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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기어스 : 반역의 를르슈>(2006, 2008)를 보고난 다음에는 메카닉물을 좀 피해보려고 했지만 - 좋아하는 장르이지만 좀 쉬었다가 보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 다른 마땅한 작품도 없고 해서 결국 연이어 보게 되었습니다. 메카닉 애니메이션의 전환점이 되어준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 ~ 1996)은 이후에 만들어진 동종 애니메이션들의 하나의 숙제와 같은 존재가 된 것이 아닐까요. 외계인이나 악당들로부터 무조건 지구를 지키라는 식이 아니라 인간 실존에 대한 고민과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최근의 주인공들은 기계 속에 몸을 싣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곤 합니다.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의식한 듯한 반명제를 성급히 꺼내 들었었던 <마크로스 프론티어>(2007)와 달리 <창궁의 파프너>는 처음부터 아예 짝퉁 에반게리온으로 작정하고 만든 작품으로 보일 만큼 비슷한 구석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미지의 외계 세력에 의해 인류가 한바탕 곤욕을 치른 이후라는 시점 설정으로부터 오직 소년 소녀들만 탑승할 수 있는 메카닉으로 시시때때로 공격해오는 외계의 존재들과 맞서 싸운다는 설정은 거의 베낀 듯한 인상을 줄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토록 유사한 설정에 거부감이 들기는 커녕 오히려 반갑고 다시 한번 흥미로움을 느낄 정도이니 <신세기 에반게리온>류에 대한 애착은 정말 강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창궁의 파프너>가 단순히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흉내만 내다가 마는 작품이냐 아니면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뭔가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을 더 낫게 만들어낸 작품인가 하는 것이었는데요, 결론은 지금까지 보아온 중에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던졌던 문제의식을 가장 충실하게 계승하고 또 발전시킨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사실은 제가 지난 달에 <신세기 에반게리온> TV 시리즈의 전편과 극장판까지 전편을 다시 봤거든요. 그래서 더욱 확실하게 압니다. 유사한 설정이긴 하지만 스타일면에서는 다소 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감상자마다 호불호의 차이가 분명히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창궁의 파프너>는 존재와 무(無), 생명과 죽음, 인간의 감정과 소통의 가능성 등에 관한 성찰을 탄탄하게 깔고 있는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것, 특히 메카닉물이란 소년을 위한 판타지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특히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들에는 어느 정도의 섹스 코드가 들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창궁의 파프너>는 그러한 상업적 타협 없이도 얼마든지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제를 떠받히고 있는 철학적 깊이나 대나무처럼 뻣뻣한 스타일 상의 순결주의 보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바로 <창궁의 파프너>가 하나의 작품으로서 감상자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등장 인물들이 모여사는 섬 사람들 간의 공동체적 분위기도 일품이지만  그와 같은 환경 속에서 맞이하게 되는 가장 인간적인 면모들, 그러니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슬픔과 아픔들을 제대로 형상화해서 감상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처럼 하나의 작품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리는 면모는 비록 그 작품이 모호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감상자라 할지라도 작품 자체의 가치를 부정하기 힘들게 만드는 분명한 이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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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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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PhiloMedia 2009/09/02 13:49

    창궁의 묘성이라는 소설책을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관련 있는 건 아니죠?
    애니메이션 쪽에는 문외한이라서...^^

    신어지님, 올해는 판타지리그 안하시나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9/02 23:37

      <창궁의 파프너>는 별도의 원작이 없는 작품이네요. 그래서인지 늘어지거나 어색한 부분 없이 전체적인 균형이 잘 갖춰졌다는 느낌을 줍니다.

      올해도 판타지리그에 팀을 만들기는 했는데 개인 리그를 열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시즌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별로 해드린게 없어서 죄송합니다. ^^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마루. 2009/09/04 15:45

    이건 보지 못한작품이네요..비뷰보니 보고싶어지네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9/04 21:33

      추천해드릴만한 작품입니다. 처음엔 무슨 짝퉁 에반게리온 아니냐 하면서 봤는데 결국 넘어서더군요. 에반게리온 보다 나은 작품이라는 뜻이라기 보다는 자신 만의 작품성을 보여주었다는 의미에서요. ^^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바람처럼~ 2009/11/19 23:31

    저도 재밌게봤어요^^

  4. addr | edit/del | reply 소이 2011/01/16 05:16

    건담시드 짱팬이라 그림체가 같아서 보게됐는데 1편보고 뭐야 이 쓰레기는ㅡㅡ하면서 안봤거든요..ㅋㅋ중간부분부터 엄청 재밌어진다니 앞부분은 꾹 참고 다시 봐야겠네요ㅎㅎ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11/01/16 11:01

      맞습니다 좀 참고 봐주시면서 기다리실 필요가 있어요.
      중반 이후부터 꽤 근사해지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