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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
감독 던칸 존스 (2009 / 영국)
출연 샘 록웰, 케빈 스페이시, 맷 베리, 로빈 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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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문>은 제목처럼 달을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입니다. 더군다나 오랜만에 만나는 샘 록웰의 단독 주연작이지요. 스틸 컷들을 대충 보면서 스릴러물이거나 경우에 따라 공포 영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자세한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기는 했지만 막연하게 SF 공포영화류를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더 문>은 SF이기는 하지만 스펙타클한 미스테리 보다는 차분한 분위기의 휴먼 드라마에 좀 더 가깝습니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탄소 에너지 시대를 끝마치고 달 표면에서 청정 에너지원을 채굴해서 사용하는 미래의 어느 시점이라는 나레이션이 깔립니다. 그래서 <문라이트 마일>(2007)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배경만 달 표면일 뿐 <더 문>에서는 국제 분쟁의 조짐 같은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2주 후에는 3년 간의 근무 기간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가 가족들과 다시 만날 일만을 기다리고 있는 주인공 샘 벨(샘 록웰)의 몹시 외롭지만 평화로운 달에서의 일상이 펼쳐질 따름입니다.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더 문>에서의 분쟁 - 드라마를 구성하기 위한 갈등의 배치 - 은 다름아닌 샘 벨과 샘 벨 간에 발생합니다. 이게 뭔 소린고 하니 3년 간의 근무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가기로 되어 있던 외로운 달 나라 우주인 샘 벨이 사실은 복제인간이었던 것이죠. 작업 중 사고로 인해 영화에서 처음 등장한 샘 벨이 의식불명에 빠지자 새로운 3년을 시작하게 될 또 다른 복제인간 샘 벨을 시스템이 깨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새로운 샘 벨이 회사의 지시를 무시한 채 사고를 당한 다른 샘 벨을 구출해오면서 시작됩니다. 새로운 샘 벨이 회사의 지시를 따라 구조대의 도착을 얌전히 기다리기만 했다면 샘 벨(들)은 영원히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을테지요. 그리고 지구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와 어린 딸이 오래 전 과거의 기억에 불과하다는 사실도요.

갑자기 두 사람이 된 샘 벨은 서로가 진짜임을 주장하며 다투게 됩니다. 하지만 샘 벨과 샘 벨 간의 갈등이란 결국 자신들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됨에서 오는 충격과 함께 그런 식으로 운영을 해온 회사의 비윤리성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하여 <더 문>은 놀랍게도 리들리 스콧 감독의 클래식 <블레이드 러너>(1982)와 정서적으로 같은 연장선 상에 놓인 작품이 되고 맙니다. 물론 액션 씨퀀스의 스케일이나 존재론에 대한 고민의 깊이에 있어서는 차이점이 분명하긴 하지만요. <더 문>에서 가장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인류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사용량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이 중요한 작업에 어찌하여 단 한 명의 작업 인원만 파견해놓고 있느냐는 부분입니다. 최소한 기지 하나에 7 ~ 8명의 팀 조직은 갖다놔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나 싶은데 영화는 샘 벨과 샘 벨 간의 갈등과 해법을 위해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을 채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관객이라면 누구나 샘 벨이 근무하고 있는 달 기지의 이름 "SARANG - 사랑"을 영화 곳곳에서 발견하며 즐거워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데이빗 보위의 아들로 알려진 영국 출신의 감독 던칸 존스가 자신의 장편 데뷔작 <더 문>을 만들 당시 여자친구가 한국인(당시 런던필름스쿨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이사강)이었다고 하는군요. 감독의 말로는 미래의 달 에너지 채굴 사업을 하는 회사가 미국과 한국의 합자회사라는 설정도 크게 어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건 삼성이 첼시 유니폼의 스폰서를 하는 등 영국 내에서 우리나라 기업과 제품들의 입지가 엄청 좋아진 최근의 경향을 반영하는 것일까요. 제 생각엔 중국어(한자)가 좀 더 어울렸을 것 같은데 영어권 사람들에겐 별 차이가 없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샘 록웰의 대표작은 아직까지는 조지 클루니가 연출한 <컨페션>(2003)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샘 록웰이 출연한 SF 영화라고 하면 역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005)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죠. <더 문>은 그야말로 샘 록웰 혼자 고군분투하는 1인 영화라고까지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케빈 스페이시가 친구 같은 컴퓨터 거티의 목소리로 출연했고 샘 벨의 아내나 다른 등장 인물들이 간간히 모습을 비추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씨퀀스에는 역시 샘 록웰이 연기하는 병든 샘 벨과 잠에서 깨어난지 얼마 안된 팔팔한 샘 벨로 채워집니다. 혹시 샘 록웰이 아닌 다른 배우였다면 <더 문>은 어떤 영화가 되었을까요. 아주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 제작비가 올라갔을 것이다, 입니다. 워낙 잘 하시는 데다가 인기도 많은 배우들이 많으니 샘 록웰이 아니었더라도 <더 문>은 좋은 영화로 만들어졌을 거라 생각한다는 거죠. 브래드 피트 주연의 <더 문>으로 한번 더 보고 싶어 하는 건 과연 저 혼자 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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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6 : Comment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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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더 문' 상상력만으로도 충분한 SF영화!

