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Psycho"는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원작 소설을 1996년 장편 극영화 데뷔작 "I Shot Andy Warhol"로 알려진 캐나다 출신 여성감독 매리 해런이 직접 각색하고 연출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영국 웨일즈 출신의 크리스챤 베일은 "여인의 초상"(1996), "벨벳 골드마인"(1998), "한여름 밤의 꿈"(1999) 등에서 계속 조연만 하다가 이 영화의 주연을 맡고 심기일전해서 이전의 유약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상당한 다이어트와 몸 가꾸기를 했습니다. 저는 "American Psycho"에서 그의 얼굴 생김새와 인상이 이전에 "벨벳 골드마인"에서 기자로 출연했던 그와 너무 틀려 약간 놀라기까지 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어떤 영화일 것이라고 기대하십니까? 전 원래 호러영화 팬은 아닙니다만 어차피 처음부터 연쇄살인자가 누구인지 다 알고 오히려 그가 주인공인 영화인 바에야 아싸리(이런 말 사용해서 죄송합니다) '쿨~한 살인극'이길 바랬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 죽이는 장면들이 관객의 못된 심리를 건드리는 적당한 잔인함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멋진 결말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영화는 그런 제 기대와는 거리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사람 많이 죽이죠. 어떤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 박사의 음산하면서도 장엄한(배경음악이 주로 클래식이어서 그런가?) 살인이 아니고 약간 코믹한 데가 있는 엉뚱스런 살인들입니다. 이런 "American Psycho"의 이상야릇한 분위기는 영화의 결말에서 설명이 되긴 합니다. 아무튼 기대와 틀린 것도 틀린 것이었지만 상당히 황당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American Psycho"는 멋진 연쇄 살인마와 그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영화라기 보다는 80년대 뉴욕 월가의 여피들의 세계를 풍자하는 영화라고 하는 편이 맞는 표현이 될 것 같습니다. 영화 포스터와 요즘의 홍보 문구에서 연상되는 그런 영화를 생각하시면 좀 실망이 있으실 겁니다. 못 만든 영화는 절대 아닌데 감상포인트가 관객들의 일반적인 기대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곳에 있는 그런 영화라는 말씀입니다. 차라리 친구들과 흥겨운 기분으로 독특한 코미디를 본다고 생각하시면 좀 더 편안하시리라 생각됩니다.

2000.11.24 @ column.dreamwiz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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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빈상자 2007.11.29 14:10 신고

    갑자기 영화에서 뉴욕의 부유한 히피들이 누구의 명함이 더 멋진가를 두고 겨루기를 했던 장면이 생각이 나네요.

    아참, 글고보니, 신어지님 덕분에 명함하나 멋지게 뽑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7.11.29 20:51 신고

      잘 잊혀지지 않는 나름 명장면이죠. 땀 삐질삐질 흘리던 크리스챤 베일의 표정도 생생합니다. ㅋ

      명함 뽑으셨군요. 너무 많지 않던가요? 한평생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