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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흉폭하다
감독 기타노 다케시 (1989 / 일본)
출연 기타노 다케시, 하쿠류, 카와카미 마이코, 사노 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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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노 다케시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출발점으로 삼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원안과 각본을 다른 사람이 썼을 뿐만 아니라 기타노 다케시는 원래 주연 배우로서 연기만 하기로 되어 있던 작품이었는데, 내정되었던 후카사쿠 긴지 감독이 연출을 포기하자 우연찮게 감독 역할까지 맡게 되었던 작품이거든요. 우연한 감독 데뷔라고는 하지만 첫 연출작으로 요코하마 영화제에서 감독상까지 수상하게 되면서 기타노 다케시는 본격적인 영화 작가로서의 기반을 얻게 되었던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간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연출작들 가운데 유일하게 보지 못하고 있었던 작품이었던 터라 항상 궁금하게만 여겼었는데 드디어 직접 확인을 하게 되어 그간 밀렸던 숙제를 - 그것도 아예 잊어먹고 지내던 묵은 숙제를 - 마침내 끝낸 홀가분한 기분입니다. <그 남자, 흉폭하다>라는 제목만 봤을 때에는 가장 폭력적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또는 기타노 다케시가 연기한 가장 폭력적인 캐릭터의 영화일 것만 같았는데 막상 내용을 확인하니 폭력의 표현 수위 자체는 - 지난 주말에 <닌자 어쌔신>을 봤던 영향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 그리 높은 편은 아니더군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진정으로 흉폭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남자, 아즈마 료스케 형사(기타노 다케시)나 야쿠자들이라기 보다는 그들이 발딛고 사는 세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에 의해 노숙자가 구타를 당해 숨지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 일본에는 이런 사건이 종종 있나 봅니다. <간츠>에서도 아주 재미삼아 노숙자를 두들겨 패는 놈들이 나오더군요 - 마약을 빼돌려 거래하는 부패한 형사와 야쿠자들의 주변을 상당히 느리고 건조한 호흡으로 맴돌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고이 아껴두었던 비장미 넘치는 총격씬을 쏟아내며 마무리됩니다. 기타노 다케시가 연기하는 아즈마 형사는 다소 폭력적이기는 하지만 돌봐야 하는 여동생과 함께 사는 외딴 섬과 같은 인물입니다. 다소 엉뚱한 면모가 있긴 하되 기본적으로 의협심이 있는 그를 - 명확하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만 그 자신도 부패 경찰의 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긴 합니다 - 결국 폭주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은 그가 몸담고 있던 흉폭한 세계와 그 세계를 굳건하게 받치고 있는 구조입니다. 아즈마 형사와 그를 건드렸던 자들이 모두 죽은 뒤에도 부패 경찰과 야쿠자의 커넥션, 즉 그 세계의 구조 자체는 변함이 없으리라는 것을 영화의 에필로그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40대 초반의 나이에 불과했던 영화 속 기타노 다케시는 무척 젊게만 보이고 함께 출연한 다른 낯익은 배우들도 새파랗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 남자, 흉폭하다>는 어쩌면 좀 더 폭력적이고 적나라한 부패 경찰의 이야기를 의도했을 것만 같은 원안과 갑자기 연출을 맡게 된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미학이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당시 유행이던 홍콩식 액션 느와르로 만들어졌다면 장르물로서의 재미를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였는데 소위 기타노 다케시 풍의 절제미와 엇박자를 내면서 다소 투박해져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도 비트 다케시류의 썩소 개그도 없으니 아무래도 좀 심심한 영화랄 수 밖에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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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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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valentine 2009/12/17 09:30

    신어지님 제 블로그에 'Different Tastes LTD.'를 '링크리스트'에 넣어도 될 까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12/17 20:53

      에공 굳이 물어보실 필요도 없는 일이지요.
      링크 리스트에 넣어주시면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

  2. addr | edit/del | reply 버디 2009/12/17 11:23

    전 타케시상 영화만 보면 몸이 짜릿짜릿합니다. 왜 그럴까요? ^^

    제가 이 세상에 대해 하지싶지만 못하는 것들만 골라서 해내는 그는 정말 황홀한 캐릭터입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12/17 21:18

      버디님의 마음 한 구석에 쌍권총을 든 다케시상이 계시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