2007/12/03 10:54

    사실 저 덧글은 조심스럽게 적었습니다. 이곳은 신어지님의 주관에 의해 운영되는 블로그이기 때문이지요. 반갑게 맞아주시니 저는 종종 놀러오는 이웃일뿐이고요. 물론 제 덧글의 뜻을 신어지님이 정확하게 읽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Bad에 가까운 So so를 주신 것 같은데, 글속의 모호함속에 신어지님의 주관적인 느낌이 가려져 있는 것 같아서 궁금했습니다. 토니 길로이의 명확해보이지 않은 의도를 영화의 부실로 본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신어지님의 이번 리뷰도 명확해보이지는 않아서요.. (실례인줄 알면서도 적고 있는데 기분나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1인 멀티미디어 시대라는 정보의 홍수속에서 - 오히려 이러한 환경의 변화들이 숨어있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더 어렵게 만들어버리더군요 - 신어지님을 알게되어서 작은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웃 블로그를 만나기에는 쳐내야 할 블로그들이 너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오랜 여행끝에 동지를 만난듯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적어보고 있는 것 같고요.

    하지말아야 할 이야기를 하고가는 다정한 이웃 블로그의 정이라고 생각해주세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7/12/03 11:36

      게시판과 달리 블로그가 참 좋은 것이 내 주관을 펼쳐놓은 건데 누가 딴지 거는 일이 별로 없다는 점이죠. 하지만 기왕 다른 분들 앞에 공개하고 댓글이나 트랙백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기로 한 거라면 긍정이든 부정이든 어떠한 반응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사실 배트맨님이 언급하신 내용은 영화 자체가 아니라 제 글에 대한 부분이죠. 실은 제가 좀 삼가했으면 하는 부분이예요. 어느 샌가 영화는 쏙 빠져버리고 글 쓰기 방법론과 신인공격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너무 많은데, 대부분이 영화와 만든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글 자체나 글 쓴 이(들)에 대해 논평을 누군가 했을 때 시작되더라구요. 그런데 배트맨님은 워낙에 조심스러우신 분인 걸 제가 잘 알고 있는지라... ㅋ 그래도 그렇게 너무 조심스러워 안하셔도 됩니다.

      실은 본문을 다 쓰고 나서 "와, 이렇게 두리뭉실해도 되는 겨?" 했었답니다. ㅋㅋ 하지만 그게 제 솔직한 감상인 걸 어쩌겠어요. 제가 무슨 토니 길로이의 대변인으로 영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아닌데 말이죠. 사실 영화를 막 보고 났을 때는 Good이었습니다. 특이한 내러티브는 그리 즐겁지가 않았지만 다른 목적을 위한 의도적 선택이란 걸 잘 알겠고, 장르적인 만족을 누른 대신 세 명의 주요 인물들을 고르게 비춰준 부분에서 '거대 자본과 조직의 불가항력 아래 짓눌린 인생들'에 관한 드라마로 보여서 무척 좋았기 때문이예요.

      그런데 글을 쓰다보니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얘기하고자 했던 것이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위에 스포일러 예고를 하고 쓴 마지막 두 문단을 쓰게 됐어요. 문제는 뭔가 어렴풋한데 명확치가 않다는 거죠. 저는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으로서 알아채지 못하고 글 쓰기 전까지도 떠오르지 않으면 그건 영화가 잘못 만들어진거라 생각해요. 완전히 꼴통 주관이죠. 영화는 보는 동안에 다 이해하고 공감하게 해주거나 최소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머리 속에서 재조합이 되게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론이나 권위 있는 누군가의 해설, 또는 다른 장르의 레퍼런스를 동원해야 겨우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영화라면 그건 관객과의 소통에 실패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저 자신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인데 뭔가가 더 있다 라는 점만 가지고는 이 영화 좋아요~ 할 수가 없었어요. <M>이나 <파라노이드 파크>나 <마이클 클레이튼>이나 공히 별 셋 받고 '나름 만족스러웠음', '애써 챙겨봐야 할 정도는 아니나 볼 기회가 있으면 괜찮음'이란 제 나름의 평가를 내리게 된 겁니다. 별 셋도 좋았다는 뜻이지만, 이 영화 꼭 보세요! 할 정도는 아니란 거죠. 왜냐하면 토니 길로이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구조와 내용이 관객인 저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지 못했으니까요.

