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왠지 SF일 것 같았던 포스터의 이미지는 알고 보니 세인스베리라는 영국의 수퍼마켓이었더군요. 주인공의 환상 속 장면이니까 초현실적인 느낌일 수 밖에요. 실연의 고통으로 불면증1)을 앓게된 미대생 벤(숀 비거스테프)은 밤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수퍼마켓에서 야간 근무를 시작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시간을 멈추는 환상 속의 능력2)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포스터에 서 있는 여자분은 주요 등장인물이 아니라 수퍼마켓에서 쇼핑을 하다가 벤의 시간 멈추기에 걸려 그대로 굳어버린 단역 배우입니다. 벤은 젊은 여자 손님들을 모델로 데셍을 합니다. 옷을 살짝 벗긴 채로요.
같은 수퍼마켓에서 일하는 샤론(에밀리아 폭스)과 좋아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지만 파티에서 만난 옛 여자친구 때문에 둘의 사이는 다시 깨어지고 맙니다. 수퍼마켓 동료들의 짓굳은 장난으로 갤러리에 작품을 들고간 벤은 그 자리에서 솜씨를 인정받아 개인 전시회를 열게 되고, 벤의 전시된 작품들3)이 모두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임을 알게된 샤론은 용서를 넘어서 감동을 받게 되죠. 벤은 시간을 멈춰놓고 샤론과 함께 눈이 내리는 밖으로 나갑니다. 사랑은 순간 속에 있으니 놓치지 말고 그 순간을 잘 포착하라는 얘깁니다.
<캐쉬백>의 재미는 갖 스무살의 주인공이 경험하는 실연과 사랑 이야기 보다는 영화 전반에 깔려있는 독특한 표현 방식에 있습니다. 세트나 스톱/슬로우 모션을 이용해 주인공의 심리를 묘사하는 초현실적인 장면들4)이 이채롭고 조연들의 코믹한 캐릭터와 간간히 삽입되는 어린 시절 이야기들5)도 재미있습니다. <캐쉬백>은 무엇을 이야기 하느냐 보다는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방점을 찍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영화 전체가 별로일 수가 있다는 얘깁니다. 어찌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초반의 톡톡 튀는 느낌이 중반 이후 갑자기 사라지는 건 큰 아쉬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타 잡담들>
1) 불면증 영화라고 하면 제목부터가 불면증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알 파치노 주연의 <인썸니아>(2002)가 있죠. 스텔란 스카르가드 주연의 노르웨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었습니다.
2) <시간을 멈추는 소녀>에서와 달리 그저 주인공 혼자만의 공상입니다. 시간 멈추기가 현실에 반영되는 건 딱 한 장면 나오는데 이것도 그냥 지나가는 정도입니다.
3) 전시회 장면은 <위대한 유산>(1998)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그러고 보면 긴 금발 머리의 여주인공 에밀리아 폭스는 기네스 펠트로우를 연상시키는 데가 있습니다.
4) <트레인스포팅>(1996)을 비롯한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들에서 이런 장면들이 자주 나오죠.
5) 오래 전에 <비밀 일기>(수 타운젠트, 1985)라는 영국 소설이 큰 인기를 얻은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영국스러운 섹스 코미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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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캐쉬백 / Cashback
2008/09/08 18:26 tracked from xenomorph's nest모든 사랑의 사이사이엔 시간이 멈추는 순간 또는 멈추길 간절히 바라는 순간이 있다. 그 시간만큼은 초현실의 공간, 그래서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공간이 된다. 그러나 째깍째깍 잘도 넘어가는 저 초침을 어떻게든 반대방향으로 돌려보고 싶어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시간이 흐르면 좋은 순간을 지나 오해의 지점을 건너 견디기 힘든 헤어짐의 단계에 다다르는 것이 모든 사랑의 결말이다. 반대로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르길 바라는 순간이 온다면? 방금 여자친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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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하고 나오는 여자분의 몸매가 죽음이었다는..ㄷㄷㄷ
ㅎㅎㅎ 스웨디쉬 판타지라고나. ㅋㅋ
시간을 소재로 귀엽게 연출된 장면들이 맘에 드는 영화였습니다. 별 볼일없는 무척 단순한 스토리인데 계속 시선을 잡아둔달까요.
무척 재미있고 신선한 영화이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몇몇 장면은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영화의 결말이 어떻게 되었었는지는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