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름부터 사용하던 드롱기 에스프레소 메이커 EC9이 지난 주말에 드디어 운명하셨습니다. 성능이 시원찮아진 건 벌써 몇 달 전부터였습니다만 그런대로 참아줄만은 했었는데 지난 일요일 두번 연속 도저히 마실 수가 없는 커피를 뽑아내는 것을 확인하고는 더이상 미련을 갖지 않기로 했습니다. 묘하게도 제가 처음으로 구입해서 사용했던 제품과 이번 두번째 머신이 무슨 정해준 수명이라도 다 하듯이 정확히 3년 반 만에 고장이 나버렸는데요, 대부분 휴일에만 몇 번씩 사용해왔기 때문에 횟수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증기가 나오는 부분과 커피 스쿱을 단단히 고정시켜주는 고무 가스켓이 노후되면서 에스프레소를 뽑아내기 위한 제 압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고무 가스켓만 새것으로 교체해주면 다시 잘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인데 언듯 보기에도 교체형으로 생겨먹지가 않았고 검색도 해봤지만 완제품만 팔고 있지 교체용 고무 가스켓만을 별도로 파는 곳은 찾을 수가 없더군요.

세번째 에스프레소 메이커는 저가형 머신 보다 좀 더 고압으로 추출해주는 20만원대 - 물론 디자인도 훨씬 쌈빡한 - 제품을 구입하리라던 오랜 생각을 접고 이번엔 모카포트를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가격이 훨씬 저렴하면서도 낮은 불로 잘 사용하면 전기 보일러를 사용하는 기계식 제품에 못지 않게 진한 에스프레소를 얻을 수 있다더군요. 구조상 고무나 실리콘 재질의 가스켓을 사용해서 커피 원액을 추출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결국 전기식 에스프레소 머신과 마찬가지로 모카포트도 가스켓이 노후되면 추출 압력이 낮아지면서 원하는 수준의 에스프레소를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긴 합니다만 - 그래서 바로 드립식으로 가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무엇보다 지금은 모카포트를 한번 써보고 싶더라고요. 에스프레소를 뽑아도 어차피 뜨거운 물로 희석해서 먹는 편인데 아직까지는 드립식 보다는 갈색 끄레마에 덮힌 에스프레소를 만든다는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중이라서 그런 듯 합니다.



모카포트의 대명사는 비알레띠처럼 되어 있습니다만 - 비알레띠 모카가 저가형이고 고압 추출이 되도록 만들어진 브리타는 좀 비싸더군요 - 비알레띠 모카의 몇 가지 단점을 보완한 임페리아 모카포트를 선택했습니다. 모카포트는 에스프레소 머신에 비해 박스가 굉장히 작더군요.



박스 안에서 나온 실물은 더욱 작습니다. 3잔용이 요만한 사이즈니까 1잔용은 거의 미니어처 같은 느낌일 것 같네요. 비알레띠 모카포트가 8각형 디자인인 반면 임페리아 모카포트는 16각형으로 외양에서 차별화가 됩니다. 상대적으로 조금 덜 투박해보이는 편이라고 할까요. 직접 비교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박스 패키지와 제품 마감 상태도 비알레띠 모카 보다 나은 편이라고 합니다.



뚜껑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도 에스프레소를 골고루 섞어줄 수 있도록 고안된 프로펠러형 믹서입니다. 뚜껑 손잡이를 핸드-파워로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귀찮아서 젓가락으로 그냥 휘휘 젓게 된다고 합니다만 나름대로 깜찍한 아이디어라고 생각되네요.



임페리아 모카포트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에스프레소가 올라오는 구멍이 옆 쪽에 배치되어 아래로만 흘러내리도록 고안되었다는 점입니다. 비알레띠 모카포트가 중앙에 배치되어 뚜껑을 잘못 열면 커피 원액이 사방으로 튀는 불상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세척할 때도 불편한 단점을 갖고 있는 반면 임페리아 모카포트는 경쟁 제품의 불편함에 착안해서 보다 개선된 제품을 내놓은 것이죠.



