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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in Wright Penn & Bruce Willis @ Unbreakable (2000) by M. Night Shyamalan


다른 분들이 "언브레이커블"을 보시기 전에 제 글을 읽는게 혹 훼방이 될까봐 이 영화에 대한 제 솔직한 느낌을 별로 적어 보질 못했습니다. 요즘 여기저기에서 이 영화에 대한 다른 분들의 글들을 많이 보고 있는데요... 조금 어려운 영화라는 소개글도 있고 역시 실망이 크다는 의견도 있었구요, 드림위즈에서 발견한 최근 글에는 선과 악의 대립과 융합이라는 이중구조로 "언브레이커블"을 해설해 보는 좋은 내용도 있었습니다. "식스 센스"가 학사학위였다면 "언브레이커블"은 석사학위라면서... ^^; 근사한 비유 아닙니까?

제가 나중에 "언브레이커블"에 대해 다시 써볼 기회가 있게 된다면 그 때는 "언브레이커블"에서 제가 느낀 묘한 슬픔의 정서에 대해 묘사해 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식스 센스"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브루스 윌리스는 약간은 침울한 분위기의 캐릭터를 시종일관 유지합니다. "언브레이커블"에서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Sadness'라는 단어로 직접 표현이 되기까지 하지요. 브루스 윌리스가 결국 영웅의 길을 가기로 마음 먹게 되는 데에는 사무엘 L. 잭슨의 등장과 설득, 자기 자신에 대한 발견, 어린 아들의 절망에 가까운 기대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지만 저는 그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해 느끼는 말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 가장 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 후반부의 영웅 탄생의 장면을 기억하시죠? 멋지게 한방 날리지도 못하고 겨우 목이나 졸라 너무너무 힘들게 악인을 처리하는 그런 힘겨운 영웅을 전 난생 첨 봤습니다. 그 장면은 왜 자꾸 슬프게만 기억되는 걸까요. 그의 그런 평범함과 깊은 슬픔은 스크린 속에서 끝나는 것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관객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부분이 아닐까요. 수퍼맨이 그랬고 수많은 만화 속의 영웅들이 그랬듯이 자신의 최대 약점으로 인해 뜻밖의 위험에 처하지만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고 마침내 악인을 무찌른 뒤 자신을 도와주는 협조자와 반갑게 재회한다는 영웅 탄생의 기본 골격을 완벽하게 복제해 내면서도 결국 20세기의 만화 속 영웅들과는 같은 길을 가지 못하게 된다는 결말 역시 "언브레이커블"의 초현실적인 설정을 땅바닥으로 스스로 끌어 내리고 관객들의 정서적 공감을 심화시키는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언브레이커블"에 대해 정말 다시 글을 쓰게 된다면 그 제목은 아마도 '슬픈 21세기 영웅의 탄생'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2000.12.22 @ column.dreamwiz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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