    2009/11/26 20:24 tracked from 영화리뷰전문 무비조이

    영화 <더 문>에서 가장 눈길이 먼저 간 것은 배우 샘 록웰이었다. 그는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손꼽히는 배우로 이름을 얻었으며 이후 할리우드 주류 배우로 편입되었다. 그가 작은 영화에서 쌓아온 연기력은 할리우드 주류 배우로 편입되자 말자 빛을 발했다. 뛰어난 연기력이 바탕 되어 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컨펜션>(2002년)으로 수상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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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더 문 (Moon / 던컨 존스 감독, 2009)

    2009/11/26 20:56 tracked from DAYDREAM NATION

    “7~80년대 SF영화의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다”는 던컨 존스 감독의 말처럼 <더 문>은 디지털 기술에 의존하는 최근의 SF영화들과 달리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통해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 아날로그의 질감이 느껴지는 달 표면을 지나가는 채굴 기계의 모습과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연상케 하는 달 기지 내부의 모습이 유난히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주연을 맡은 샘 록웰은 이미 인정받은 자신의 연기력을 바탕으로 1인 2역을 소화해내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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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더 문 (Moon, 2009)

    2009/11/27 21:06 tracked from 진사야의 비주얼 다이어리

    격리된 현실: 경이로운 세계와의 또 다른 조우 &#8211; 이 글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으나 내용을 읽고 영화를 보셔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 모든 것을 감추기에는 이미 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스틸들부터가 그걸 대놓고 드러내고 있지요. 어떻게 보면 샘 벨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스포일러일 수도 있겠고&#8230; 허허벌판. 누구라도 &lt;더 문&gt;을 보게 된다면 이 네 마디의 단어 하나가 제일 먼저 가슴팍에 꽂히는 것과 마주할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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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더 문-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새로운 SF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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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달 위에서의 인문학적 성찰 - [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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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 더 문 [Moon] 감독 던칸 존스 출연 샘 락웰, 케빈 스페이시, 맷 베리, 로빈 찰크, 도미니크 맥엘리갓 등 2009. 영국. @ 아트하우스 모모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종은 ‘관계’라는 틀 속에서 성찰과 성장을 해나가며 그런 성찰의 과정은 인류역사의 추진력으로 된다. 인간이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성찰해나가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인간이 처한 조건에 대한 것을 연구하는 학문인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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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더 문 _ 외로운 존재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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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문 (Moon, 2009) 외로운 존재의 독백 던칸 존스 감독의 <더 문 (Moon)>은 참으로 단순하다. 그간 SF 장르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진화해 온 이야기를 여전히 배경으로 택하고 있으며, 제목도 그저 '달'일 뿐이고 주인공이라고는 샘 록웰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며 기술적인 측면의 역시 그 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던 관람 전에는 그저 샘 록웰이 우주에서 펼치는 무언지 모를 이야기 정도라는 예상이 고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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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마루. 2009/11/26 12:43