      나중에 스테판님의 글을 보고, 아하 그런 거구나 싶었는데요 그건 이미 버스 떠난 뒤니까 뒤늦게 글을 고치거나 수정하고 싶은 의도는 없었습니다. 저는 스테판님이 토니 길로이의 의도를 잘 읽어주신 거 같아요. 통하신 거죠. 하지만 배트맨님의 불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스릴러로서는 완전 꽝이라고 까지는 하기 뭐하지만 함량 미달인 건 사실이예요. 이거 너무 황희 정승스러운 소리인가요? ㅎㅎ

      다정하고 세심한 댓글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6.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배트맨 2007/12/03 11:44

    정성이 가득한 덧글 잘 읽었습니다.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7/12/03 13:09

      헤헤. 이러다 둘이 사귄다고 소문 나겠어요. ㅋㅋ

  7.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배트맨 2007/12/03 15:33

    이 영화 리뷰로 저는 처음으로 제 블로그에서 악풀을 경험해봅니다.
    저를 홍보에 놀아난 관객으로 치부하며 지나가는 사람이 있네요. -_-a

    장르적인 묘미로 저는 두가지를 리뷰에 다뤘고, 스릴러와 드라마적인 완성도 두가지 모두가 미흡했다고 적었는데 왜 당신은 '스릴러가 아니었다 그래서 실망했다'라고 하냐고 비난을 퍼붓고 가네요. 본인은 재미있게 봤다면서.. 크헉~ (내 블로그에서 나보고 어쩌라는건지..)

    저 블로깅 하면서 잘못하면 테러 당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어느날 제 블로그에 접근이 안되면, 소신있게 리뷰를 올리다 블로그가 폭파당한 영화를 사랑했었던 남성이 있었다고 추모사 올려주세요.. ^^;

    기분이 좋지는 않네요.. <마이클 클라이튼>이 뭐길래.. orz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7/12/03 16:02

      음, 방금 읽어봤는데요. 저 정도는 악플이라고 할만한 수준이 못됩니다. 과잉 대응이세요. 적절한 수준으로 댓글을 고치시는게 여러모로 좋겠어요. 지적하신 내용은 구구절절히 옳지만 배트맨님이 그분 댓글을 통해 느끼신 불쾌감 만큼 실제로 그 사람이 강한 태클을 걸어온 건 아닌 것으로 보이거든요.

      대부분 악플은 혹평 밑에 달리죠. 영화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극찬하고 있는 포스트를 보면 대부분 그냥 지나쳐버리곤 하는 반면 내가 좋게 본 영화가 다른 사람에 의해 폄하된다고 느낄 때 속이 몹시 상하게 되고 그래서 때로는 악플을 던지고 가는 거죠. 그러면서 글 쓴 사람 속을 확 뒤집어놓곤 하는 거구요.

      대부분의 악플이란게 난독증을 수반합니다. 걍 그러려니 하시고 유연하게 대처하세요. 테러 같은 거 절대 없습니다. 영화 한 편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8.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배트맨 2007/12/03 16:14

    제 블로그에 다신 신어지님 덧글 안지워도 괜찮겠죠? (원하신다면 지울께요.)
    제가 쓴 덧글이 과응대응인 것은 맞습니다. 감정적으로 대응을 했으니까요.
    반박은 얼마든지 껴안을 수 있지만, 이유도 밝히지 않고 비난하는 것은 포용하기가 힘드네요.

