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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한지 2주가 된 진주를 데리고 과천서울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언젠가 중성화 수술을 시키게 될 것을 감안해서 첫번째 예방접종을 받게 해줄 겸, 미리 탐방을 해두자는 취지였죠. 더군다나 집에서 차로 15분 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중성화 수술 때문만이 아니라 진주의 주치 의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천서울동물병원은 그러잖아도 호불호가 심히 갈리고 있는 곳인데요, 그래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갔더랬습니다. 굳이 큰 공간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일단 집 앞에 잘 가는 세탁소 체인점 정도의 크기더군요. 앞서 오신 가족들이 선생님과 일을 보는 동안 잠시 기다리면서 유명한(?) 과천서울동물병원 강아지와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잠시 후 저희 차례가 되어서 이동장에 있는 그대로 진주를 선생님께 들어보이며 예방접종 맞으러 왔다고 말씀드리니까 척 보시더니 2주 후에 다시 오라시더군요. 예방접종을 시작하기에 너무 작고 어리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군말 없이 나왔습니다. 크게 당황스러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뭔가 이상했죠. 진주를 분양받은 곳은 뉴욕캣이라는 장안동 소재의 펫샵이었는데 입양일에 전달받은 반려동물 매매 계약서라는 쪽지에는 출생일이 52(일)라고 적혀있었고 그 이후 2주가 지났으니까 산술적으로 진주의 월령은 2개월 하고도 일주일 정도가 지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 임상 경험이 그토록 많으시다는 분께서 2주 정도 더 키워서 데려오라고 하실 때에는 - 고양이 백신은 6주 ~ 8주부터 시작이라는데요 - 한눈에 보시기에도 '미달'이기 때문이지 않았을까요.




집에 온지 2주 만에 처음 바깥 나들이를 하느라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진주는 담요에 폭 싸인 채 깊은 잠을 자더군요. 그리고 일어났는데 한쪽 눈이 몹시 불편해보였습니다. 한쪽 눈을 깜박 거리는 모습을 며칠 전부터 계속 그랬는데 방 안이 건조해서 그런가 싶어 가습기도 틀어주고 했었지만 특별히 염증처럼 보이는 건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오늘 자고 일어난 모습을 보니 한쪽 눈의 불편함이 확연하게 보였습니다. 여전히 잘 먹고 잘 싸고, 발랄하게 놀아주고는 계시지만 처음으로 뭔가 불편해뵈는 모습을 발견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겠더군요.

그래서 찾게 된 곳이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우리집 동물병원이었습니다. 사실 이 병원은 제가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마음 먹었던 절묘한 시점에 바로 집 앞에 신규 오픈을 한 곳이었지만 저는 집 가까운 곳 보다는 '정보가 많은' 과천서울동물병원을 선택했던 것이었어요. 하지만 오늘 예방접종을 하러 갔다가 - 사실 간 김에 아이의 눈이 불편해보이는 증상에 대해서도 좀 물어볼 생각이었습니다만 - 2주 후에 오라는 말만 듣고 돌아선 그곳을 다시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기왕 찾아온 애기 고양이를 이동장에서 꺼내 한번쯤 살펴봐주시는 모습만 보이셨어도 좋았을텐데 과천서울동물병원에는 한 사람의 반려인으로서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기본적인 '보살핌'이란 게 없는 곳이었습니다. 물론 바쁘신 탓도 있었겠지만 오늘 제가 받은 인상으로는 홈페이지 주소처럼 '중성화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음식 먹는 장소로 치자면 분식집이나 편의점 같은 곳이랄까요.




반면 우리집 동물병원은 관련 정보가 거의 전무한 곳이었습니다. 같은 이름의 동물병원이 도곡동에도 있더군요. 그러나 제가 찾은 곳은 행정구역상 의왕시에 있는 우리집 동물병원이고, 아마도 제가 쓰는 이 글이 인터넷 상에서 이 병원과 관련되어 검색되는 첫번째 방문기가 되겠지 싶습니다. 그러나 사진은 없습니다. 그럴 겨를이 없었거든요.

