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O. 러셀의 "아이 하트 허커비"를 보고 떠올렸던 박찬욱 감독의
말을 또 한번 써먹어야 할 시점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에 왜
하필 "복수는 나의 것" 같은 영화를 만들었냐는 질문에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는 그 얘기 말이다.

"로얄 테넌바움"(2001)으로 대단한 흥행 감독으로 떠오른 것은 아니
었지만 확고한 개성과 영화 한편 근사하게 뽑아낼 줄 아는 역량을 확인
받은 웨스 앤더슨의 차기작 역시 박찬욱과 데이빗 O. 러셀이 그랬듯이,
대중적인 친화력이라는 점에서는 거의 낙제 수준이라고 누군가 쏘아
붙인다 해도 달리 할말이 없게 만드는 영화다. 데뷔작 "바틀 로켓"과
"빌 머레이의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를 못봤기 때문에 웨스 앤더슨의
작품 세계를 아우를만한 처지는 못되지만, "로얄 테너바움"하고만 간단히
비교하더라도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은 웨스 앤더슨의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과 표현 방식에 좀 더 집중한, 또는 그럴 수 있었던 여건을
십분 활용한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아무튼 내게는 조금 지루한 영화였다.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더라면 조금
나았을까. 재미있는 영화는 극장에서 보건 집 안에서 보건 변함 없이
재미있게 느껴져야 맞다고 생각한다. "로얄 테넌바움"은 집에서 봤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2005.09.14 @ blog.naver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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