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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fferent Tastes™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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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ohmynews.com

옛날옛날 한 옛날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략 20년 전까지만 해도 개봉 영화를 보려면 반드시 종로에 가야 했었습니다. 지금도 종로 3가에는 서울극장, 단성사, 피카디리 극장이 있고 그 아래 명보극장과 대한극장이 있죠. 서울과 수도권에 다른 극장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대부분 재개봉관 역할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에 걸쳐 강남권에도 새로운 개봉관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고 대기업들의 극장 사업 진출을 통해 현재와 같은 전국적인 멀티플렉스 전성시대를 맞게 된 것이죠.

한국의 주류 영화계를 지칭하는 '충무로'라는 표현이 의미하듯이 지금도 서울 종로와 그 인근의 중심가는 대한민국 영화 1번지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국도 극장과 같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끝내 문을 닫게된 곳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대형 개봉관들은 오래된 건물을 멀티플렉스 형태의 상영관으로 개보수하여 다시 수많은 영화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꺼번에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 1만명 안팎의 관객들을 상대로 개봉하는 작은영화 전용관들이 이 지역에 집중되어 한국 영화시장의 다양성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1. 씨네큐브 광화문

흥국생명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수입/배급사인 백두대간이 직영하고 있는 씨네큐브 광화문은 이제 극장 자체가 많은 이들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고있는 경우입니다. 90년대 대학로 동숭시네마테크 시절, 타르코프스키 등의 작가 영화들을 소개하여 국내에 예술영화 붐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극장 손실을 막기 위해 붕어빵 장사를 겸업해야 했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백두대간은 정말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작년에 <브로크백 마운틴>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 전에 미리 구매하여 대박을 터뜨렸으니 더 그래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씨네큐브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 역사책에서나 언급될만한 어려운 영화들을 고집하지 않고 대중적인 취향과 작가주의가 적절하게 배합된 유럽 영화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씨네큐브에서 몇 번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거기서 하는 영화는 다 볼만하다'는 인식을 갖게끔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테오 앙겔로풀로스와 같은 거장들의 작품들을 기획전 형태로 상영하기도 하고 국내외 상업 영화들 가운데 작품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영화들 역시 선별하여 상영합니다. 씨네큐브는 대기업과 작은영화 전용관 간의 대표적인 상생 모델이 되는 동시에 작은영화 전용관들이 가야할 길을 제시해주는 성공 사례입니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서대문으로 가는 신문로 왼편의 흥국생명 빌딩 지하에서 2개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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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하이퍼텍 나다

2. 하이퍼텍 나다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1층에 위치한 하이퍼텍 나다는 국내외 독립 영화들과 특히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최근에는 프랑스 대사관과 함께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시네 프랑스' 기획전을 연중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상영관 내에 앉으면 오른쪽 창가에 고풍스러운 장독대가 보이는데 영화가 시작될 때 즈음 커텐으로 가려지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각 좌석 뒤편을 보면 국내외 문화계 인사들의 이름을 새겨놓아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극장 이름에서부터 특별한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운영 컨셉을 성공적으로 유지해나가고 있는 경우라 하겠습니다.

3. 스폰지하우스 종로

수입/배급사 스폰지가 종로 2가에 위치해있던 씨네코아를 인수하면서 새롭게 개관한 스폰지하우스 종로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흥행에 크게 성공을 하며 자리를 잡게된 2세대 작은영화 전용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남의 씨어터 2.0을 인수해 스폰지하우스 압구정까지 2개 극장을 운영하면서 재정적인 기반을 확고히 한 스폰지는 최근 국내 독립영화의 제작에도 참여하여 그 배급망으로 스폰지하우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일본 영화들과 해외 국제영화제 출품작들, 그리고 국내 독립영화들을 중심으로 상영하면서 극장 자체를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가꿔나가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4. 서울아트시네마 & 필름포럼

