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라카미 하루키의 '힛트 소설'들은 왜 영화화되지 않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정확한 속사정이야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조금이라도 흥행에 도움이 된다면 물불을 안가리는 영화 장사치들이 하루키에게 영화 판권을 사겠다는 제안을 안했을리는 없고, 결국 하루키의 작품들이 이제껏 영상으로 옮겨지지 않았던 결정적인 이유는 다름 아닌 하루키가 그것을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만 했다. 그럼 하루키가 자기 작품들의 영화화를 원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 많다.
예외적인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소설이나 영화는 대부분 서사의 틀 안에 내용물을 담아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많은 소설들이 영화로 옮겨졌고 이 가운데 일부는 크게 성공해서 책도 더 팔아주기도 하고 또 다른 일부는 '역시 소설과 영화는 문법에서부터 차이가 많다'는 소리만 듣고 말았다. 소설이 쉽게 영화로 옮겨지기 어려운 이유는, 사실 별로 없다. 소설을 미리 읽지 않은 관객에게는 영화가 소설을 원작으로 했건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만들었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원작이 되는 소설을 먼저 읽고 달려온 관객은 만족시키기가 거의 힘들다. 영화로 구현된 시청각적 경험은 책을 읽을 때 동원했던 독자 개개인들의 상상의 감각을 따라잡지 못한다. 그리고 문자로 제공되는 '글 읽는 맛'이라는 것은 다른 장르의 예술이 영원히 침범하지 못할 문학 고유의 영역이고 역할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의 외로움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보여주고 들려주는 일과 '외로움'이라는 단어 하나를 적절한 위치에 박아 넣음으로써 독자의 심연을 흔들어 놓는 일은, 어느 쪽이 더 우세하느냐의 문제를 떠나, 무척 다른 일이다.
어쨌든 "토니 타키타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처음으로 영화화한 작품이고 나는 이것을 원작은 읽지 않은 채 보았다. 그럼에도 영화 "토니 타키타니"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는 연출자도 배우들도, 촬영 감독이나 음악가도 아닌,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여러분은 지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극장 안에서 보고 계신다'는 네온사인이 러닝타임 내내 깜빡깜빡거리는 것을 보고 온 듯한 기분이다. 분명 의도된 연출임에 분명하지만, 어떤 관객들은 하루키의 문학과는 상관없이, '영화' 토니 타키타니 속으로 좀 더 들어가보고 싶었을 것이다
2005.09.24 @ blog.naver
ps. <토니 타키타니> 이전에도 81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비롯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여러 차례 제작된 바 있었음을 밝힙니다. 이전 작품들이 일본 국내에서만 소개되고 해외에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2008.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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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토니 타키타니 (Tony Takitani, 2004)
Tracked from Throw me Tomorrow 삭제토니 타키타니 (Tony Takitani, 2004) 하루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나름 하루키 냄새가 많이 난다고 느꼈다. 이 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상실의 시대>에서 주인공이 원래 사랑했던 여자를 보내고 그 후에 만나는 연인 미도리에게 전화를 거는 결말부분과 어딘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루키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 이런 영화가 되는구나. 정말 너무 매력적이다. 외롭게 색소폰을 부는 토니 아버지, 외롭게 쇼핑중독에 걸린 토니 부인..
2008/08/07 23:15 -
Subject: 토니 타키타니 - 완벽한 소설과 영상의 만남
Tracked from 차이와결여의 속삭속삭 삭제When : 2008년 08월 03일 08시 10분 Where : 미로스페이스 (광화문) (★★★★) 계속 나를 피해가기만 하던 토니 타키타니를 만났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영화화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꼭 보아야 했던 영화인데, 소리소문 없이 개봉했다가 지나간 뒤에 아쉬워했었고, 예매를 했더니 병이 나버리는 그런 인연이 닿지 않던 영화였다. 뭐 암튼 이번에도 시간 계산을 잘못하여 미로스페이스 바로 앞에 있는 씨네큐브에서 "록키 호러 픽쳐 쇼"를..
