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송
감독 마이클 윈터버텀 (2004 / 영국)
출연 키어런 오브라이언, 마이클 니만, 로버트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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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시간 파티 피플>(2002)과 함께 항상 궁금했었던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작품이었는데 드디어 감상을 했습니다. 상업용 포르노가 아니면서도 이렇게 실제 정사 장면들을 적나라하게 담은 작품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우여곡절 끝에 국내 개봉에 성공한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숏버스>(2006)도 상영관에서 사람들 틈에 끼어서 보기에 다소 거북한 장면들이 있었습니다만 <나인 송즈>는 분명한 내러티브도 없이 다분히 시적인 영상의 반복으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이라 더욱 논란을 빚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 물론 등급외 분류가 마땅한 이 영화를 반드시 개봉관에서 상영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배급사가 있다면 말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런 소모전을 벌일 배급사가 없으니 논란도 없는 거겠죠.

등장 인물은 영국인 남자 맷(키에런 오브라이언)과 미국인 여자(마고 스틸리)가 전부이고 영화는 크게 두 사람이 섹스를 하는 장면과 섹스를 안하는 장면으로 나뉩니다. 여기에 대형 콘서트홀에서 밴드들의 공연 장면(을 관람하는 두 사람)과 맷이 남극을 탐험하며 나레이션을 하는 장면이 교차 편집되어 있습니다. 반복적인 영상이기 때문에 움베르토 에코의 포르노에 대한 정의에 비춰보더라도 <나인 송즈>는 포르노가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흔히 우리가 포르노라고 부르는 영상물들과 <나인 송즈>가 다른 점이 있다면 두 인물의 정사 장면에서 착취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나인 송즈>가 소환하고 있는 것은 막연한 판타지가 아니라 개인들 또는 인류 전체가 간직하고 있는 기억입니다.




70 여 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두 남녀는 열렬히 사랑을 나누고 어느 시점에선가 이별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별 이후에 떠났을 남자 주인공의 남극 탐험 중에 '50억년의 세월을 간직한 빙하'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이 장면 역시 젊은 남녀의 정사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9곡의 라이브 공연들 가운데 하나는 영화 음악가로 널리 알려진 마이클 니만의 60세 생일 기념 콘서트 장면이기도 합니다.(록 밴드들 중에는 프란츠 퍼디낸드도 나옵니다) 결국 <나인 송즈>는 형식적인 면에서는 포르노의 정의와 영화 예술의 정의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내용면에서는 오랜 생명의 역사와 인간, 그리고 성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두 배우가 실제 연인 사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두 배우는 촬영을 시작하기 사흘 전에 처음 만났고 촬영을 하지 않는 중간에는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최종 편집본의 러닝 타임은 불과 70분입니다만 디지털로 촬영된 전체 분량은 무려 200시간이었다고 합니다. 나름대로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작정하고 만든 작품이라는 얘깁니다. 두 배우가 보여준 사랑도 엄연한 연기입니다.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숨은 그림 찾기 : 마이클 윈터바텀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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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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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보안세상 2009/09/10 14:55

    9곡의 노래와

    연인

    그리고 사랑인가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9/10 20:41

      네 그게 전부인 영화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더군요. ^^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애플's 2009/09/10 15:51

    저..이 영화 DVD 있어요.
    여기서 구할 수가 없어서 영국의 친구에게 부탁했었어요.
    심심할때마다 꺼내본다는.. 후훗..
    마이클윈터버텀 사랑해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9/10 20:42

      심심할 때마다 ㅎㅎ
      등급외 상영관 좀 빨리 만들어주세요.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giantroot 2009/09/16 18:18

    OST에 유명한 뮤지션이 참여한 영화로도 유명하죠. 24시간 파티 피플도 그렇고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음악에 관심이 많은 듯. (24시간 파티 피플은 제 훼이보릿입니다 히히)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9/19 10:27

      OST라기 보다는 너희들 공연하는 거 우리 영화에 넣어도 되냐고 묻고
      OK 받아서 모이게 된 듯 하다는. ㅋ <24시간 파티 피플> 정말 보고 싶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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