    영화와 무관한 덧글들을, 신어지님 블로그에서 이렇게 주고받게 되어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오후부터 추워진다는데 감기 유의하시고요. ^^*
    이번주 개봉 라인업은 암담하네요.. (볼만한 영화가 통..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7/12/03 16:19

      지우셔도 안지우셔도 상관 없습니다. 단지 이쪽 꺼하고 똑같은 내용이라(빨리 말씀드리려고 그쪽에도 복사해넣었꺼든요) 지우시면 된다고 말씀드린 거니까요.

      포용하기 힘든 일이 참 많습니다. 포용 보다는 못본 척 해버리는 게 다른 제 3자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어서요. 대삼 고려해보시구요.

      영화와 무관한 댓글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ㅎㅎ 저도 영화와 무관한 포스트도 올리고 그러는 곳인데요 뭘. 악플이 또 달려서 하소연하실 곳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배트맨님도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한주 되세요. ^^

  9.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배트맨 2007/12/03 16:28

    고맙습니다.. 제 주변에 영화 블로거라고 하실 수 있는 분이 딱 두분뿐이세요. 신어지님하고 스테판님이요. 베스트 글들을 돌아다녀보아도 이상하게 딱 마음에 와닿는 영화 블로거가 없어서 RSS 구독도 거의 추가를 안하고 있습니다. 신어지님도 따듯한 한주되세요~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7/12/03 17:22

      메타 사이트들의 베스트는 정말 읽을 거리가 별로 없죠. ㅎㅎ 저도 제목 보고 열어봤다가 실망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분량이 많아야 한다는 건 아니고 한 줄을 쓰더라도 마음에 딱 와닿는 그런 거 있잖아요.

      멀쩡하게 잘 하다가도 이따금 삑싸리를 내기도 하고 헐렁헐렁 하다가 날카로운 뭔가가 튀어나오기도 하는게 블로깅이죠 뭐. 너무 엄한 기준을 내세우지 않는 것도 편하고 좋은 블로깅의 요령이라고나. ^^

  10.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PostKlee 2007/12/05 12:36

    리뷰에 <콘스탄트 가드너>가 언급되서 주의깊게 읽었습니다. 다만 주말에 볼 예정이라 스포일러 부터는 다음 기회에..^-^ 영화를 보고나서 깊이 있는 댓글 한 번 더 약속드리며~ 오늘 처음 방문하는데 링크 걸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7/12/05 13:13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리구요 혹시 포스팅을 하시게 되면 트랙백으로, 아니면 댓글로 영화 얘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랄께요. 저도 PostKlee님 블로그 RSS로 구독하겠습니다. ^^

  1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Zet 2007/12/28 10:05

    오~ 섹시가이! 저렇게 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7/12/28 10:38

      저렇게 늙으려면 일단 원판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Zet님 정도라면 충분히 도달하실 수 있는 경지라고 봅니다. ^^

  1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오만과 편견 2008/03/05 05:47

    이 영화 참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진 영화였습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3/05 10:33

      그다지 각광을 받지는 못했지만 진지한 태도 만큼은 높이 살만한 작품이죠. ^^

  1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슈리 2008/04/29 19:11

    다 보고 신어지님 포스트 보고 영화속 소설에 대해서 이제서야 생각이 나네요-.-a
    분명 올바른 세상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이 소재때문에라도 다시 한번 봐야할듯;;

    영화를 보면서 분명 의도적으로 스릴을 제거했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미장센이나 촬영기법같은건 좀 더 영화에 대해 알고나서야 눈치 챌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네요. 그런면에서 신어지님이 부럽네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4/29 22:52

      슈리님도 앞으로 계속 영화를 보시게 되면 차츰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일이 수월해지면서 주변을 둘러보실 수 있게 될 거예요. 영화를 두번째 볼 때면 이미 줄거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주변적인 것들에 눈과 귀가 좀 더 열리는 경험은 누구나 하는 것일테고요. 어떻게 생각하면 처음 보는 영화인데도 줄거리에 깊이 빠져들지 못하고 딴청을 부리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그리 권장할 만한 건 못되는 일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