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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즐기는 일은 마치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야구 경기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야구 구경을 좋아라 하는 중에도 사람 마다 관전 포인트가 전혀 다를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연애의 목적"은 이를테면 투 아웃 상황에서 일부러 주자를 세 명이나 출루시켜 수비 팀을 응원하는 야구 팬들의 조바심을 바짝 올려놓고서 다음 타자를 땅볼이나 플라이 아웃을 시켜 마무리하는 한개의 이닝과 비슷하다. (엉뚱하게 견제구로 주자를 잡았다고 해도 상관 없다) "연애의 목적"에서 미리 잡은 투 아웃은 박해일과 강혜정의 지명도와 뛰어난 연기, 버벅거리지 않고 빠르게 진행되는 짜임새 있는 연출이다. 누구나 궁금해 할만한 제목 짓기나 부담 없는 코믹 멜러로 재포장된 홍보 전략이 그렇다고 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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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목적"은 일부러 세 명의 주자를 내보내는데, 모두가 박해일이 연기한 유림이라는 인물의 캐릭터와 행동들이다. 무례하기 짝이 없고 여주인공에게 찝적대기는 진뜨기 버금가는 점이 첫번째 맞은 안타, 홍과의 첫 관계를 강간으로 시작했다는 데에서 두번째 안타, 그리고 6년이나 사귄 애인을 둔 데다가 홍 앞에서 거짓말을 해대면서 마지막 데드볼 출루까지 허용하고 만다. 이쯤되면 수비 팀을 응원하는 관객들은 난리가 난다. 투수 당장 바꿔!
저 새끼 또 저래, 죽여! 감독은 화장실 갔냐, 빨리 바꿔! (세드릭 칸의 "권태"는 막강한 공격력으로 상대팀을 완전히 두들겨 놓는 경기였는데 내 옆에 앉았던 커플은 중간에 강판 당한 상대팀 투수의 친척이었는지 중간에 퇴장하시고 말았다)

실제 야구 경기에서 일부러 안타 두 개 맞고 데드볼로 주자 만루를 만들어 실점 위기를 자초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특히 잘 만든 영화는 일부러 그런 짓을 한다. 좀 더 드라마틱한 드라마가 되도록 하는 것이 영화라는 경기의 코치가 계획하고 연출하는 일이다. 관객에 따라서는 그런 상황 전개 자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영화 관람을 야구 경기 구경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하는 이런 얘기 자체가 대체 뭔 소릴 하는 건지 이해가 안되신다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경기는 한 주에 수 십 게임씩 진행되고 내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팀의 경기만 챙겨 보아도 스케줄이 빡빡하다. 일년이면 한 주에 한 게임씩 50 경기를 보게 된다. 그리고 한 게임은 9개의 이닝 으로 진행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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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때도 있고 이기는 때도 있다. 파죽의 10연승을 거두기도 하고 때로는 몇 연패를 거듭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한 이닝 이닝이 전부 다 다르고 나의 실제 취향과 입맞에 딱 맞아 떨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닝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나도 내가 응원하는 팀이 매 이닝마다 점수를 내고 상대팀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항상 이기기만 하면 좋겠다. 하지만 그건 야구가 아니다.

"연애의 목적"은 주자 만루, 위기 상황을 자초하고 나서 실점 없이 마운드를 내려온 우리 팀 투수 같다. 다음 이닝에서 타자로 나선 그가(메이저리그에선 투수도 타석에 선다) 적시타를 때려 결승점까지 얻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얼마나 좋은 경기인가. 최근의 "혈의 누", "남극일기"에서 형편 없는 경기 내용에 연패만 하다가 이번에 좋은 경기 보여주었다. 정말 고맙고도 즐거운 일이지 않은가.

2005.06.22 @ blog.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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