종로 2가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낙원상가 4층 허리우드 극장을 대관하여 사용하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와 필름포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원래 소격동 선재아트센터 지하에 위치했던 서울아트시네마가 낙원상가로 이사를 해야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순대국집 냄새를 떠올리며 우려했던 분들이 많았지만 끊임없는 기획전과 회고전들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명실공히 정통 시네마테크로서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필름포럼도 서울아트시네마와 함께 낙원상가 4층의 공간을 공유하면서 국내외 독립영화들을 꾸준히 상영하고 있습니다. 필름포럼의 상영작들은 씨네큐브 광화문에 비해 대중적인 취향과 좀 더 거리가 멀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이곳이 아니면 관객들과 만난 자리가 없는 독립영화 작가들에게는 그야말로 실낱같은 희망의 성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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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필름포럼 & 서울아트시네마

5. CQN명동 (명동 씨네콰논)

종로에서 약간 밑으로 내려와 명동 밀리오레 뒤편으로 가보면 상가건물 8층에 CQN명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본 영화사인 씨네콰논이 한국 내 최초의 일본영화 전용관을 표방하며 개관했는데 씨네콰논 사장인 재일교포 이봉우씨의 여동생 이애숙씨가 극장 대표입니다. 첫 일본영화 상영작이 <박치기!>였는데 바로 두 남매의 이야기였다고 하는군요. 개관 초반에는 일반 극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영화들과 일부 일본영화들을 상영하는 정도였다가 지금은 작은영화들만을 위주로 장기상영하는 멀티 전용관으로서 자리매김했습니다.

작은영화들은 아무리 오래 상영을 해봐야 심한 경우 몇 백명 밖에 관객이 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빠르면 개봉 2주차부터 다른 영화들과 교차 상영에 들어가는 경우가 잦습니다. 이로인해 영화를 상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안맞아 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러나 5개의 스크린을 갖고 있는 CQN명동은 거의 대부분 한 스크린에 한 편의 영화만을 상영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달 이상 장기간 상영하는 놀라운 뚝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상영작들을 그렇게 운영하지는 못하지만 후발 작은영화 전용관으로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는 더 없이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됩니다.


서울 시내에는 이외에도 씨네큐브 광화문의 길건너편에 새로 개관한 미로 스페이스가 있습니다. 건물 내에 전시 공간과 고급 레스토랑을 함께 갖추고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최근에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마리 앙트와네트>를 홀로 장기 상영하기도 했고 오다기리 죠의 출연작들을 모아 기획전을 하는 등 독자적인 색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은영화 전용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서울극장, 대한극장, 중앙극장 등의 멀티플렉스들이 적은 객석 규모의 스크린을 활용하여 작은영화의 확대 개봉에 동참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강남 씨네시티, 신촌 아트레온 같은 극장들도 이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지방의 작은영화 전용관들로는 대구 동성아트홀, 광주극장, 시네마테크 부산 등을 얘기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20년 전에 개봉 영화를 보려면 종로까지 가야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전국의 멀티플렉스들이 외면하는 작은영화들을 챙겨보려면 한강을 건너야만 합니다. 국내 영화시장의 독과점 문제와 다양성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저는 '궁극적으로 관객 수요가 바뀌지 않으면 영화시장도 바뀌지 않는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즉, 서울 시내의 작은영화 상영관이 이 정도나마 자리를 잡은 데에는 그 만큼의 관객 수요층이 확인되었기 때문이고, 동시에 작은영화 상영관이 몇 군데 밖에 없는 이유 역시 아직 그 이상의 영화 수요가 충분히 확산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트 플러스 사업 등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도 필요는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텅빈 상영관만 늘리는 방식은 결국 한계가 있습니다. 다양성 문제의 해결점은 관객들의 취향과 선택의 다양성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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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movie talks l 2007/08/2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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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강자이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 아트 시네마는 몇번 가봤었습니다^^특이한 영화가 갑자기 땡기는 날에는 인사동 쪽으로 발길을^^

    2007/08/28 16:01
  2. 하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에 계신 분들에겐 좋은 정보가 되겠네요.
    추천 드립니다.^^

    2007/08/28 18:07
    • BlogIcon Cinerge  댓글주소  수정/삭제

      추천 감사합니다.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에 계신 '좀 더 다양한 영화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분들께 정보와 의견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2007/08/28 23:55
  3. BlogIcon 1004an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치기..실제인물들이 한국에서 극장대표로 있군요. 다 좋은데... 서울이네요..^^

    2007/08/28 18:55
    • BlogIcon Cinerge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런 극장들이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서울에서도 종로 주변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게 큰 아쉬움이예요.

