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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을 만큼 짙은 안개의 거리 풍경이나 수도권 재개발을 둘러싼 험상궂은 투쟁의 현장 등이 등장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과 맞물리며 구구절절한 대사를 대신한다 - 문어체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사용되는 대사들에 비해 차라리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였다고 할까.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중식(이선균)과 은모(서우)가 약 8년의 시간에 걸쳐 겪게 되는 사건들은 <파주>를 의외로 매우 복잡한 내러티브의 영화로 여겨지게 만드는 이유가 되는데, 감독의 의도는 역시 미스테리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일 보다 등장 인물들의 감정을 화면 곳곳에 촘촘하게 새겨넣는 쪽이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파주>는 복잡한 내러티브 속에서 단 하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영화라고 하겠다. 그러나 <파주>가 표현하고 있는 그 감정의 실체는 사실 매우 모호한 것이어서 단순히 욕망이라고만 정의할 수도 없고 질투와 불안, 죄의식과 두려움의 감정 따위가 마구 뒤섞인 무엇이다. <파주>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줄거리가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식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것처럼 보였던 영화는 어느새 은모의 이야기 - 정확히 말하자면 은모의 입장과 감정으로 그 중심을 이동한다. 중식의 입장에서 본다면 <파주>는 마치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은 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순교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은모의 입장에서 그 사랑은 구원의 손길이기는 커녕 매우 의심스럽기만 한 구속일 따름이다. 은모가 원했던 것은 죽은 언니의 남편이기는 하지만 자신에게 유일하게 남겨진 보호자 중식과의 결합 - 연인으로서라기 보다는 부모의 죽음 이후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안정적인 생활의 터전으로서 - 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언니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 진실을 갓 스물의 은모로서는 절대로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것이라는 데에 있다. 은모는 감당못할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중식을 오해하고, 그 오해를 뒤로 한 채 친구와 함께 50cc 스쿠터에 의지해 다시 한번 자신의 길을 찾아나서지만 그 길이 얼마나 불안한 것인지를 암시하는 지점에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파주>는 은모가 감당못할 진실을 결국 알게 될 것인지, 그런 이후에 중식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이후의 이야기를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었다기 보다는 바로 그 시점에 은모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과 감정의 복합성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영화 <파주>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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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무너짐과 버팀의 아슬아슬한 경계 -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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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박찬옥<파주> - 씻기지 않는 과거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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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형부-처제의 위험한 사랑?! 이라는 컨셉의 예고편만 보고 갔다가 조금 놀랐고 또 흥미롭기도 했어요. 분명 그렇게만 이야기될 수 없는 감정들일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죠. 은모의 복잡한 감정을 그렇게 짚어주시니까 좀 더 선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
그런데 하나 궁금한 점은, 저는 은모가 자신이 언니를 죽게 만들었음을 안다고 느꼈었거든요.
가스관을 찌른 것에도 은모는 움찔 놀랐고,
또 빵집에 있다가 소방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불안해 하던 모습때문이었죠.
그래서 보험아저씨가 교통사고가 아니라 가스폭발이라고 말하기 전에도
계속해서 불안해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불안하고,불안하고, 찜찜하고, 그러나 그 적나라한 진실을 보지 않으려고 했었던 것 같이 보여요.
홍보 과정을 통해 알려진 것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오랜 시간에 걸친 이야기였고 특히 은모의 입장에서는 절대 단순화할 수 없는 감정을 다루고 있더군요. 저도 은모의 감정이 단순히 욕망과 그 언저리의 것들만은 아니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그 속내를 다 헤아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말씀대로 소방차가 시내를 달려나갈 때 은모의 마음 한 구석에는 분명 불길한 예감이 있었던 건 분명합니다. 인도 여행에서 돌아와서 소방서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은모의 모습은 슬로우 모션으로 특히 강조되고 있기도 하죠. 경찰서에 찾아가 자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히 보여주었지만 정작 형부에게는 그것을 대놓고 물어보지 못하는데요 지적하신 대로 은모는 적나라한 진실을 무의식 중에 피해가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은모의 태도는 진실을 마주 대하는 영화 속 주인공치고는 매우 관습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겠고 그런 점에서 매우 낯설기도 하면서 동시에 사실적인 느낌을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 마치 누군가의 규명되기 힘든 은밀한 고백을 듣는 느낌이죠.
참 미묘한 영화라 생각됩니다. 설명되지 않는 절제됨의 매력도 매우 큰 듯 싶구요...
차라리 뜨겁게 사랑이라도 했으면 결말이 미어지지는 않았지 싶은데...
보통 두 사람의 사랑이 외부의 요인으로 인해 좌절하거나 그 상황을 다시 극복하면서 사랑을 이상화하는 것이 멜러의 정석인데 그런 점에서 <파주>는 반멜러라고 할 수 있을 작품입니다. 데이트용으로 감상하기에도 그닥 좋은 편은 아니겠고요. ^^;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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