    저두 첨에 볼때는 무언가 공포영화일까 했었는데..그리고 :사랑" 에서 저도좀 "킥" 했습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11/26 20:46

      달 기지 이름으로는 그닥 어울린다는 생각이 안드는 한글 단어가
      너무 자주 눈에 띄니까 솔직히 좀 낯간지럽더라고요. ㅋ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담패설 2009/11/26 14:12

    저는 저런 비인간적인 짓을 하는 기업으로 하필이면 한국 기업을 꼽았다는게 좀 불쾌감이 들더라능 … ㅠ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11/26 20:48

      저도 영화 볼 때는 그런 의혹이 들기는 했습니다만 감상문 쓰면서
      대충 찾아보니 감독이 별 생각없이 그냥 호감으로 밀어준 게 거의
      확실한 것 같더군요. ^^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잠본이 2009/11/27 22:41

    저도 저런 꿈도 희망도 없는 기지 이름을 하필 '사랑'이라고 붙이는 거나 클론을 영원한 잠에 빠져들게 하면서 한국어로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하는 걸 보며 '이거 은근슬쩍 삼성같은 한국 대기업 까는 영화 아닌감?'이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비약이겠지요.

    개인적으론 샘 록웰의 연기 덕에 두 클론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둘이 상호작용하는 것도 무리 없이 표현되어 만족했습니다. 브래드 피트나 좀더 이름있는 사람이 연기를 했다면 연기력은 둘째치고 이미 아는 얼굴이 방해가 되어서 '샘 벨'이 아닌 그냥 '브래드 피트'로 보였을 듯하여 좀 망설여지네요. (마이클 키튼이 서너명으로 불어나는 '멀티플리시티'를 봤을 때 느낌이 아마 그랬을듯. '우하하 배트맨이 새끼를 쳤어!'라는 개그가 떠올라 진지하게 볼수가 없었으니 OTL)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11/28 12:12

      저도 샘 록웰이 연기한 두 명의 샘이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손색없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 캐릭터를 샘 록웰이 아니라 다른 배우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는 것부터가 최고의 연기였다고 찬사를 보내기는 어려운 이유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컨페션>이나 <히치하이커>에서의 샘 록웰은 완전히 대체 불가능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으니 마땅히 최고의 찬사를 보내줄 수 있었던 것이고요. 이는 배우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그 배우를 작품 속에서 부각시키는 연출자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브래드 피트는 단순히 미중년 배우를 넘어서 진짜 좋은 연기자로서의 자질을 입증해준 배우이기 때문에 <더 문>에서의 1인 2역을 한번 시켜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네요. 조지 클루니도 우주인 역을 했었는데 브래드 피트는 아직 SF가 없네요. 가장 비슷했던 영화가 <12 몽키스> 정도였던 것 같고요.

  4.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이닥idag 2009/11/30 18:21

    저 역시 긴장과 공포를 예상하고 영화를 봤는데
    고독이란 감정에 푹빠져있다 나왔어요
    sf에서 이런 감정을 느낄 줄이야
    역시 영화는 조금만 틀어도 많이 달라 지는 것 같아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11/30 20:37

      저는 소외라는 단어가 백만년만에 돌아온 귀신처럼 떠오르더군요.
      샘의 이야기가 복제인간의 입장으로만 국한된 것도 아닐테고요.
      지구로 돌아와버린 샘으로 인해 터진 스캔들 뉴스 멘트가 나름
      관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는 요소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