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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10 / 영국,미국)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타나베 켄,조셉 고든-레빗,마리안 꼬띠아르,엘렌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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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드는 작품마다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진정한 의미의 걸작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이 있는가 하면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다소 조심스러운 평가도 있고, 작품의 열린 결말과 복잡한 플롯으로 인해 영화의 내용과 의미를 재해석하는 다양한 이론들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작품에 대한 만족도는 관객마다 다를지라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의 제목처럼 전세계 관객들의 머리 속에 다시 한번 '생각 심어주기'(Inception)에 성공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알게된 부부젤라 소리 만큼이나 우렁차고도 심각한 배경음악(한스 짐머)의 잔향과 함께요.




<인셉션>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이기도 합니다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연급 배우들은 역대 최다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냥 잘 모르는 배우를 캐스팅했어도 무방했을 작은 단역에 이르기까지 전부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이 - 수많은 주조연급 캐릭터 중에서 개인적으로 이번에 처음 보는 얼굴은 톰 하디(임스 역)가 유일했습니다 - 영화 속에 사용된 특수효과 만큼이나 놀랍게 느껴집니다. 영화 초반에 잠시 활약하다 사라지는 루카스 하스나 기껏해야 두어 장면 정도 나오는 것이 전부인 마이클 케인과 피트 포스틀스웨이트를 보고 있노라면 <다크 나이트>(2008)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이 영화 감독으로서 갖게된 영향력이 어느 수준인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그 많은 주연급 배우들을 캐스팅하고서도 절대 과도한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훌륭한 연출력을 선보이고 있는 점 역시 분명한 사실이기도 하고요. 

<인셉션>은 장편 데뷔작 <미행>(1998) 이후 처음으로 각색이나 리메이크가 아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군요. 본래 2002년 리메이크 영화 <인썸니아>를 완성한 직후 워너브라더스로부터 영화 제작에 대한 승인을 받았던 작품이었는데 그 이후 시나리오를 마무리하기까지 8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하는군요. <인셉션>에 대한 '아이디어'는 <배트맨 비긴즈>(2005)와 <프레스티지>(2006), 그리고 <다크 나이트>를 만드는 동안에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던 것이고 그리하여 마침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이 되어 전세계 영화팬들 앞에서 선을 보이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울러 그간에 달라진 감독의 위상 만큼이나 영화는 8년 전에 만들어졌을 모습에 비해 훨씬 규모가 크고 정교한 모습으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들었던 느낌은 '다른 사람이 맡아서 연출을 했더라면 그저그런 판타지 스릴러 영화가 되었을 내용인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들어 놓으니 확실히 격이 달라보이긴 한다'는 정도였습니다. 열린 결말을 남겨뒀다는 건 잘 알겠는데 후반부에 여기저기 허술한 부분이 - 애초에 여러 사람이 함께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휴대용 기기의 존재부터가 비현실적인 설정이긴 합니다만 - 한 두 군데가 아니더라고요. 그나마 인셉션이란 과정 자체가 주인공 콥(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개인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전체 줄거리와 함께 긴밀하게 엮어들어간다는 점에서는 각본 자체도 크게 싼티가 나는 정도는 아니라는 정도였습니다. 영화 속에서 가장 볼만했고 또 흥미진진했던 부분은 역시나 '마법사의 제자'가 꿈의 기술을 습득하는 부분이었다고 할까요.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새로운 아키텍트로서 팀에 합류하게 된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가 콥과 아서(조셉 고든-레빗)로부터 인셉션의 작업 환경에 대해 배우는 과정에서 특수효과가 가장 화려하고도 흥미로운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는 크게 피셔(킬리언 머피)의 무의식에 인셉션을 하는 미션에 성공하고 콥은 자신이 원하던 가족에게도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쪽과 영화 속에서 보여진 인셉션의 과정 자체가 사실은 콥의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죽은 아내 맬(마리옹 꼬띠아르)에 대한 죄의식을 치유하는 작업이었다는 쪽으로 나뉘더군요. 영화는 일단 전자 쪽으로 보이게끔 연출이 되었으면서도 프랑스에 있어야 할 장인(마이클 케인)이 느닷없이 콥을 마중하러 미국 공항에 나타난 것과 마침내 재회한 두 아이가 마지막 헤어지기 직전에 보았던 모습에서 더이상 자라지 않은 그대로인 점에 대부분의 관객의 의문을 갖도록 의도하고 있습니다 - 콥의 토템인 팽이가 넘어지려는 듯 하는 순간에 영화가 끝나버리는 부분에서 관객들은 이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의해 인셉션이 되어버리는 셈이라고 할까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영화는 이렇게 보아도 맞고, 저렇게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타인의 꿈이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서 어떤 목적을 이루고자 한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타셈 싱 감독의 <더 셀>(2000)과 비슷한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마치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판화 작품 속 세계에 줄거리를 붙여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해낸 듯한 영화라는 점에서 펜엑 라나타루앙 감독의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2003)에 좀 더 가깝습니다. 

