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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킹 우드스탁
감독 이안 (2009 / 미국)
출연 드미트리 마틴,에밀 허쉬,이멜다 스턴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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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안 감독의 2009년 최근작입니다. 필모그래피를 확인해보니 11번째 장편이더군요. 비평적인 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 어쩌면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던 작품이기에 더욱 - <아이스 스톰>(1997)이 있었고, 지금의 이 안 감독이 있게 해준 <와호장룡>(2000)과 <브로크백 마운틴>(2005), 그리고 가장 최근의 화제작 <색, 계>(2007) 등을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그외에도 <센스 앤 센서빌리티>(1995), <라이드 위드 데블>(1999), <헐크>(2003)와 같은 작품들이 있어서 이 안 감독의 필모를 유난히 다채롭게 느껴지도록 만들곤 하지요. 하지만 지금의 이 안 감독이 있기 이전에 대만과 홍콩에서 만들었던 초기작 3편 - <쿵후 선생>(1992), <결혼 피로연>(1993), <음식남녀>(1994)를 빼놓고 이 안 감독의 작품 세계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테이킹 우드스탁>만 하더라도 이 안 감독의 영화가 특별히 밝고 유쾌해졌다기 보다는 초기작에서 보여주었던 수수한 스타일로 회귀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작품이니까요.

<테이킹 우드스탁>은 이만하면 성장 영화로서는 거의 최고 수준의 작품이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내러티브를 갖추고 있는 작품입니다. 엘리엇 타이버와 톰 몬티 공저의 2007년 동명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각색(제임스 샤머스)하여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준비되고 치뤄졌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한편 그 과정 중에 주인공 엘리엇(드미트리 마틴)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성장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한 시대의 아이콘이자 불멸의 상징이 되어버린 우드스탁은 여기저기에서 하도 많이 언급되고 또 보여졌던 터라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테이킹 우드스탁>은 단순히 전설적인 페스티벌의 준비 과정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공유되었던 좀 더 내밀한 풍경을 엿볼 수 있게끔 해주는 - 그러면서도 카메라가 주인공만 따라다니느라 막상 무대 위에서의 공연은 한 장면도 나오지 않더군요 - 값진 기회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결혼 피로연>(1993)과 <브로크백 마운틴>(2005)과 같은 게이 이슈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그 보다 좀 더 보편적인 성장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 역시 <테이킹 우드스탁>의 미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랫동안 갖고만 있었던 <글래스톤베리>(2006) DVD의 포장을 뜯고 얼마 전에 감상을 했었는데요, 미국에서 개최된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영향을 받아 시작되었으면서도 단 1회로 그치고 말았던 우드스탁과 달리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미국인들과 달리 영국인들은 불편함을 잘 참는 편이기 때문"에 1970년 이후 거의 매년 개최가 되면서 영국의 3대 록페스티벌의 하나로 자리를 잡아온 것이란 언급이 나오더군요. <테이킹 우드스탁>의 배경도 그러한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텐데요, 본래 개최 예정지였던 월킬 시의회가 거부를 하자 베델이라는 곳에서 부모를 도와 모텔 사업을 하던 엘리엇 티쉬버그가 페스티벌 주최측에게 전화를 걸어 행사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을 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이 되는 것이죠.

