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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STORY 2007 우수블로그
2007/11/04 19:46
이동진 기자의 이명세 감독 인터뷰를 읽다가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했습니다.

"소설가 김연수가 ‘나는 소설을 쓰는 소설가다’라고 수상 소감을 쓴 걸 본 적이 있어. 무척 인상적이었지. ‘나는 영화를 찍는 영화감독이다’라고 나도 말하고 싶어. 사실 최근에 어느 자리에서 약간 농담 삼아 그렇게 말했는데, 아무도 안 웃더라고. 진짜 머쓱해졌지.(웃음)” - 이명세 감독

그래서 저도 머쓱한 말 한마디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나는 영화를 보는 영화 관객이다."

조금 더 풀어쓰자면, 저는 영화를 고르고 보고 이야기하는 영화 관객입니다. Select, See, Share. 세상의 모든 건 과연 세 가지로 이루어졌군요. 더군다나 S만 세 개 씩이나 되시겠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주창하며 개인의 누드 사진까지 끄집어내 까발리던 언론 매체들이 요즘 덮어주느라 바쁜 모 그룹을 연상시켜서 '기분이 나쁩니다', 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순수한 영화 관객, 즉 유료 관객(Paying Moviegoer)만이 순수한 자기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영화를 고르고 보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 젖줄을 대고 있는 기자나 평론가, 그외 관계자분들은 보고 싶지 않은 영화도 봐야만 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영화와 무관한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오직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만 골라 볼 수 있는 '영화 선택의 자유'가 있는 이들입니다. (영화 선택의 자유를 가진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선택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써보겠습니다)

특정 영화를 보고 싶은 이유는 사람마다 천차 만별이겠죠. 저도 때로는 그다지 땡기는 영화가 아닌 데도 '봐둬야 할 영화', '봐줘야 할 영화'라는 판단 때문에 영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영화 관람에 할애할 수 있는 극히 제한된 시간적 여유를 감안하여 제 과거의 경험과 볼 수 있는 영화들에 관한 정보들을 취합해 그 중 가장 보고 싶은 영화만을 골라 봅니다. 여기서 영화 선택의 절대 기준은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얼마나 즐거울 수 있느냐가 되겠습니다.

영화를 본다는 건 2시간의 백일몽을 꾸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본다는 건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일과도 유사합니다. 낯익은 곳에 반복해서 찾아가는 것도 좋은 여행일 수 있지만 특히 영화 관람은 이전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곳으로의 여행입니다. 나의 감각과 사고를 새롭게 해주는 시청각적 체험을 하는 것이 제가 영화 관람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러니 영화 보는 일이 즐거우려면 그 영화가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완성도'를 갖춰야 하고 내가 알지 못했던 내용이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틀에 박힌 상업 영화들을 지양하고 결과적으로 작은 영화들을 주로 골라 보게 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건 개별 작품이나 영화 이론을 해설하거나 누구를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라, 영화 관객으로서 좋은 영화 한편을 보고 난 기쁜 마음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기 위함입니다. 블로그에 영화에 관해 글을 쓰는 것도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나누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저는 여기서 중요한 점이 '영화 관객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영화 관객이 특정 영화에 대해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좋다, 싫다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일입니다. 저의 영화 글쓰기는 언제나 '내가 그 영화를 보는 중에 좋았느냐 싫었느냐'를 명확히 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그 영화를 보는 일이 즐거웠던지 즐겁지 않았던지, 그 이유를 좀 더 찾아보는 일이 저의 영화 글쓰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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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보는 영화 관객이다. 이 말은 다른 누구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바로 저 자신에게 당부해두는 말입니다. 지난 한 주 저는 영화 관객으로서 영화를 고르고 보고 이야기하는 데에 평소와는 다른 경우들을 경험했습니다.

- 이명세 감독의 <M> : 영화를 보는 동안 즐겁지 않았는데 비평적인 관점에서는 뛰어난 영화
- 양해훈 감독의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 영화를 보는 동안 즐겁지 않았는데 만든 이의 사정을 고려하면 투정부리기 힘든 영화 + 감독, 주연배우 무대인사
- 인디스토리 초청 <판타스틱 자살소동> : 내 돈 내고 보지 않고 공짜로 본 영화인데다가 영화를 만든 이들과의 대화 시간까지 참석한 영화

위 세 편의 영화를 보고 글을 쓸 때마다 저는 '영화를 보는 영화 관객'으로서 해당 영화를 이야기하려는 저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정리된 표현이 <M>은 '동시대 관객들과의 소통을 포기한 영화',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는 '저수지에서 끝내 빠져나오지 못한 독립영화', 그리고 <판타스틱 자살소동>은 '세 작품이 각자 다른 색깔을 가진 영화'(라는 적당한 발림)이었습니다. <M>은 비교적 제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적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저수지에서 건친 치타>와 <판타스틱 자살소동>은 여전히 저 스스로에게 완전하게 정직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남습니다. 부끄러울 일은 없게 썼지만 역시 다른 때보다 직설적이지 못했습니다.

