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심영섭 : 이 영화("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가 최선의 연기를 보여주긴 했지만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작품의 에너지를 거두어 가는 이유 중의 하나도 이영애의 2% 부족한 카리스마에 있다. 물론, 마지막 울듯 말듯한 장면에서 굉장히 인상적이고 열심히 연기를 한 점, 여배우가 원 톱으로 영화를 끌고간 것 등은 의미 있다. 그러나 아쉽다. 배우 연기의 진가는 5~10분을 끌어갈 수 있는 롱테이크에서 발휘된다고 본다. 그런데 이 작품에 그 정도 길이의 롱테이크가 있었다면 이영애가 끌어갈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박찬욱 : 롱테이크에서 배우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경우가 있는 건 사실이다. 이영애의 그런 면모가 궁금하다면 <봄날은 간다>를 보면 된다. 허진호 감독은 롱테이크 밖에 안하는 감독이다. 그 엄청난 롱테이크의 연속 속에서 이영애가 얼마나 잘하나. 그런 카리스마하고는 좀 다른 거다.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 계속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하는 거다. 그런 정도의 미모의 소유자가 현실감을 주기는 굉장히 어려운데, 이영애는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난 <봄날은 간다>를 보고 이영애라는 배우에게 반했었다.

Film2.0 #244,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김영진 심영섭 대담 中


이번주 필름2.0에는 '목적어가 사라진 1형식 문장'이라는 제목으로 최은영 평론가가 쓴 "박수칠 때 떠나라"에 대한 특집 비평도 실렸는데 놀라운 것은, 이 영화의 단점과 실패 요소들을 시종일관 지적하는 글 속에서 마치 글쓴이가 영화 끝나기 10여 분 전 쯤에 영화의 결말을 보지 않고 극장 밖으로 뛰쳐나오기라도 한 것 처럼 이 영화의 엔딩 부분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문장을 제외하고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단 한 문장이란 것도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결말을 제대로 포착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침내 결론에 이르러서는 범죄 시도는 있었을지언정 범죄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허망한 진실이 밝혀진다')

내가 본 "박수칠 때 떠나라"에 대한 불만과 실망에 가득찬 글들의 공통점은 최은영씨의 글을 포함한 대부분이 영화의 엔딩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거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두 시간 전체를 베팅하고 있는 영화인 만큼 엔딩 장면에 대한 접수 상황이 곧 영화 전체에 대한 만족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박수칠 때 떠나라"를 불만스럽게 본 사람들은 곧 차승원과 김지수에 의해 마무리되는 이 영화의 엔딩 자체를 거의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라는 추론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차승원 보다는 김지수에 의해 내맡겨진 '살인 사건을 둘러싼 소용돌이 어수선 난장판 속에 잊혀졌던, 또는 수많은 스릴러 장르의 영화나 실제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가 쉽게 잊곤 하는 죽은 자의 내면적 고통과 비극'을 관객들로 하여금 새삼 발견하도록 하는 역할을 이 관객님들께서는 전혀 접수하지 못한게 아니냐는 생각이다.

"친절한 금자씨"에 대한 박찬욱 감독과의 대담에서 심영섭씨가 지적한 이영애의 아쉬운 점이란 것도 영화가 이영애를, 또는 이영애가 연기한 금자의 캐릭터를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었는지에 대한 고려를 하지 못한 채 성급히 결론 내리다가 답변자인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된통 당한 모양새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의 캐릭터는 관객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그 변화 과정을 시간 흐름에 따라 배치하지 않고 여러 시점의 전혀 다른 면모들을 여기저기 흩뿌리 듯이 선보였는데 그런 와중에서 그 배역을 연기한 배우의 카리스마니 롱테이크니 하는 언급 자체가 이게 과연 고명하신 영화평론가의 입에서 나온 말인가 싶을 정도로 단순한 불평 불만의 수준으로 밖에는 비춰지질 않는다.

올해 초 "여자, 정혜"를 여러 사람들과 같이 관람한 후 영화에 대한 호, 불호의 극단적인 갈림이 있었던 가운데, 더군다나 여자 캐릭터 하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였기에 정혜의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일이 곧 영화 전체에 대한 이해와 직결되는 경우였다는 점에서, 사람에 따라 어쩌면 이렇게나 한 영화에 대한 이해와 몰이해의 정도가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는 것인지 엄청하게 놀라고 이래저래 안타까워했던 일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에야 그 실마리가 풀리는 것은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의 연기에 관한 심영섭씨의 언급과, 그냥 까메오인줄 알았던 김지수가 영화 마지막 장면에 다시 나와서 영화 한 편 전체를 살리거나 죽이는 중책을 맡았던 "박수칠 때 떠나라"에 대한 반응들, 그리고 "여자, 정혜"에 대한 반응들이 결국은 같은 지점에서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5.08.18 @ blog.naver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0

트랙백 주소 : http://differenttastes.tistory.com/trackback/161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