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길들이기
감독 딘 드블로와, 크리스 샌더스 (2010 / 미국)
출연 제이 바루첼, 제라드 버틀러, 아메리카 페레라, 크레이그 퍼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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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작할 때 나오는 드림웍스 로고의 낚시질하는 아이부터 3D로 찌를 객석 앞까지 힘차게 휘둘러주신다. 2D로 만들었다가 <아바타>(2009)의 성공에 깜짝 놀라 허겁지겁 3D로 변환해서 내놓은 작품들은 이제 지나가고 본격적인 3D 입체 영상을 위한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드래곤 길들이기>도 기획 시점에는 3D 상영을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테지만 적어도 졸속 3D 변환이라는 평은 듣지 않을 만큼 상당히 흥미진진한 입체 영상을 보여준다.

상영관마다 제공되는 3D 고글 타입이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CGV의 경우 고글 자체는 안정감이 없어서 안경 위에 덧쓰고 보기가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상영관 입구에서 비닐로 밀봉된 상태의 고글을 나눠주고 있어서 <아바타>를 볼 때처럼 지저분해진 고글의 렌즈 때문에 시야가 깨끗하지 못해 불편/불쾌했던 점은 없어서 다행이었던 것 같다. 여전히 플롯 자체가 3D 입체 영상이어야만 할 정도의 작품은 등장하지 않고 있지만 <드래곤 길들이기>와 같이 3D 입체이기 때문에 더욱 실감나고 흥미진진한 감흥을 전달해줄 수만 있다면 - 그러고 보면 3D로 다시 봤을 때 과거의 명작들이 얼마나 더 근사할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 조만간 스펙타클한 영상 체험이 강조된 작품의 극장 관람은 곧 3D 입체로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드래곤 길들이기>의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상영관 자체가 2D은 거의 없고 디지털 3D 상영관이 대부분이니 관객 입장에서는 자의반 타의반 입체 영상으로 감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 결과물이 '입체 영상이기에 더욱 볼만 했다'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으니 자연스러운 입장료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불만의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허약 체질의 바이킹 소년이 시커먼 용 한 마리에 안장을 얹어놓고 바다 위 창공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광경은 그저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랄 만큼 시원스럽고 줄거리에 상관없이 그저 감동적이기만 하다.

<드래곤 길들이기>라는 제목부터가 <아바타>에서 가장 신나고 재미있었던 몇 장면에서 모티브를 얻어낸 듯한 인상이 역력했지만 - 자고로 차는 좋은 걸 타야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반복되고 있다 - 단일한 작품으로서 특별히 흠잡을 만한 구석이 없게끔 잘 짜여진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더군다나 오랜 세월에 걸쳐 적이라고만 생각했던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공생의 관계를 이뤄낼 수가 있다는 훌륭한 메시지까지 담고 있으니 - 물론 그 공생이라는게 주종 관계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의 여지가 남을 수 있긴 하지만 - 이만하면 내용도 좋고 보기에는 더욱 좋은 작품이라 하겠다. 따지고 들면 애초에 설정 자체가 고대 바이킹 설화에나 등장했음직한 허무맹랑한 내용일 따름이지만 현명한 관객이라면 내용의 눈높이에 구애받기 보다는 3D 입체 영상으로 구현된 스펙타클한 장면들을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즐기는 일에 전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100% 컴퓨터 그래픽으로 질감까지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은 좀 된 이야기지만 이것이 3D 입체와 만나면서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 하다. 제라드 버틀러가 더빙에 참여한 바이킹 족장 스토이크의 경우 여러 갈래로 묶은 붉은 수염을 늘어뜨리고 있는데 이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그 수염 흔들리는 모양새 쳐다보기 바쁠 지경이 된다. 족장의 최고참 부하쯤 되는 고버(크레이그 퍼거슨)는 드래곤과의 전투에서 산전수전을 겪느라 의족과 의수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가짜로 만든 푸른 이빨 - 블루투스! - 까지 하고 나와주신다. 참고로 블루투스의 유래가 된 10세기의 바이킹 영웅은 블루베리를 너무 좋아해서 이빨이 퍼렇게 된 거였다고 함 - 멍들거나 의치가 아님.

컴퓨터 그래픽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 얼굴까지 완벽하게 모사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여전히 만화 같은 캐릭터의 인물들이지만 갈 수록 그 감정 표현에 있어서는 섬세함을 더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직접 연기를 했어도 꼭 그랬을 것만 같은 표정과 동선을 그래픽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것 또한 <드래곤 길들이기>의 보는 재미 중 하나다. 물론 3D 입체 스펙타클의 정점은 고질라급 사이즈를 과시하는 괴수 드래곤이 설마설마 하다가 정말 날아올랐을 때라고 해야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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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4 : Comment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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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마루. 2010.05.31 12:39 신고

    3d상영관까지 이곳에서는 너무 머네요....
    가까운 상영관에서 아바타를 봤는데 3d로 봤지만
    아이맥스의 감동은 없더라구요..ㅠㅠ..보러가고 싶네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10.05.31 16:13 신고

      3D 입체 영상의 정점은 정말 아이맥스 3D가 아닐까 싶네요.
      최근에 아이맥스로 본 건 <다크 나이트>를 2D로 본게 유일한데
      <아바타> 같은 작품을 아이맥스에 3D까지 해서 보면 정말
      화면 속에 푹 빠져들어가는 기분일 듯 합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리얼디 2010.05.31 13:44 신고

    같이 볼사람이 없어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함가서봐야겠군요^0^ 극장에서 볼영화와 집에서 볼영화가 나뉘는 느낌입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10.06.06 21:01 신고

      예전부터 스케일이 큰 영화는 사운드 시스템까지 잘 갖춰진 상영관에서 보고
      그외 작은 규모의 드라마는 집에서 보는 식으로 나뉘곤 했었죠. 3D TV가 있긴 하지만
      3D 입체의 쾌감도 큰 상영관이 제격인 듯 합니다.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재아 2010.05.31 23:35 신고

    영화 상당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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