영화 관객이 공짜로 영화를 보거나 영화를 만든 이들과 접촉을 갖는다는 건 그 영화에 대해 100% 솔직하지 이야기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이번에 재삼 확인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많아질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내내 머리 속을 맴돌던 그 얘기를 이렇게 글로 남기게 됐습니다. 나는 영화를 보는 영화 관객이다. 나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고, 내 개인의 경험과 직관에 따라 영화를 감상하며,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었던 그대로 이야기하는 영화 관객이다. 나는 영화 관객으로서 영화를 고르고 보고 글을 쓴다. 굳게 다짐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읽어주세요. 그 얘깁니다.

영화 관객으로서 영화를 고르고 보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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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블로거팁 닷컴 | 2007/11/14 00:56 | DEL
블로거팁 닷컴 추천포스트 Link Roundup #2 안녕하세요. 블로거팁 닷컴의 BJ (Blog Jockey, 블로그쟈키) 제트입니다. 일주일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주의 추천포스트는 언제나 그렇듯 보고 후회하지 않는 포스트만을 엄선하였습니다. 다운로드도 가능하기 때문에 다운받으셔서 시간이 나실때 전철이나 차안에서 들어보셔도 됩니다. (플레이어 우측에 있는 m 자를 누르세요) 그럼 이번주도 건강한 한주 되시구, 다음회를 기대해 주세요. :D 1..
BlogIcon 아오네꼬 | 2007/11/06 01:2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제가 영화를 만들어 본적은 없지만 감독이라면 누구나 감독 자신만을 위한 영화와 관객의 입장만 고려한 영화사이에서 갈등하리라 봅니다. 그것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소통이 원활한 영화를 만든다면 가장 좋겠죠 ㅎㅎ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BlogIcon 신어지 | 2007/11/06 08:21 | PERMALINK | EDIT/DEL
제 생각에는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스토리를 어떻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직업이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법이 서툴 거나, 자기 개성이라곤 없이 관객 입맛에만 맞추겠다고 하는 거나, 안타까운 결과로 끝맺게 되는 건 같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대로 관객들이 많은 관심을 갖건 안갖건 일단은 '소통이 원활한 영화'가 되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
| 2007/11/08 16:3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BlogIcon 신어지 | 2007/11/08 17:07 | PERMALINK | EDIT/DEL
답변을 대신해서 읽어보실 만한 글을 소개해드립니다.
http://neoimages.co.kr/news/view/1363
BlogIcon 쇼란 | 2007/11/09 09: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신어지님의 글은 항상 제 마음과 소통합니다.
오늘의 글도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구, 이명세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나는 영화를 찍는 영화감독입니다" 라는 말!!

기억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옵니다.

오늘 저에게 하는 말 처럼 느껴집니다.
BlogIcon 신어지 | 2007/11/09 10:40 | PERMALINK | EDIT/DEL
어떤 부분에서 소통했다고 느끼신 걸까, 저도 다시 읽어봤습니다. ^^

누구든지 자기 역할에 대한 자기 정체성을 이따금 확인하면서 살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그 역할에 대한 정의와 기준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중요한 건 스스로 이건 아니다 싶은 것에 휘말리는 일은
없어야 좋으니까요. 그게 더 오래, 더 즐겁게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라 생각합니다.
BlogIcon 배트맨 | 2007/11/12 16:3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반갑습니다. 처음 뵙는 분이 아무런 말씀도 없이 트랙백만 보내는 것은, 개인적으로 반기는 일이 아니여서 잠시 들어와서 블로그를 훑어보았었습니다. 솔직히 그것으로 끝날뻔 했었지요.

그런데 오늘은 트랙백과 동시에 덧글로 인사를 남겨놓으셨더군요. 그래서 다시 이곳에 들어와서 좀 더 여러 글을 잠시나마 읽어보았습니다. 저도 RSS에 등록을 해놓았습니다. 종종 놀러오겠습니다.

영화가 생업이 아니신 것 같으신데, 컨텐츠의 양이 놀라울 정도네요.
실례되는 질문이겠지만, 이 많은 컨텐츠에 어떻게 시간을 투자하시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저와 글을 쓰는 습관이 비슷하다고 하셨던데,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솔직하며 독창적인 영화 리뷰를 기대하겠습니다. 따듯한 11월 보내시고요..
BlogIcon 신어지 | 2007/11/12 16:59 | PERMALINK | EDIT/DEL
저도 포스트를 그다지 많이 작성하는 편은 아닌데요, 오래 전에 여기저기 써두었던 것들을 이쪽으로 옮겨온 포스트가 많구요 요즘은 일주일에 두 세 편 영화 보고, 보는 대로 글 쓰고 그런 정도예요. 쓰고 싶은 더 많은 얘기가 머릿 속에 왔다갔다 하지만 시간이 모자라서 다 남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영화 보기 전에 가급적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안읽는 건 비슷한 습관인데 글 쓰는 습관은 제가 아직 배트맨님 스타일을 잘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솔직한' 감상문이 되려고 애쓰고는 있습니다만. 아무튼 제가 쓰는 리뷰는 평론이나 기사하고는 다른 것이고 또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좋은 한주 되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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