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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레스 클레이본"을 보면서 연상되는 세 편의 영화들이 있다.

첫째, "사랑과 추억".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닉 놀테가 주연한 영화로 고립된 섬의 이미지와 비극적인 가족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연상된다. 둘째,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살인에 대한 이야기란 점과 무엇보다, 남성천국 내에서 고통받는 여성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이들이 대항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연상된다. 세째, "철목련". 요게 가장 약하게 끌어 들여지는 영화인데, 어머니와 딸의 사랑을 그린 영화라는 점에서 연상되었다. (사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그린 영화에 비해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그린 영화가 드문게 사실이니까)

"돌로레스 클레이본"의 원작자는 바로 스티븐 킹이다. 그로테스크한 그의 외모 만큼이나 서늘한 작품을 잘 쓰는 천재 작가인 그의 작품이 영화화 된 것은 여러편이다. 언뜻 생각나는 것만 해도 "캐리(브라이언 드 팔마)", "스탠 바이 미(로브 라이너)", "미저리(여기에서 캐시 베이츠가 확 떴었다)", 최근의 "쇼생크 탈출(!!)"...... 그리고 이번의 "돌로레스 클레이븐"이 영화화되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이 영화화된 것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아무래도 작가로서의 그의 개성보단 그의 작품을 토대로 영화를 만든 각기 다른 감독들의 역량이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연출한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백야"에서와 마찬가지의 꼼꼼한 미장센과 원작을 뛰어넘는 몽따쥬로 감상하는 이들을 기분좋게 해 준다. 고통의 현재 시각을 표현하는 푸른 빛의 영상이 삭막함과 차가운 현실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또한 과거와 현재를 교묘하게 오가는 몽따쥬는 보다 발전된 형태의 영상 체험을 제공해주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전체가 너무 스티븐 킹 식의 써스펜스에 집중되고 있어 "쇼생크 탈출"에서의 따뜻한 감동 같은 것을 남겨 오기엔 무리가 있었다.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보는 관객은 차라리 초,중반의 지루함 가운데 펼쳐지는 여러가지 복선과 소품이 극의 종반에 이르러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재미로 만족하는 게 나을듯 싶다.

배우 캐시 베이츠는 못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헐리웃에서 주연급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신화적(?) 여배우이다. "미저리"에서의 무시무시 한 독신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서의 평범한 뚱보 아줌마 역에 이어 "돌로레스 클레이본"에선 저학력이지만 억척스럽고 현명한 한 사람의 어머니 역을 잘 소화해 냈다고 본다.

불만은 또다시 제니퍼 제이슨 리에게로... 캐시 베이츠와 함께 극을 이끌고 나가는 주연으로서 그녀는 나에게 또다시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러시"에서 약간 빈듯하지만 끝에선 가장 강한 여형사, "위험한 독신녀"에선 브리짓 폰다를 앞서는 싸이코 연기를 하도 잘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중에 하나인 그녀가 "허드서커 프록시"에서 어울리지도 않는 여기자 역을 맡더니 이번에도 기자로 나왔다. 어눌한 그녀의 개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배역이다. 화딱지 난 김에 미루고 있던 "브루클린으로 가는 비상구"인가 하는 걸 빌려봐야 겠다.

남자인 나보다 여성들이 보면 많은 걸 생각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며, 내가 이렇게 전에 봤던 영화들과 그에 관련한 짧은 지식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채운 것으로 보아 "돌로레스 클레이본"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느낌은 영 별로였던 것이 확실하다. 기억에 남는 대사 한마디는..."때로는 악녀가 되는 것이 편하다." 물론 이 영화에서 그녀들은 자신들이 가장 고통스러울 때에 악녀가 되기를 '선택'했던 것이었지만.

1996.01.03 @ hitel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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