진주를 이동장에 다시 넣고 걸어서 병원까지 갔습니다. 과천서울동물병원 선생님이 비판하신다는 - 그래서는 안되는 건데 손님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개와 특히 고양이를 키우는 동물병원이었습니다. 날뛰는 강아지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는데 나올 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고양이는 뱅갈과 터키쉬 앙고라로 보이는 성묘 두 마리더군요. 간호사분들이 계셔서 접수를 해주고 진료하는 동안 진주를 잡아주며 보조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두 분이셨어요.

무엇보다 불편한 한쪽 눈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었고 예방접종 시작 시점에 대해 묻고 싶었고 또 전반적인 건강검진을 받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발견된 것은 진주의 양쪽 귀 속의 '진드기 농장'이었어요. 이틀 전에 진주의 귀 속에 진흙 같은 때가 있는 것을 보고 휴지로 조금 닦아주다가 싫어하는 것 같아 중단하고 언젠가 세정제를 사서 나도 귓속 청소를 해주어야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득시글가리는 엄청난 수의 진드기에 의해 생긴 피딱지라는 겁니다. 아마 엄청 가려웠을 거라고 하시는데 진주가 그간 보여주었던 뒷다리로 긁는 동작이나 눈의 찡긋거림 등이 떠오르더군요. 의사 선생님이 엄청 지저분한 진주의 양쪽 귀 속을 닦아내고 마지막으로 살충제를 투여하는 과정은 거의 수술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모니터를 통해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그 진드기들은 아마도 진주가 태어난 '농장'이나 중간 유통과정이었던 뉴욕캣에서부터 진을 치고 있었겠지요. 제가 반려 경험이 전무했던 탓도 있겠지만 뉴욕캣에서 진주에게 행한 '방부 처리'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분양 직전에 투여했다고 들었을 뿐만 아니라 작은 약병에 넣어 3주간 투여하라고 보내준 "원충/구충/면역강화 한약을 눅여 만든 약"은 주사기로 먹이고 나면 진주를 깊은 수면에 빠지게 만드는 성분이 있더군요. 정로환 냄새가 심한 것이 분명 지사제로서의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약에 들어있는 스테로이드 성분은 식욕을 증진시킨다더군요. 한 마디 어린 고양이가 팔려간 집에 들어가서 초반에 "잘 먹고 잘 싸고 똥꼬발랄하게 뛰어노는" 기특한 모습을 보일 수 있게 해준 일종의 방부 처리였다는 겁니다.

뉴욕캣에서 보내준 약물에 대한 우리집 동물병원 선생님의 의견은 당연하게도 그만 먹여도 되겠다는 거였습니다. 예방접종은 귀 안의 진드기부터 해결한 이후에 하자고 하시더군요. 일주일 후에 다시 내원하기로 하고 진료비와 약값을 지불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나마 진주의 어깨부근 피부에 투여해준 살충제 값이 대부분이었고 진료비는 정말 적게 받으신 것 같더군요. 비용 문제를 떠나서 저와 진주가 필요로 했던 제대로된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의 긴장을 풀고 고개 숙여 제대로 인사를 드릴 수가 있었어요.

소위 업자분들을 통해 분양받는 경우와 함께 더군다나 펫샵이 직접 가보지도 않고 매매를 할 경우의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는 있었지만 - 고양이를 분양해주시는 분치고는 전화받으시는 태도가 너무 아니다 싶었던 것 또한 - 그래도 아이가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해보이니까 그걸로 됐지 싶었는데 집 앞의 동물병원에서 2주 만에 제대로된 진료를 한번 받아보고는 이건 정말 아니지 싶은 것들을 너무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 무엇보다 아이의 월령을 속이셨어요. 홈페이지의 생일과 매매 계약서의 출생 후 날짜 수도 맞지가 않았던 것 뿐만 아니라 그 날짜들 보다 훨씬 어린 아이를 보내시면서 어느 정도 자란 것인양 하셨던 거요. 어차피 거기서 거기인 것, 빨리 팔아넘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셨던 거겠죠.
- 초보 집사 입장에서는 그저 믿고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그 약물이요. 좋은 컨디션으로 보이게끔 해주는 묘약이었던 동시에 과도한 수면과 과도한 식사량, 그리고 과도한 발랄함의 원인이기도 했던 그것 말씀입니다.
- 물론 귀 속의 진드기 농장에 대해서는 내 알 바가 아니었다고 하시겠지요. 협력병원과의 건강 검진이나 오프라인 매장 꼼꼼한 소독과 위생관리로 전염병을 예방한다느니 하는 홈페이지의 글귀들은 그저 귀담아 들을 가치가 없었던 홍보 문구에 불과했던 것이겠고요.