모카포트의 허리 부분을 돌리면 위 사진과 같이 분해가 됩니다. 맨 아래 쪽에 물이 담겨서 끓게 되고 그 위로 수증기가 올라가면서 바스켓에 담긴 원두 분말을 적시며 원액을 위쪽으로 올리는 것이죠. 고무가 아닌 실리콘 재질의 가스켓을 사용해서 고무 타는 냄새도 없고 내구성도 좋은 편이라고 하는데 이건 또 얼마나 갈지 두고 볼 일입니다. 모카포트 상체의 가스켓과 필터도 분리가 잘 되니까 사용 후에 깨끗이 세척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겠습니다.

가스켓 교체 보다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알루미늄 재질로 된 모카포트가 깨끗하게 잘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잘 관리하는 일이라고 하는군요. 세제를 절대 사용하면 안되고 반드시 분리해서 잘 건조시켜줘야 한다고 합니다. 안그러면 백화 현상이나 뭐 이런저런 것들이 생겨 지저분해진다고 하는군요 - 아마도 이번에 구입한 모카포트가 그렇게 되는 날이 곧 드립식으로 전환할 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카포트의 사이즈가 작아서 대체로 가스레인지에 쉽게 올려놓을 수 없는 점을 감안해 걸쇠를 함께 구입했습니다. 저희 집 가스레인지의 발이 여섯 개 짜리라서 원형으로 구입했네요. 그외 커피 분말 찌꺼기가 에스프레소에 섞이지 않도록 해주는 종이 필터로 함께 판매되고 있는데 번거로운 것 같아서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에 바에서 술 마실 때 원두를 날로 씹어먹기도 했는 걸요.



판매처에서 사은품으로 함께 받은 두 종류의 커피입니다. 왼쪽은 먹으라고 준 코스타리카산 커피 분말 100g이고 오른쪽은 모카포트의 초기 세척을 위해 사용할 커피 분말입니다. 시음하지 말라고 스티커에 설명문까지 붙여서 보내주셨네요.


모카포트의 세척 작업과 첫 테이스팅은 주말에나 해봐야겠습니다. 모카포트는 구조가 단순하고 무엇보다 사이즈가 작은 편이라서 여행용으로 사용해도 좋을 듯 - 그럼 가정용으로는 역시 드립식으로? - 합니다. 가스레인지나 그외 가열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되면 써먹을 수가 없긴 하겠지만 요즘은 펜션이나 콘도마다 그런 건 다 잘 되어 있으니까요. 그럼 호텔에서는요?


모카포트용 핫플레이트가 있네요. 이래뵈도 모카포트 보다 가격이 두 배 정도 비싼 물건입니다. 역시 돈이 문제일 뿐 안되는 건 없군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4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엘리스타샤 2010.05.27 17:30 신고

    오 ㅋㅋ 커피를 집에서 모카포트로 드시나 보네요 ㅋㅋ
    전 하숙을 하다보니.. 집에서 불을 쓸 수가 없어서 그냥 드립으로 즐기고 있는데
    카페뮤제오에서 핫플레이트보고 충동적으로 지를뻔했다는 ㅋㅋ
    (하지만 학생신분으로 사기에는 너무 고가라 ㅋㅋㅋ)
    나중에 시음결과도 좀 알려주세요 ㅋㅋ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10.05.27 20:12 신고

      모카포트는 이번이 처음이고요 이전까지는 전기로 가열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했었습니다. 여기에 희석시킬 물을 데우느라 가스레인지도 함께 필요했었는데 이제 모카포트를 쓰게 되면 전기는 필요없고 오직 가스레인지로만 쓰게 되겠네요. 하숙에서 드립식으로 드신다면 물을 데울 때 전기포트를 사용하시는 모양이군요. 전기만 사용해야 하는 경우라도 원두분쇄기, 에스프레소 머신, 전기포트가 모두 전기로 사용 가능하니까 마음만 먹으시면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드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2. addr | edit/del | reply 우아앙~~ 2012.02.27 13:11 신고

    기숙사 들어가서도 커피를 마셔야겠기에 찾다가 발견했습니다~~~
    님의 글을!!!

    근데 여기서 문제~!!! 돈이 아닙니다!!!!

    저는 비알레띠의 브리카를 쓰는데.........orz
    브리카 사용 금지라는ㅜㅅㅜ

    대체용품 찾아서 고고씽~!!!!!!!ㅠㅁ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