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입니다만 특히 축구는 이겨야 하는 경기죠. 그러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같은 클래스의 팀은 그저 이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경기를 압도하고 그 결과로 점수를 많이 내서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초반의 맨유는 지난 여덟 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7점 밖에 얻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개막전 홈 경기에서 레딩과의 무승부 경기를 시작으로 3 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더비전에서는 무득점 패배까지 당하며 곤두박질 쳤습니다. 그나마 왠만해선 점수를 내주지 않는 철벽 포백 라인 덕분에 총 실점 단 2점, 5승 2무 1패로 리그 2위까지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팬들에게 맨유는 이기는 것만이 중요한 팀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좋은 경기력으로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기기만 하면 뭐 합니까. 한없이 1 : 0 경기만 이어지면 슬슬 짜증을 낼 수 밖에 없습니다.(첼시전에서 2 : 0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심판 판정 때문에 빛이 바랬었죠) 맨유 같은 팀이 계속 이런 식으로 경기를 하면 잠자리가 시원찮은 심성 고운 애인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더군다나 옆집 아스널은 앙리가 빠져 나갔음에도 젊은 총각들 덕분에 아주 깨소금이 쏟아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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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테베스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위건 애슬래틱 전 (출처 : gettyimageskorea.com)

오늘 맨유의 4 : 0 위건전은 한마디로 그간의 공격력 발기부전을 떨쳐버린 통쾌한 경기였습니다. 경기 초반에는 비디치가 아웃되고 선수들이 차례로 쓰러지면서 암울한 먹구름이 올드트래포드에 드리우기도 했습니다. 설마 경기에서 질거라는 생각은 안했지만, 또 설마 1 득점 경기냐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교체로 투입된 대니 심슨과 안데르손의 활약이 후반전의 골 폭풍을 몰고 왔습니다.

맨유 포백에 잘 맞물려 돌아가면서 활발한 오버래핑까지 보여준 대니 심슨의 활약도 흐뭇했습니다만 그간 호나우도네 집 파티에 갔다가 가십 기사 만든 것 외에는 이렇다할 공헌을 하지 못했던 안데르손의 폭넓고 정교한 움직임은 오늘 정말 좋았습니다. 여기에 맨유가 삼고초려를 거듭했던 이유를 확실하게 증명한 테베스의 첫 골, 호날두의 연속골, 그리고 돌아온 루니의 시즌 마수걸이 골까지, 오늘 위건과의 경기는 "자기는 역시 최고야", 바로 그거였습니다.

10 라운드에서의 다음 상대는 아스톤 빌라. 이 팀 역시 맨유의 단골 스파링 파트너 아니겠습니까. 간만에 터진 맨유의 골 폭죽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1 : Commen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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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제노모프 2007.10.08 19:52 신고

    저는 좀 약체팀을 응원하는 편인데(뚜렷한 응원팀이 없다는 얘기지요, 있다면 올 시즌엔 리버풀 정도?), 이 경기 보니 결정력의 격이 다르더군요. 빅4는 달리 빅이 아닌가봅니다. 특히 테베즈의 득점이 좋았어요. 이적선수가 잘해주는 건 팀을 불문하고 보기 좋습니다. 안데르손의 패스도 일품이었구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7.10.09 00:24 신고

      약체팀 응원하는 습관은 혹시 우리나라 국대 경기에 익숙해서...? ㅋㅋ

      리버풀, 초반에 엄청 강세였는데 지금 한풀 꺾였죠. 알론소 등 미드필더진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그렇다더군요. 맨유는 무실점 경기를 많이 해서 2위까지 올라간 거지 위건전 직전까지 정말 형편없었어요. 이제 네빌도 복귀한다고 하니 상승세를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맨유가 사랑받는 건 무조건 강팀이라서가 아니라 경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아스널도 정말 끝내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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