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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FM
감독 김상만 (2010 / 한국)
출연 수애,유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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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래 그랬었지. 작년 10월 <심야의 FM> 개봉 전에 김상만 감독의 이력을 살펴보다가 '팔방미인형 종합 예술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영화계와는 <접속>(1997)의 포스터 디자인으로 첫 인연을 맺었댄다. 이후 미술감독이 되어 <공동경비구역 JSA>(2000)로 대종상 미술상까지 받았는데 <사생결단>(2006)에서는 미술감독 겸 음악감독까지 해내셨다고. 알고보니 허벅지 밴드의 베이시스트이시며 인디 레이블 비트볼의 설립자이기까지 하시다니 한 마디로 시청각 전방위에 능통하시다는 얘기다. <심야의 FM>이 흥행에 크게 성공한 작품이 되었다면 이런 사실들을 어디에선가 다뤄주는 곳이 있었을텐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나처럼 감독 이력을 들춰본 사람들만 알게 되는 사실인 것 같다.

아닌게 아니라 <심야의 FM>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그림이 참 잘 나온 영화다. 영화의 중반까지 영화음악 DJ 고선영(수애)이 마지막 방송을 준비하는 라디오 방송국의 스튜디오와 애청자의 수준을 한참 넘어간 청취자 한동수(유지태)가 인질극을 벌이게 되는 고선영의 아파트, 두 장소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마음껏 미장셴을 채워넣을 수 있었던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때깔 좋은 한국영화의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작심한 듯한 감독의 의지가 좀 더 크게 작용을 한 탓이 아닐까 싶다. 중반 이후 주인공들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간 이후에도 그림의 때깔이 눈부실 정도는 아닐 지언정 기술적인 완성도는 흐트러짐이 없이 탄탄하게 유지되는 작품이 <심야의 FM>이라고 생각된다. 최소한 때깔에 있어서 만큼은 최근에 본 한국 영화들 가운데 단연 최고 수준이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훌륭한 레퍼런스가 되어줄 수 있을 만한 작품이라고 본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영화의 관건은 언제나 그렇듯이 기술적인 완성도 - 이것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야 바람직한 것도 사실이지만 - 이전에 영화가 애초에 담고 있었던 이야기의 맥락이거나 연출을 통해 등장 인물들에게 부여된 설득력이다. 영화 속에서 사건을 일으키는 주동자, 한동수의 동기 부분에 공감을 하기가 쉽지 않고 그런 한동수로 인해 진행되는 사건들 역시 그다지 흥미롭지가 못했다는 점이 <심야의 FM>이 한 편의 대중영화로서 가진 근원적인 한계가 아니었나 싶다. 5년간 진행되었던 영화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택시 드라이버>(1976)의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와 동일시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한동수가 드러낼 수 있는 이력의 골자인데, 그럴 수 있었던 한동수는 한낯 미친 놈에 불과할 뿐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몰입을 해볼 만한 기타의 여지는 보여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영화는 애초에 품고 있었던 풍부한 컨텍스트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 여주인공과 어느 미친 놈 간의 대결 구도로 단순화되고 만다. 그나마 또 한 명의 스토커성 애청자(마동석)가 있어서 시종일관 사건의 전개를 도와주는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 상당히 제한적이긴 하지만 - 위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덕분에 작심을 하고 첫번째 악역에 도전했다는 유지태나 "청순가련형 여주인공 따위 개나 줘버리라"는 식으로 달려드는 수애의 연기 - 요즘 <아테나>라는 TV 드라마에서는 플라잉 니킥까지 하고 있다는군요 - 는 안타깝게도 작품의 흥행 성적과 함께 고이 묻혀버리게 된 셈이다. 김상만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 원안은 제정훈 - <심야의 FM>에서 DJ 고선영의 프로그램은 다름아닌 영화음악이었던지라, 감독 자신과 영화팬들이 고루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많이 채워넣을 수는 있었으나 이 역시 전체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버리는 느낌이어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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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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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kubulletin 2011.01.25 13:49 신고

    유지태 연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ㅋㅋ ㅎㄷㄷ했는데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11.01.25 22:58 신고

      저에게는 다른 작품에서 익숙했었던 유지태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주지는 못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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