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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최고 전성시대는 사실 60~70년대 이전이다. 그러나 TV라는 대체물이 관객들을 안방에 묶어두기 시작하면서 "시네마 천국"의 마을 사람들은 차츰 극장을 찾지 않게 되었고, 그리하여 전속 연출자와 전속 배우 체제를 기반으로 1년에 백 여 편씩 팍팍 찍어내던 꿈의 공장들도 차츰 달라진 시장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 물론 지금도 영화는 엄연히 살아남아 TV나 다른 분야들과의 적절한 교류와 협력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지켜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 옛날 좋았던 시절의 사회경제적인 위상이나 영향력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 초라해져 버린 것이 아니냐는게 이 영화의 기본적인 관점이다.

"라스트 씬"은 60년대 중반, 일본의 어느 스튜디오 영화사를 배경으로 당시의 영화인들이 경험한 풍경과 변화 과정들을 포착하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지금의 새로운 제작 환경을 꼬집고 풍자하기도 하다가, 그리하여 종국에는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이라며 눈물 글썽이며 고백하시는 '영화에 대한 영화', '영화를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아역으로부터 시작해서 60년대 중반 왕꽃미남 배우로 절정기를 누리다가 갑작스럽게 쇠락의 길로 접어든 주인공의 운명은 개인적인 비극을 넘어 의인화된 영화 역사의 현신으로서 역할을 한다. 37년만에 영화 촬영장에 다시 나타난 그를 중심으로 '업계 종사자'분들의 진심이 하나로 모이는 마지막 장면은 제목이 암시하듯 이 영화의 정점이 된다.

젊은 시절의 주인공을 연기한 니시지마 히데토시는 기타노 다케시의 "돌스"에서 붉은 끈에 묶여 돌아다녔던 그 배우다. "토니 타키타니"에서는 나레이션을 했던 배우가 이 사람이다. 삐쩍 마른 몰골이 영락 없이 배철수를 닮은 노년의 주인공 조니 요시나가는 "라스트 씬"이 첫 출연작인 음악인인데, 영화의 진심을 보여주는 인물로서 오히려 낯선 비전문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외 "간장선생"과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에서 주연이었던 아소 쿠미코가 "라스트 씬"의 관찰자인 동시에 관객들의 시점을 견지하는 인물로 등장하고, 우리에게도 무척 낯익은 오스기 렌(60년대 영화 제작자)이나 다케나카 나오토(60년대 사진사) 등이 단역으로 대거 등장한다.

그러나 "라스트 씬"을 만든 사람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인물은 역시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린 채 TV에서 기어나오던 사다코의 창조자,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아닐까 싶다. 비디오 테이프와 TV 브라운관을 매개로 퍼져나가던 죽음의 바이러스는 결국 "라스트 씬"에서 묘사된 'TV에 점령된 영화판'의 경박함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출발한, 같은 맥락의 것들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나카타 히데오 감독은 "트윈 픽스"의 첫 장면에서 TV를 도끼로 내려찍기까지 했던 데이빗 린치 만큼이나 TV라는 물건과 그 시스템에 대해 굉장히 열받아 있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2005.11.06 @ blog.naver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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