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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작가
감독 로만 폴란스키 (2010 / 독일,프랑스,영국)
출연 이완 맥그리거,피어스 브로스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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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신작으로 나름 주목을 받으며 지난 6월에 개봉했지만 흥행에서 그리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작품이죠. 공포물도 아니오 스타일리쉬한 액션 스릴러도 아닌 영화라 장르적으로 포지셔닝하기가 애매했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상영관에 걸린 영화가 흥행에서 재미를 보는 일과 관객이 영화에서 재미를 느끼는 건 어디까지나 별개의 문제죠.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일단 만듦새에 있어서 절대 허술함이 없는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연출 스타일 자체가 약간 고전적인 느와르풍이어서 요즘 관객들의 감각에는 다소 느슨하게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있긴 합니다만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유령작가>를 무척 반가워했을 관객들도 분명 있었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 감독 특유의 운율로써 영화 한 편을 제대로 직조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로만 폴란스키가 아닌 다른 젊은 감독에 의해 연출이 되었다면 이 영화는 분명 상당히 다른 느낌의 작품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유령작가>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래서 최근의 다른 영화들에서는 맛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설정 자체가 특별히 스펙타클한 장면을 보여주기는 어려웠다고 할까요. 마음씨 착한 살인병기들이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내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 전 영국 수상의 자서전을 대필해주는 작가라니, 감춰진 비밀을 열심히 파고들기는 하지만 역시나 도망다니기 바쁜 처지가 되고 맙니다. 마지막에 가서야 관객들로 하여금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반전이 준비되어 있긴 하지만 그 반전의 통쾌함을 만끽하기에는 힘 없는 개인들의 무력감이 너무 크게 느껴지고 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요즘 전세계적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다짜고짜' 해피 엔딩을 과감히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을씨년스러운 영화의 결말은 상장히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미스테리 느와르라고나 불러줄 법한 이 영화에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엔딩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어느덧 팔순의 나이에 가까워온 감독은 그 흔한 피칠갑 수퍼액션이나 신체 훼손의 전시를 동원하지 않고도 이렇게 근사한 스릴러 한 편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요. 갑작스런 총기 액션이 한 장면 나오기는 합니다만 주인공이 직접 관련되지 않기 때문에 그저 천재지변이 왔다 간 느낌 정도만 남길 뿐입니다. 시종일관 흐리거나 비가 내리던 영화 속 날씨처럼 감춰진 진실의 진면목이 저 안내 너머 어디엔가 숨어서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고 있는 - 그러나 분명히 실재하고 있는, 그런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유령작가>는 그 안개가 순식간에 걷히고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반짝하는 순간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 사실 그런 식의 해법이라면 진작에 알 수도 있었을거 아니었나요 - 그 안개 자체의 매력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




ps. <언 애듀케이션>(2009)에서 제니(캐리 멀리건)의 노처녀 선생님으로 출연했던 올리비아 윌리엄스가 영국 수상 아담 랭(피어스 브로스넌)의 아내 루스로 출연한다는 걸 알고 보긴 했는데 생각할 수 있었던 것 이상으로 비중이 큰 역할이더군요.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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