페스티벌 개최가 결정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주민들의 반대는 - 주된 갈등으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하지만 - 계속되고 무려 50 여 만 명이 모인 페스티벌 기간에는 뉴욕 주지사가 재난지역 선포를 하기까지 합니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결국 단 한 차례의 행사로 그치고 말았던 결정적인 계기는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열린 롤링스톤즈의 무료 공연 - <테이킹 우드스탁>의 후반부에 마이클 랭(조나단 그로프)이 엘리엇에게 이 공연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죠 - 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과 그로 인한 사회적 반대여론 때문이었지만 베델에서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개최되기 이전에 월킬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듯이 히피 문화의 집단화에 대한 미국 기성세대의 우려와 불만 - 사실은 두려움 - 이 기저에 깔려 있었던 것이 우드스탁을 '전설'로 남기게 만든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엘리엇에게 우드스탁은 자신의 참된 자아를 발견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합니다. 엘리엇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게이냐 아니냐, 그 사실을 밝히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거의 수전노의 모습에 가까운 어머니의 그늘을 감히 벗어날 용기를 갖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은 <결혼 피로연>의 웨이퉁(조문선)이 부모 세대와 갖게 되는 곤란한 처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결혼 피로연>에서는 그것이 주인공 자신의 성정체성과 그와 반대되는 부모의 결혼 강요를 통해 표면화가 되었을 뿐이라는 것이죠. 엘리엇이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폐막과 함께 부모의 곁을 떠나기로 하는 과정은 그리 극적으로 묘사되는 편은 아닙니다만 자신을 진심으로 격려해주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장면은 가슴에 크게 와닿는 데가 있었습니다 - 제가 사춘기 때 이 영화를 봤더라면 아마 펑펑 울어버리곤 엔딩 크리딧이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을 거예요.

아주 대단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이 안 감독은 절대로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는 믿음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69년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의도적인 화질 연출은 실제 기록 영상과의 조합을 통해 현장감을 살리는 데에 크게 일조를 했다고 생각됩니다. 저예산 독립영화의 모양새로 시작하고 있긴 합니다만 적절한 특수효과와 수많은 엑스트라를 동원하면서 - 제작비는 3천만불 규모였다는군요 - 역사적인 페스티벌의 진풍경을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테이킹 우드스탁>은 충분한 일견의 가치를 갖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그 진풍경의 한 축은 거리낌 없이 벗어제끼던 히피들의 모습까지 빠짐없이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고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은 그로 인한 것인 듯 합니다. 본인은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고 밝히면서도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세계는 은근히 급진적인 모습을 자주 엿볼 수 있는 것이 이 안 감독의 영화들입니다. 그 자신이 동양과 서양을 오가며 성장해왔던 양면적인 배경이 작품 세계에도 반영이 되고 있는 것이리라 추측할 수 있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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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2 : Comment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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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필그레이 2010.08.01 19:36 신고

    저는 엘리엇의 엄마에게 유독 애정이 가더라구요.^^ 의지할 대상이 없는 팍팍한 노인네가 기댈 곳은 돈밖에 없었구나 싶은게....리안감독영화는 사실 갠적으로 크게 좋아하진 않지만 챙겨보게 되는 건...어떤 지점을 살려내는데 탁월한 것 같아요...(뭔말인지원.ㅋㅋ) 간만에 트랙백을 쏩니닷.ㅋㅋ 인셉션은 정말 한번 더 제대로 보고 후기를 올려야겠어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10.08.01 21:14 신고

      동정까지는 이해가 됩니다만 애정은 솔직히 ㅋ 영화 속에서 너무 못된 면만 보여주다 말아보려서 조금 안타까운 캐릭터이긴 했어요. 저도 트랙백 보내드렸습니다. 근데 <인셉션>을 한번 더 보고 후기를 쓰신다니, 놀란 감독에게 제대로 인셉트되셨나 봅니다 ㅎㅎ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필그레이 2010.08.01 21:36 신고

    ㅋㅋ 왜냐면...우리시대 할머님들이 이상하게 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잖아요.참...뭐랄까 팍팍하시기도하고말예요.그런 느낌으로 애정을 느꼈다고나.^^;;; 아...그럼요.특히 아이맥스로 꼭 한번 봐주자싶어서요...ㅎㅎㅎ 아서를 한번더 보고싶은 욕심도 있구요.크크크^^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10.08.01 23:12 신고

      아 6.25를 비롯해서 격동의 세월을 살아오신 그 느낌 말씀이시로군요. 하긴 <테이킹 우드스탁>의 그런 어머니나 그 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엘리엇의 캐릭터가 미국 관객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잘 안될 수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놀란 감독이 필그레이님에게 심어놓게 바로 아서였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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