      2007/08/28 23:57
  4. BlogIcon 슈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필름 포럼도 종로였군요. 아직 스폰지하우스밖에 못가봤지만 언젠가 꼭 다 가볼겁니다^^

    2007/08/28 20:26
  5. BlogIcon 투모로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주로.. 시네큐브 팬입니다^^;;
    근데 하이퍼텍 나다도 참 좋은 것 같아요. 이번에 처음가봤거든요.
    상영관 오른쪽 장독대마당에 감탄하고 왔네요.

    2007/08/28 23:49
    • BlogIcon Cinerge  댓글주소  수정/삭제

      씨네큐브가 젤 좋다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교통이 아주 편리하지만은 않은 위치인데도 이젠 거의 생활 속에 자리잡은 모습이예요.

      하이퍼텍 나다의 그 장독대, 겨울 저녁에 눈 내리는 날 보면 조명까지 비춰지면서 거의 환상입니다. ^^

      2007/08/29 00:02
  6. BlogIcon 한방블르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며칠전 미로스페이스에서 '이리나 팜'을 보고 왔습니다. 그 곳은 처음이었는데 생각외로 영화관이 좋았습니다.

    2007/08/29 03:11
  7. BlogIcon smire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참 좋아하는 극장들을 다 모아놓으셨네요^^

    요즘 일요일에 씨네큐브 예약없이 가면 자리 구하기 힘들때가 많은데..
    Cinerge님 글 때문에 더 붐비겠군요..

    한적한 극장들 찾으로 다녀야겠어요.^^

    2007/08/29 13:12
    • BlogIcon Cinerge  댓글주소  수정/삭제

      작은영화를 즐겨찾는 이유 중에 하나는 상영관에 빈자리가 대부분이라 상당히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거죠. 이율배반적이긴 하지만, 작은영화 전용관을 찾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인기있는 기획전이나 극장이 붐빌 때는 이거 사람 많아지면 안좋은데 하게 되더라구요. ^^;

      2007/08/29 14:46
  8. 허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보극장도 상업영화는 해리포터를 마지막으로 작은 영화 전용관으로 노선을 변경했더군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관이라서 다른 멀티플렉스들에 밀려 장사 처절하게 안될때는 폐관할까봐 걱정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나마 좀 나아진것같아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타인의 삶, 플루토에서 아침을도 재상영해준다고하니 기대 만땅이네요.
    점점 인디,예술영화 보기가 편한세상이 오고있습니다. 허허허

    2007/08/30 02:38
    • BlogIcon Cinerge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멀티플렉스 체인점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명보극장을 참 좋아했었어요. 시설도 좋고 을지로3가역에서 바로 갈 수 있어 편하고. 다른 극장들 개보수할 때 같이 못하고 이런저런 대관 사업 같은 걸 겸업하더니 이제 제 방향을 찾아가는 걸까요. 대형 전용관으로 거듭나게 될런지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

      그나저나 <타인의 삶>은 말이 필요없을 만큼 정말 좋죠.

      2007/08/30 09:57
  9. BlogIcon 미디어몹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Cinerge 회원님의 포스트가 금일 오후 05:00에 미디어몹 헤드라인에 링크될 예정입니다. 익일 다음 헤드라인으로 교체될 경우 각 섹션(시사, 문화, 엔조이라이프, IT과학) 페이지로 옮겨져 링크됩니다.

    2007/08/30 15:35
  10. BlogIcon kos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꼭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담달의 데이트 장소가 정해졌습니다.
    좋은 포스팅 감사해요~~

    2007/09/01 05:46
  11. BlogIcon kos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 친절하실수가... 인천사람으로서 서울가면 약간 막막한데 좋은 자료가 될거같네요..

    2007/09/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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