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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스
감독 짐 셰리던 (2009 / 미국)
출연 제이크 질렌할, 나탈리 포트만, 토비 맥과이어, 클립튼 콜린스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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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비 맥과이어와 제이크 질렌할은 그러잖아도 많이 닮아보이는 인상의 배우들인데 두 사람을 형제 관계로 설정한 영화가 막상 나오니 좀 식상하다는 인상을 주었던 것 같다. 언듯 포스터의 이미지만 보더라도 <스파이더맨>과 <페르시아의 왕자>가 합세해서 수퍼 액션을 펼칠 것 같은 인상은 전혀 아니니까. 여기에 나탈리 포트먼까지 얹어놓으니 이보다 더 훌륭한 캐스팅 라인업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발 길은 잘 떨어지지 않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예고편만 보아도 대강 어떻게 흘러가는 영화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점도 <브라더스>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머리 짧은 토비 맥과이어는 참전 군인이고 분위기를 보아하니 전쟁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살아서 돌아오는 모양이고, 그 사이에 아내인 나탈리 포트먼은 주인공의 '브라더'인 제이크 질렌할과 복잡한 관계를 맺는 바람에 토비 맥과이어가 "내가 어떻게 해서 살아돌아왔는데!" 뭐 이러면서 버럭질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브라더스>의 내용 자체는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설정과 전개로부터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브라더스>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되는 - 보고나면 아, 이 영화 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 이유는 제목과 포스터,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내용이 사실상 전부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에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오랜만에 배우들의 명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쌈빡한 이야기와 연출 솜씨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나머지 영화에 대한 몰입 여부는 결국 배우들의 연기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브라더스>는 이렇게나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냐는 생각이 들 만큼 정말 훌륭한 연기의 성찬을 보여준다. 문학으로 비유하자면 개인적인 에세이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간결한 문장으로만 일관하는 짐 셰리단 감독의 연출이라서 배우들의 연기가 더욱 돋보였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이런 영화일 수록 배우들의 연기력이 최대 관건이라는 점 역시 사실이니까.

토비 맥과이어에 대해서는 배우가 가진 선천적인 이미지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긴 하지만 <브라더스>를 통해 연기력에 관해서 만큼은 종지부를 찍겠다는 각오가 엿보일 만큼 정말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아프가니스탄 저항군에게 붙들려 몇 달 간 고문을 당하다가 극적으로 살아온 사람의 모습이라면 정말 저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토비 맥과이어의 깡마른 체구와 특히 귀신 들린 듯한 표정에서 그대로 묻어나온다. <머시니스트>(2000)에서의 크리스찬 베일이나 <인투 더 와일드>(2007)의 에밀 허쉬가 그랬듯이 배우 한 사람의 자세가 이처럼 중요하다는 사실은 <브라더스>에서 토비 맥과이어를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되고 있다.




그외 제이크 질렌할과 나탈리 포트먼의 연기에 대해서도 흔쾌히 합격점을 줄 수 있겠고 두 형제의 아버지로 출연한 샘 셰퍼드 역시 베트남전 참전 용사 출신의 꼴통스러운 이미지를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샘(토비 맥과이어)의 두 딸로 출연하는 아역들 가운데 특히 첫째인 이사벨은 살아서 돌아오기는 했으나 너무 변해버린 아버지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면서 결국 갈등의 뇌관을 건드리는 배역인데 이 역할을 맡은 베일리 매디슨이 연기를 참 잘했다 - 이 정도면 거의 연기 천재다 싶을 정도.

<브라더스>는 전쟁 소재의 영화이기는 하지만 전쟁 상황 보다는 그로 인해 파괴되는 인간성과 가족 관계의 황폐화에 중점을 둔 후일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베트남 전을 배경으로 했던 <디어 헌터>(1978)와도 좋은 비교가 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연출 데뷔작 <나의 왼발>(1989)과 <아버지의 이름으로>(1993) 등으로 유명한 짐 셰리단 감독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매우 간결한 연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닥 새롭지도 않은 이야기이면서도 그 아래에 깔린 심리적인 불안감을 표현하기에 매우 적합했던 것 같다. 영웅도 아니오 반영웅도 아닌 그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느낌이었달까 - 그 담백함이 정말 좋았는데 수퍼 히어로물도 이런 스타일로 연출해보면 어떨까 싶을 정도였다고나.



영화를 보기 전에도 좋았고 보고 난 후에는 더 좋아보이는 오리지널 포스터.
나탈리 포트먼 사진이 면도날에 베인 듯 두 쪽으로 갈린 것을 이제서야 발견했다.


- 수잔 비에르 감독의 2004년 덴마크 영화 <브라더스>(Brødre)를 리메이크
- 캐리 멀리건이 살아돌아오지 못한 장병의 부인으로 잠깐 출연했다
- 엔딩 크리딧에서 U2의 <No Line On The Horizon>(2009) 수록곡 Winter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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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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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필그레이 2010.06.03 19:40 신고

    저는...조만간 유령작가를 보고싶어요.오늘 스트레스를 받아선지...영화가 더더욱 보고싶긴한데...일단은 미뤄두고 .ㅠㅠ 노트북은 정말 내일이면 알 수 있다고 하는데...기다리다 목이 너댓번은 빠졌답니당.흑.ㅠ_ㅠ 그래도 조언주셔서 넘 고맙습니다.^^ 일단 담주정도되면 받을 수있을거같긴해요.ㅠㅠ 언제 자랑포스팅한번 할께요.^^

    추신.브라더스 이야기는 안하고가서..죄송.ㅡ,.ㅡ;;;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10.06.03 21:04 신고

      저도 오늘 장난아닌 스트레스를 받았더니 편두통도 좀 있고 감상문 쓰려고 했던 거 과연 시작이나 할 수 있을런지도 모를 지경이네요. 오늘 유일하게 즐거웠던 일은 인생의별님이 크리스틴 스튜어트 근접 촬영에 성공해서 올려주셨던 거. ㅋ

      맘에 두셨던 노트북 출시가 늦어져서 애간장 태우시는 상황이로군요. 걍 맘 비우고 적당한 거 쓰자니 그게 또 쉽게 안되는 일이죠. 언능 마무리되셔서 본격적인 작업 모드 돌입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답신. 괜찮습니다~ ㅋ

  2. addr | edit/del | reply Aaron 2010.08.16 18:17 신고

    아.. 국내용 포스터.. 오리지날 포스터였다면 2배의 관객을 동원했으리라 장담하겠습니다.

    영화 자체 범위가 인물 묘사에 중점을 두다보니 몰입해서 보다가 끝날 때 너무 아쉽더군요. (조금 더 보여줘! 라는 느낌?)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10.08.16 21:27 신고

      국내용 포스터는 정말 싼티가 좔좔이죠. 해외 포스터들도 주연배우들의
      얼굴을 내세우는 방식이 드문 일은 아닌데 그것도 기왕 하려면 좀 잘 해야겠죠.

      그러고 보니 사건 보다 인물들에 몰입되는 영화는 엔딩 이후의 모습들도
      보고 싶게 만들곤 하죠. 그런 점에선 <악마를 보았다> 보다는 <아저씨>의 후일담이
      그나마 좀 궁금했달까요. ㅋ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10.08.16 21:32 신고

      참, 갤럭시S 관련 글에 괜히 아까운 시간 빼앗기지 마시길 바래요.
      잘 아시겠지만 어차피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니까요. 글을 다 읽기나 하고 댓글을 달아주면 그나마
      좋으련만 대부분 제목만 대충 읽고 들어와서 감정적으로 내뱉고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건 걍 그러려니.

      암튼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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