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2006 / 일본)
출연 오카다 준이치, 미야자와 리에, 후루타 아라타, 아사노 타다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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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 개봉 당시에 놓쳤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06년작 <하나>를 드디어 감상했습니다. 아사노 타다노부의 출연작이라는 점에서도 꼭 봐야지 했었던 작품인데 그간 인연이 잘 닿지 않았다가 여름 휴가 때 읽을 책 몇 권을 구입하면서 할인 판매 중인 2 Disc DVD를 함께 구입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작가에서 극영화 감독으로 전향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하나>는 유일한 사극 작품으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역시나 에도는 배경이 될 뿐이고 작품 내용이나 분위기는 현대물이라고 봐도 무방한 사색적이고 소박한 드라마더군요. 아사노 타다노부는 물론이고 카가와 테루유키, 카세 료 등 낯익은 주연급 배우들이 대거 조·단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본 <사무라이 참프루>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전국 시대를 마감하고 소위 '태평 천하'가 도래하자 전쟁이 있어야 제 몫을 할 수 있는 무사 계급들은 어정쩡한 사회적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주인공 아오키(오카다 준이치)는 무사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무사로서의 재질은 별로 없었던 인물인데 아버지가 사소한 시비 끝에 죽음을 맞이하면서 복수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이에 아오키는 에도의 빈민촌에 들어와 3년째 무의도식하는 신세가 됩니다. 아버지의 원수(아사노 타다노부)를 발견했지만 차마 결투를 신청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그의 의붓 아들에게 글공부를 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하기까지 합니다.




사무라이의 이상은 벚꽃처럼 미련없이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지만 벚꽃이 미련없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은 내년 봄에 다시 필 것을 알기 때문이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인간의 생명은 벚꽃과 달리 단 한번 뿐이라는 것, 그러므로 꽃 보다 오히려(花よりもなほ) 중시해야 할 인간의 삶을 잘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아버지가 남겨준 것이 원한 밖에 없다면 그 인생이 무슨 가치가 있겠느냐, 내 안의 똥을 떡으로 바꾸는 승화가 필요하다는 등의 대사들도 작품이 내세우고 있는 주제 의식을 명시적으로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 중에는 아오키와 마찬가지로 주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오랫동안 숨어지내다가 결국 뜻을 이루고 전원 할복 자살하게 되는 다른 무사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하나>가 들여다 보는 것은 46인의 무사들의 영웅담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전해지고 새로운 장사거리를 위해 재활용되는 과정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카메라는 그런 과정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는 일 보다는 인생을 살아가는 일에 있어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난히 아버지와 아들 관계의 등장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 것 또한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일을 선택하자는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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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1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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