첫 입양에 마음이 들뜬 상태로 2주간을 보냈었고 그저 때가 되었다 생각해서 가볍게 예방접종 나들이를 다녀오려던 것이었는데 한꺼번에 여러가지 일들과 감정이 뒤섞여버린 하루가 되고 말았습니다. 대단했던 귓 속 청소에 이어 어깨죽지에 살충제까지 맞고 온 진주는 상당히 간지러워 하더니 드디어 깊은 잠에 빠져들었네요. 아무쪼록 오늘과 그간의 스트레스를 다 털어내고 일어서주길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앞으로 진드기는 남은 한 마리까지 모두 죽여없애고 예방접종도 잘 받으면서 건강하게 잘 자라주리라 믿습니다.

- 앞으로 두 마리 정도는 더 입양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원하는 고양이를 찾다보면 업자 분들을 통하지 않고 입양하기가 쉽지 않고, 실제로는 가정 분양과 업자 분들의 구별도 모호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언제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똑같은 사진을 매일 같이 올리는 분들은 대체로 진짜 업자이신 것 같더군요. 뉴욕캣에서도 진주를 데려온 이후 지금까지 그때 그 사진들을 홈페이지에 계속 올려놓고 분양 게시판에도 올려놓고 있는 걸 보면 참 어이가 없습니다. 진주를 입양해온 일 자체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지만 인터넷을 통한 뻔한 상술에 넘어간 부분은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입양을 할 때에는 최소한 직접 매장이나 가정을 방문을 해서 아이가 거쳐온 환경을 체크하고, 또 입양을 하고나서는 최대한 빨리 기본적인 검진를 받도록 해야겠습니다.

-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우리 진주는 집도 가까운 의왕 우리집 동물병원에 계속 데려가려고 합니다. 이렇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물병원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고 기분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고작 한번 다녀왔을 뿐인데, 더군다나 초보 집사 주제에 병원 한 군데를 일방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할 시점은 아직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는 어느 한 곳에만 의지하기 보다는 다른 곳에도 보여주고 여러 가능성들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겠습니다.

- 과천서울동물병원에 다녀온 직후 이곳에서 중성화 수술을 받은 5년된 한 아이가 열흘만에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을 카페 게시판에서 읽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우리 진주를 다른 병원에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찌감치 과천서울동물병원에 한번 다녀와 보기로 했던 건 참 잘 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굳이 혐오감을 드러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우리 진주를 굳이 그곳으로 다시 데려가야 할 필요가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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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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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anna 2012.02.19 13:42 신고

    고양이 키우기로 하셨군요. 저도 세마리 키우고 있다가 유기묘 한마리 더 데리고 왔는데, 요녀석이 암놈이라 중성화 수술 시킬 생각하면 착잡합니다 저도 바로 집 앞에 원장님이 한 분인 조그마한 동물 병원이 있습니다. 친절한 원장님이 계신 동물병원이 바로 주위에 있는 것도 커다른 복이예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12.02.19 16:58 신고

      데려올 때는 당연히 중성화를 해서 함께 살아야지 했었는데 막상 살아보니
      지 새끼 낳아서 젖 물리고 하는 경험을 한번 정도는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차피 두어 마리 더 입양할 거면
      지금 첫 아이에게 낳게 하면 되지 않냐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되고요.

      아 정말 저도 집 가까운 곳에 맘 편히 갈 수 있는 병원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요. 오늘 오전에도 잠시 들러서 눈 세정제 사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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