사실 어떤 방식으로 작품을 이해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인셉션>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단순한 첩보 스릴러로 끝내려던 것이 아니었다는 점만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영화가 끝난 뒤에 온갖 추측과 재해석이 남발하도록 유도하는 영화 보다는 영화를 보는 그 자리에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끝나는 그 순간에 모든 것이 분명해지는 편이 - 감독의 전작 <다크 나이트>는 그런 영화였었죠 - 관객 입장에서는 더 나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콥이 림보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자신의 꿈 속을 영원히 헤매이는 것이었다면 그런 결말이라는 점을 관객들에게 분명히 인식시켜서 슬픔의 정서를 경험하게 해주던가, 아니면 임무도 완수하고 자신의 무의식을 지배하던 죄의식까지 극복하는 기쁨 두 배의 해피엔딩으로 - 그토록 사랑하던 아내가 죽었는데 트라우마를 벗었다고 마냥 기뻐한다는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 확실하게 마무리를 해주던가요.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이 애초에 의도했던 바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으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무척 재미있게 본 작품이긴 합니다만 그런 의도가 관객들에게 고르게 잘 전달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다보니 최근작이었던 <셔터 아일랜드>(2009)와 중첩이 되어 보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너무 똑같은 논지에서만 해석하는 건 좀 재미가 없지 싶어요.

- 아서와 아리아드네 역으로 제임스 프랑코와 에반 레이첼 우드에게 캐스팅 제의가 갔었다는군요. 조셉 고든-레빗과 엘렌 페이지 모두 좋아하는 배우들이긴 합니다만 제임스 프랑코와 에반 레이첼 우드 캐스팅 버전이었더라면 더 보기 좋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 피셔에게 인셉션을 하기 위한 첫번째 꿈에서 주인공 일당이 선택한 차가 다름아닌 자주빛의 제네시스더군요. <본 슈프리머시>(2004)에서 EF쏘나타가 깜놀 등장했던 것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엔 제대로 PPL을 해서 내보낸 건지는 모르겠네요.

- 아리아드네의 관점에서 영화의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면 훨씬 익숙한 내러티브로 재구성할 수 있겠습니다. 아리아드네의 시점에서 콥은 보물섬의 잭 실버 선장 같은 인물이 되는 셈인데 그러는 편이 좀 더 매력있게 느껴지곤 하지요.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8 : Comment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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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영민C 2010.07.26 09:02 신고

    꼭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얼른 보러가야 하는데...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10.07.26 11:11 신고

      스케줄이 좀 애매했는데 첫 주말에 빨리 안보면 약간 괴롭겠다 싶어서
      후딱 보고 왔습니다. 영민님도 언능 보고 오세요~ ^^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바그신 2010.07.27 12:01 신고

    어제 보고왔습니다. 생각외로 디지털상영이 많이 없더라구요... 일반 상영으로 보긴했지만
    와. 영화의 몰입도는 대단했습니다. 같이 보러간 여자친구가 처음에 무슨말인지 햇갈려하다가
    작전계획세우면서 하나하나 설명해 주니 이해도 쉽게되면서 집중도도 높이더군요.
    마지막의 긴여운은 모든 관객들이 "아!" 하는 탄성을 나타내게 하더군요..ㅋㅋ 정말 간만에 보는
    대작?명작!이었습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10.07.27 12:41 신고

      저도 예매사이트에서 디지털 상영을 선택했더니 가려고 했던 상영관이 나오질 않아서 일반 2D 상영으로 봤습니다.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서 최대한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했다는 설이 있는데 그게 무슨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ㅋ 제가 관람했던 상영관에서 마지막 장면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탄성 반, 짜증 반이었어요. ㅎㅎ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fleuriste st-laurent 2010.08.01 17:07 신고

    정말 재밋는 영화군여

  4.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말씀하시면(daum) 2010.08.09 19:49 신고

    오랫만에 트랙백 걸고 갑니다!
    영화에 인셉션 되고, 네이버와 이글루의 각종 추리에 인셉션되는 요즘입니다 하하;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10.08.09 20:35 신고

      이런 인셉션이라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당해줄 수 있죠. ㅎㅎ
      저도 트랙백 보내드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