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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코와 마법 동화책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 (2008 / 일본)
출연 야쿠쇼 코지,아야카 윌슨,츠마부키 사토시,카세 료,츠치야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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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2008년 작품이다. 영화 제목과 포스터만 보면 영락없이 어린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판타지 모험극 정도 밖에 보이지 않지만 역시나 <불량공주 모모코>(2004)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을 통해 선보였던 독특한 '과잉의 미학'에는 변함이 없다. 비주얼에서 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감정에 있어서까지 거침 없이 과장을 해대면서도 유치하거나 촌스럽지가 않은 일관된 세계를 구축해내는 연출 스타일이 새로운 작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과잉의 미학으로 어린이용 컨텐츠를 만들었으리라는 생각 역시 오해다. <개구리 왕자와 가재 마왕>이라는 제목의 동화책은 마법을 배울 수 있는 책도 아니요 동화책 자체가 마법을 부리는 것도 아니다. <파코와 마법 동화책>에서의 마법은 고약한 성질머리 하나로 평생을 살아온 기업 총수 오누키(야쿠쇼 코지)의 남은 여생을 변화시키는 그런 마법이다. 개성이 넘치다 못해 아예 현실감이라곤 눈꼽 만큼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괴상하기만한 등장 인물들 모두가 각자의 신파극을 펼쳐보이지만 그 보다 더 큰 궁극의 신파 앞에서는 그만 무릎을 꿇고야 만다. 엄청나게 복잡한 구성과 시도때도 없이 남발되는 시각 효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결국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차려놓은 과장된 신파와 과잉의 미학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줄거리는 상당히 단순하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어린 단기기억상실증 환자 파코(아야카 윌슨)를 위해 병원의 환자들과 의사, 간호사들이 동화책에 있는 내용을 연극으로 공연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것을 풀어가기 위한 내터리브의 구성과 시각적인 표현 방식이 꽤나 복잡한 편이다. 동화책 속의 주인공인 개구리 왕자의 캐릭터가 엄청나게 고약한 성격의 기업 총수로 병원에 입원해있는 오누키의 인생과 겹치고, 이 동화책의 이야기를 기초로 병원 사람들이 파코를 위한 연극 공연을 하게 되면서 실사 장면들과 CG 애니메이션이 중첩된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회상 형식으로 제시하여 전작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과 같이 전체적으로는 액자 구성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 <파코와 마법 동화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야쿠쇼 코지와 츠마부키 사토시, 츠치야 안나, 카세 료와 같이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지만 그 중에 어느 하나 각자의 고유한 아우라를 활용하는 경우가 없다. <마징가 Z>의 헬 박사처럼 분장한 야쿠쇼 코지나 1인 2역을 하면서도 매번 커다란 안경 밑에 얼굴을 감추고 있는 카세 료도 알아보기 힘들지만 특히 츠마부키 사토시는 꽃미남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일조차도 '과장의 미학'이라 할 만큼 분장을 정말 심하게 하고 나오고 있다. 그나마 츠치야 안나가 서구적인 마스크에 가끔 깡패 같은 역할을 하던 이력을 이번 영화에서 - 역시 과장되긴 했지만 - 재활용하고 있는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나저나 지 성질에 못이겨 아무거나 걷어차는 츠치야 안나의 연기는 무척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진귀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럽다.




<파코와 마법 동화책>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메인 스토리를 회상 형식으로 보여주는 액자식 구성의 작품이다. 밤샘 파티를 하면서 정신없이 살고 있는 오누키의 손자(카세 료)에게 누군가가 찾아와서 뜬금 없이 낡은 동화책에 얽힌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되는데, 중간중간에 현재 시점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메인 스토리로 빠져 나갈 때마다 벽에 붙어있는 애니메이션 포스터가 배경 역할을 해준다. 내가 기억하는 그 첫번째가 <은하철도 999>의 메텔이었고 두번째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아스카였다. 이것은 관객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이기도 하고 '동심의 가치'에 대해 역설하는 작품의 주제와도 어느 정도 부합하기 때문이란 생각을 한다.

그러고 보면 <파코와 마법 동화책>에서의 신파 장면은 모두 어린 시절과 관련되어 있다. 오누키는 어린 파코의 순진무구함으로 인해 죄책감과 자기 인생에 대한 회한에 빠져 삶의 변화를 맞게 되고, 게이 아저씨는 결혼을 앞둔 딸의 어린 시절 사진을 손에 든 채로, 그리고 깡패는 어린 아기와도 같았던 자신의 원숭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나도 눈물샘이 터졌다. 별거 아닌 구석진 장면에서 갑자기 심금을 울리는 마법의 연출이다 - 크게 소리내어 울고야 만다. 간호사(츠치야 안나)와 아역 배우 출신남(츠마부키 사토시)의 관계도 결국 두 사람의 어린 시절과 관련이 되어 있지 않았던가. <파코와 마법 동화책>은 현재의 어린 관객들을이 아니라 각자의 어린 시절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 모두를 위한 영화다. @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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