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제가 "Lost Souls"(2000)인 이 영화는 '위노나 라이더가 주연한 공포 영화'로 알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노나 라이더의 아리따운 미모나 우리가 기대하는 공포 영화의 엽기호러 눈요기를 기대하시면 실망이 크실 겁니다.

작년 "처음 만나는 자유(Girl, Interrupted)"의 제작과 주연으로 안젤리나 졸리에게 골든 글러브와 아카데미의 여우조연상을 안겨 주었었고, 조안 첸의 두번째 감독 작품 "뉴욕의 가을(Autumn in New York)"에서는 리차드 기어와 호흡을 맞추었던 위노나 라이더는 깎아 놓은 듯한 미모 하나로 여전히 많은 팬들을 모으고 있는 스타죠. 1986년 "Lucas"에서의 데뷔를 시작으로 "비틀쥬스", "헤더스", "가위손", "드라큘라", "영혼의 집", "순수의 시대", "작은 아씨들", "청춘스케치(Reality Bites)", "아메리칸 퀼트" 등 그녀를 기억하게 하는 작품들이 꽤 많습니다. 최근 몇 년간은 이렇다할 굵직한 주연 작품이 없었음에도 이번 "엑소시즘"의 흥행 요인 역시 다름아닌 '위노나 라이더가 나온다'는 것 하나라고 할 만큼 위노나 라이더는 정말 잘 알려진 배우이고 포스터에 걸린 그 이름과 얼굴 하나로 여전히 관객을 어느 정도는 몰아주는 '스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대단한 영화광이거나 특정 스타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찾아가 보는 열성팬이 아닌 이상 위노나 라이더가 나온다는 이유만 가지고 이 영화를 무조건 보러 가지는 않겠지요. 한 두명의 스타는 홍보 과정에서 그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은 해도 결국 영화의 흥행이란 작품 자체의 완성도(아주 포괄적인 의미에서)에 달린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빼어난 선남선녀들이 떼로 몰려 나와 기상천외한 엽기호러쇼를 펼쳐 보인다고 해도 영화를 이미 관람한 초기 관객 몇 명이 좋은 입소문을 퍼뜨려주지 않으면 그 이상의 관객 동원은 어렵다고 보게 됩니다. "엑소시즘"도 이에 해당하는 불행한 경우로, 앞으로도 위노나 라이더의 출연작 전체 리스트에나 등장할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일 만큼 관객들의 반응도 시원찮고 기타 별다른 인정을 못받은 범작의 하나로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그래도 생각했던 것 만큼 심하게 실망스럽지는 않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영화가 앞뒤도 제대로 못가리고 시종일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가 끝나는 이상한 작품은 절대 아니고 오히려 몇 가지 감상의 재미를 찾아볼 여지가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먼저 이 영화가 데뷔작이 된 감독 야누스 카민스키(Janus Kaminski)에 대해 몇 가지 재미있는 사항들이 있습니다. 59년 폴란드 태생인 야누스 카민스키는 영화 연출가로서의 이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촬영감독으로서 꽤 알아주는 사람입니다. "쉰들러 리스트", "주라기 공원", "아미스타드",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에서 카메라를 잡아왔고 올해 여름 흥행 예상작들 중 하나인 "A.I. Artificial Intelligence"도 함께 작업했습니다. 그외 "아메리칸 퀼트", "제리 맥과이어" 등이 있구요. 또한 뛰어난 여배우들 중 하나인 홀리 헌터의 남편이기도 합니다.

정말 "엑소시즘"은 촬영감독 출신의 연출작답게 좋은 그림 만들기에 온 힘을 쏟아부은 흔적이 엿보입니다. 데이빗 핀쳐의 "세븐"과 비교하면 너무 과장이 될까요. "엑소시즘"을 나름의 격을 유지한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해 줄 만한 한가지 근거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나치게 스타일을 부리거나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야누스 카민스키의 탁월한 영상 감각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다할 엽기호러 픽쳐쇼를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나름대로 흥미진진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은 위노나 라이더, 벤 채플린 등 출연 배우들의 고른 연기와 함께 야누스 카민스키의 오랜 영화경력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감각 덕분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 사실 감독에 대한 사전 지식없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젊은 감독의 데뷔작인 줄로만 알고 '이 영화는 망했지만 감독은 반드시 더 큰 예산의 차기작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데이빗 핀쳐도 그랬었잖아요.)

역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영화의 줄거리에 살집이 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중심이 되는 설정과 결말만 가지고는 관객들에게 욕만 얻어 먹고 외면당하기 십상이지요. 이미 개봉한지 30년이 지나서도 공포 영화의 대명사가 되어 재개봉까지 하는 "엑소시스트"처럼 '모가지가 180도 돌아가는' 끔찍한 볼거리와 액션을 제공하거나 아니면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 센스" 같이 탄복할 만한 반전을 제공하거나 하지 않으면 요즘 같아서는 잘했다 칭찬받기가 좀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 대한 아무런 기대치를 갖지 않고 부담없이, 또는 아주 우연히 보시면 나름대로 재미를 찾으실 수 있는 영화가 "엑소시즘"인 것 같습니다.

2001.05.21 @ column.dreamw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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