2008/08/08 00:50 -
Subject: 토니 타키타니
Tracked from 컴속의 나, 꽁트를 쓰다 삭제토니 타키타니 단편소설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의 이 영화는 실제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토니 타키타니>를 영상화한 것입니다. 다른 영화들에 비에 다소 짧은 편(76분)이지만 진지하고 무게감 있게 다가옵니다. 간결하고 경쾌한 문체에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주제를 담고 있는 하루키의 소설(읽는 것은 《상실의 시대(Norwegian Wood)》가 유일하지만)과 마찬가지로 경쾌하고 간결한 문체를 마치 눈으로 보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문장이 간결하면 경..
2008/08/2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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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대로 하루키를 느끼고 왔어요.
2008/08/07 23:14앞으로 저도 모르게, 그거 하루키 영화. 하루키 영화 이렇게 부를 것 같아요.ㅋㅋ
영화를 본 후에 단편집을 구해서 읽었거든요.
2008/08/07 23:46하루키 영화 맞습니다요. ㅋㅋ
방금 생각났는데,
2008/08/10 00:07주인공 남자랑 하루키랑 외모도 좀 닮은 것 같지 않나요?
하하
ㅋㅋ 맞습니다. 학생 시절 연기할 때는 흠좀무였고요.
2008/08/10 00:23부인께서도 미야자와 리에와 닮은 꼴이신지는 잘. ^^;
네,
2008/08/10 08:55신어지님의 포스트를 읽고서 문학의 영화화에 대한 아쉬움을
똑같이 느끼는 분이 있다는 사실이 살짝 기뻤드랬습니다.(당연한 문제겠지만요.. ^^)
원작이 단편 소설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여러 가지였겠지만, 암튼 제가 꿈꿨던 소설의 영화화라 매우 흐뭇하게 봤습니다.
신어지님 블로그를 왔다 갔다 하면서.. 역시.. 대단하다고 감탄하고 있던 중이었드랬죠..
종종 들르겠습니다.. ^^
솔직한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원작이야 어떻든 영화는 영화 나름대로의 문법에 따라야 하고 심지어는 원작의 내용 일부로 바꿔버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문학 작품 보다 영화를 훨씬 더 많이 접하는 '영화하고 편 먹고 지내는' 쪽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애초에 안될 일에 연연하다가 죽도 밥도 안되느니 기왕 할 거면 영화는 영화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인 거죠. 하지만 <토니 타키타니>와 같이 문학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영화의 새로운 문법을 발견하는 경우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영화는 아직까지도 문학이나 다른 장르으로부터 많은 자양분을 섭취하며 계속 성장하는 과정 중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2008/08/10 10:51덕분에 저도 오래 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되새김질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뭐 감탄하실 것까지야... 하도 대단하신 분들이 많아서 저는 명함도 못내미는 처지랍니다. 앞으로 자주 뵐께요. ^^
처음 볼 때는 하루키의 소설인지를 모르고 보았는데, 약간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영화보다는 문학적인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 개인적으로 영화는 우선 재미이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너무 주제에 눌려 무거웠던 것 같습니다. 저는 문학보다는 유희쪽에 가까운 인간 같습니다^^
2008/08/27 20:22아 그러셨군요. 다른 영화들과 비교할 때 형식적으로 참 튀는 구석이 많은 작품인데 원작을 알고나면 대부분 수긍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적당히 '문학적'인 수준이 아니라 참으로 '원작 소설과 빼어닮은' 영화라고나. 덕분에 영화를 통해 얻는 일반적인 재미와는 좀 거리가 있는 작품이 된 건 사실이죠. ^^
2008/08/28 08:24..오랫만에 뵈요~ ^^ 토니 타키타니. 저도 인상적으로 보긴 했는데...
2008/08/28 10:14원작을 보지 않았음에도 이상하게 하루키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뭔가 분위기만으로 표현되지 않는 하루키만의 뭔가가 빠진듯했다는.^^
그 하루키만의 뭔가는 아마도 독자 각자의 머리 속에 있는 하루키겠죠. 그걸 영상으로 옮긴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겠고요. 나름 하루키와 닮은 인상의 배우가 주연을 하고 있긴 하지만요. ㅎㅎ
2008/08/28 1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