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영상으로 옮긴 잭 스나이더의 그래픽 무빙 픽쳐. 보는 이에 따라 취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에겐 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영화적 체험이었다.
영화 자체의 뛰어난 만듬새와는 별개로, <300>의 정치적 함의는 정말 흥미롭다. 미 해병대 군인들을 연상시키는 스파르타의 전사들은 끊임없이 민주주의와 자유의 수호신임을 자처하면서 가족과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잔혹한 살육 행위의 정당성을 찾아낸다. 크세르크세스 황제가 부시 대통령이고 레오니다스 왕을 후세인이나 빈 라덴으로 뒤바꿔 보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영화를 만든 이들과 주 관객들이 누구인지를 고려한다면 <300>가 어느 편의 입장을 강변하고 있는 영화인지는 별로 혼란을 일으킬 염려가 없는 부분이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가 자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선동적인 영화를 만드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우주 전쟁>(2005)과 마찬가지로 <300>도 자신들은 침략을 당한 입장이고 소중한 가치를 지키려고 할 뿐이라는 억지에는 실소를 금하기가 어렵다. 여기에서 <300>는 한발 더 나아가 의회에서 전쟁 반대론자들의 입장을 공격하기까지 한다.
사라 폴리 때문에 보러 갔던 <새벽의 저주>(2004)가 평소 즐겨보지 않는 호러물이었음에도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잭 스나이더의 군더더기 없는 연출 때문이었던 것 같다. <300> 버전의 막시무스, 레오니다스 왕을 연기한 제라드 버틀러는 <드라큘라 2000>에서 처음 봤었는데 그 이후 <툼 레이더 2>에서나 <오페라의 유령>, 그리고 <300>까지 한번도 같은 모습이었던 적이 없어
아직도 잘 알아볼 수가 없다. <300>에서는 수염만 붙인게 아니라 볼에도 뭔가 특수 분장을 했던 것 같다.
Gerard Butler @ 300 (300, 2006) directed by Zack Sny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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